원태인, 원 히트 원더로 남아선 안 된다 [정민태의 Pitching]

7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지켜봤다. 대혈전 끝에 LG가 역전 승리를 챙겼고 1승 이상의 효과를 얻었다. 반대로 삼성은 1패 이상의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먼저 삼성의 선발 투수 원태인을 이야기하고 싶다. 오늘 6이닝 투구했는데 14승을 올렸던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뚜렷하게 잘하고 있다 할 수 없을 듯하다. 보통 1년을 잘하면 다음 1년, 그리고 다음 1년을 잘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에이스라고 불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투수들을 보면 꾸준히 14, 15승을 해주는 선수를 찾기 힘들다. 1년 잘한 것에 안주하다 보면 그런 일들이 발생한다.

1년 잘하면 다음 1년을 잘하기가 쉽지 않다. 상대가 철저히 대비하기 때문이다. 원태인의 경우 올해 성적이 작년에 비해 좋지 않은 건 그런 부분에서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직구 구속이 많이 떨어졌다. 그럼 변화구도 밋밋해지는 경향이 있다. LG전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공 끝이 무뎌 보인다.

지난해 14승을 올린 삼성 원태인(22). 그는 올해 꽤 부진한 모습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장타, 그리고 홈런을 허용하면서 실점을 많이 내주는 모습이 잦아지면 여러 지표가 바닥을 찍게 된다. 원태인이 작년처럼 상대를 압도하려면 공을 채는 순간 임팩트가 빨라져야 한다. 또 구속이 전보다 안 나오면 제구에 신경을 더 써야만 한다. 어쩌면 체력적인 문제도 있어 보인다. 작년에 너무 많이 던지게 아닐까 싶다. 원태인이 5점을 줘도 LG 마운드가 실점을 많이 하다 보니 충분히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구원 투수들, 특히 이승현은 구속이 빠르지 않은데 직구를 고집하다 너무 쉽게 맞은 게 아쉬웠다. 아무리 많이 이기고 있어도 구원 투수들은 쉽게 들어가선 안 된다. 자기 투구를 완벽히 해서 선발 투수의 승리를 지켜줘야 하는데 직구만 고집하다 적시타를 계속 허용한 건 패인이라고 본다. 필승조 역할을 맡고 있는 선수의 투구라는 것이 더 아쉽게 느껴진다.

김윤수는 결과적으로 홈런도 맞고 동점도 허용했지만 개인적으로 기대가 큰 선수다. 직구가 파워풀하고 슬라이더도 날카롭다. 문제는 제구력이다. 조금 더 좋은 투수가 되려면 지금 가진 구종에 하나는 더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당히 어리고 또 유망한 선수다. 조금만 더 다듬으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재목이다.



만약 삼성 구원진이 원태인이 부진했음에도 승리를 지켜줬다면 어땠을까.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자면 원태인은 아마 다음 등판에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엄청난 투구를 할 것이다. 그게 팀이다. 다만 이번에는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원태인 역시 마음의 짐이 클 수밖에 없다.

역전 홈런을 맞은 오승환이지만 공 자체는 실투로 보이지 않는다. 변화구 2개를 던지고 몸쪽 직구로 승부한 듯하지만 홈런을 맞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패인을 찾는 것보다는 편하게 갈 수 있는 경기를 LG에 왜 내줬는지 살피는 게 더 중요하다. 내일 경기가 또 있으니 재정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LG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이민호는 최근 페이스가 좋은 편이었다. 장점이 많은 투수다. 공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고 슬라이더도 날카롭다. 직구도 무브먼트가 좋고 또 던지는 팔 각도도 평범하지 않으니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힘들 것이다. 오늘은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난타당하지 않았나 싶다. 좋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스트라이크 존에 넣지 못하면 억지로 밀어 넣다가 맞게 된다. 그게 보였다. 선발 투수로 자리 잡으려면 제구력을 잡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완벽할 필요도 없다. 지금보다는 안정적이어야 한다.

벤치에서도 고민하는 게 보였다. 제구력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어느 타이밍에 교체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 보였다. 이민호가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면 벤치도 편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LG 타선이 워낙 페이스가 좋다 보니 놓친 경기도 다시 뒤집을 저력이 된다. 선발 투수가 8실점을 했는데 구원 투수들이 끝까지 잘 버텨줬다. 여기에 타선의 힘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포기하지 않았던 게 역전의 힘으로 이어졌다. 벤치에서도 최선을 다한 로테이션이라 생각할 것이다.

LG는 다 졌던 경기를 승리로 바꿨다. 기분, 그리고 마음 모두 좋을 것이다. 다음 경기에 임하는 모습도 밝을 듯하다. 삼성이 빠른 시간 내에 재정비하지 못하면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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