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가 갈렸지만, 한 번 본 시청자들은 마지막회까지 매혹시켰다.
정서경 작가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독전’ ‘헤어질 결심’, 드라마 ‘마더’ ‘작은 아씨들’까지 그만의 필력으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간 본연의 깊은 감정을 끄집어내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인기리에 종영한 ‘작은 아씨들’를 집필했다.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부유하고 유력한 가문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이야기다. 거대한 사건에 휩쓸린 세 자매가 ‘돈’이라는 인생의 숙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을 담았다.
시청률 6.4%로 시작한 ‘작은 아씨들’은 최고 시청률 11.1%를 기록하며 높은 화제성을 이끌어냈다. 마지막회에는 오인주(김고은 분), 오인경(남지현 분) 자매가 원상아(엄지원 분)의 모든 비리를 뿌리 뽑고 해피엔딩을 그리는 권선징악 결말을 맞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끝까지 사로잡았다.
Q. ‘마더’(2018) 이후 4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소감은? “정신없이 드라마를 쓰고 정신없이 드라마를 봐서 잘 됐는지는 모르겠고, 종영하고 천천히 보려고 한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제작진들이)잘 만들어주시고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셔서 너무 행복하다. 12부작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한 사람이 12부작을 머릿속에 놓고 쓸 수 있을까 걱정으로 시작했는데. 글을 쓰면서 마무리를 만든 것 같다. 영화처럼 2시간짜리 이야기와 12시간 이야기가 시간과 깊이, 이야기 등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썼다.”
Q. 다수의 작품을 함께 했던 박찬욱 감독이 ‘작은 아씨들’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제가 대본을 보여주는 사이가 아닌데, ‘헤어질 결심’ 현장이었나. 그때 대본을 보여달라고 해서 6~8부 사이를 보여드렸다. 예상과 달리 재미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또 토론토에서 만났을 때 재미있게 보고 계신다고 말했다.”
Q. ‘작은 아씨들’은 초반 시청률이 다소 아쉬웠다. “저는 시청률이 첫회부터 잘 나와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마더’의 시청률 3~5%가 저에게 제일 잘 맞는 시청률이라고 믿고 있었다. 근데 이번에는 5~7% 시청률을 기대했는데. 감독님에게는 그게 실패한 시청률이라고 생각해서, 그보다는 사실 더 잘 나오길 바랬다. 그래도 나중에 시청률이 올라서 감사했다.”
Q. ‘헤어질 결심’부터 ‘작은 아씨들’까지 해외에서 유독 사랑을 받고 있다. 문화적, 언어적 장벽이 있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어필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해외에서 특히 어필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어렸을 때 생각하면 세계 문학을 읽으면서 자라났고, 다들 느끼겠지만 제가 대사를 쓰거나 할 때 번역투로 쓴다고들 하시는데 그게 해외팬들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아닌가 싶다.”
Q. ‘작은 아씨들’ 인물 중에 작가의 가치관이 제일 투영된 인물은 누구인가. “특별히 한 인물에게 가치관을 투영하지 않았고, 주제와 돈을 둘러싸고 인물이 각각 대변하길 바랐다. 인물 모두에게 과거, 현재, 미래가 보여지고, 이성 감성, 영혼을 반영한 점이 있어서 그걸 통합해서 한 사람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Q. 돈에 대한 욕망이 어디에서 왔는지, 돈이 영혼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묻고 싶었다고 한 바 있다. 정서경 작가에게는 돈은 어떤 의미였나. “애초에 작품을 시작할 때 ‘가난한 세자매에게 엄청 큰 돈이 주어진다면 어떨까’에서 시작했다. 점점 돈의 의미가 변하는데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이었다가, 가족이었다가 자신의 목숨처럼 보이고. 사회적인 의미로 변하고 결과는 처음으로 돌아간 것처럼 큰돈이 주어진다. 가난한 세자매에게 애초에 돈을 주면서 얻어가는 결말이라면 이 돈이 어디서 왔는지 짚어서 보여주자고 했다. 이 돈의 기원은 베트남전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처럼 묘사했다. 처음에 세 자매는 돈에 대해 몰랐고, 나중에 지켜봤으니까 의미가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주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언가를 살 수 있고 더 많은 부를 얻는 의미의 돈이 아니라, ‘나는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어진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기회라던지 변화는 의미로 생각하고 썼다.”
Q. 베트남 측이 ‘작은 아씨들’이 월남전에 대해 왜곡했다고 주장하며 현지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중단했는데, 해당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베트남 전쟁은.. 제가 얼만큼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돈의 기원을 시작하는 것에 베트남 전쟁을 생각했다. 우리나라가 베트남 전쟁으로 외화벌이를 해서 경제 부흥을 해서 그것부터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을 다루니까 현지 관점이 부족했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루거나 정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베트남 쪽 반응에 대해 크게 예상하지 못했다. 듣고 보니까 그럴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하고, 글로벌 집필을 하면서 시청자 반응을 세심하게 살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Q. 초반 전개가 호불호가 컸다. 반응을 살펴봤는지. “댓글을 봤기에 호불호를 봤다. 저는 예상하지 못했다. 노련한 작가였다면 불호가 있을 지점을 세심하게 살폈을텐데. 가난의 묘사에 대한 불호 반응도 봤고, 그것을 보고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집필할 때는 더 세심하게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캐릭터를 구현할 때 특별하게 신경 쓴 지점이 있다면? “캐릭터를 구현할 때 어떤 삶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어딘가로 갈 때 어떤 동력으로 움직이는지를 생각하면서 주로 쓰게 된다. ‘작은 아씨들’을 보면서 불호 반응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왜 캐릭터를 호감가게 그리지 않아?’ ‘사람들은 주인공이고 주 등장인물이라서 좋아할 준비를 하는데 왜 싫어하는 지점을 넣어서 방해를 하는 거야?’라고 말하더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특성을 시나리오를 쓰면서 한 번도 넣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장면이 없다는 걸 알았다. 좋아하지 않는 장면을, 그 결함부터 시작하는 것 같다. 그 결함이 있음에도 캐릭터가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Q. 세계문학을 읽으면서 자랐다고 했는데, 집필 스타일에 영향을 끼친 책이 있다면? “제가 어렸을 때는 세계문학 전집이나, 제 나이 때 사람들과 비슷한 책을 읽었을 것 같다. 또 추리 소설을 읽고 자라서 토양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것은 빨간머리앤이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도 어린 나이에 정체성이 들 수 있구나. 이걸 보고 자란 아이가 작가가 될 수 있구나 힘이 된 책이다. 또 브론테 작가들의 글을 읽으면 지금 드라마를 만들어도 뒤처지지 않는 윤리감과 인물, 사건 전개, 흥미진진함을 가지고 있다.”
Q. 꾸준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직업정신인 것 같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살아온 게 20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제 느낌에는 하루도 일하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지만, 매일 일하지 않으면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직업정신이 있지 않나 싶다.”
Q. ‘헤어질 결심’이 오스카 주요 부문 유력 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외신이 예측하고 있다. “오스카 주요 부문 후보가 된다면 영광스럽고 기쁠 것 같다. 하지만 안됐으니까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있겠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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