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 못 한다? ‘은희석 매직’은 다르다

‘은희석 매직’은 분명 KBL의 선입견을 지우고 있다.

1997년 출범 이래 KBL에는 수많은 대학 지도자들이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공한 감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패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이로 인해 “대학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선입견도 생겼다.

가장 크게 성공한 건 2000-01시즌 ‘닥공’ 농구를 펼친 김태환 전 창원 LG 감독이다. 1990년대 중앙대 천하를 세운 김 감독은 프로에 진출, 평균 100점이 넘는 무자비한 공격 농구를 선보이며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차지했다. LG에서의 4년 동안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리고 2013-14시즌 전까지 LG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끈 유일한 지도자이기도 하다.

은희석 감독은 2022-23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부임했다. 그리고 그는 1라운드 6승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이후 대박은 없었다. 그래도 강을준 전 감독과 서동철 감독은 중박은 해낸 대학 출신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강 전 감독은 LG에서의 3년, 고양 오리온에서의 2년 동안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며 ‘봄 농구 보증수표’가 됐다. 서 감독은 현재 수원 kt를 이끌고 있으며 만년 꼴찌였던 팀을 플레이오프 권으로 올려놓았다(올 시즌은 크게 부진하다).

다음으로는 모두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웠던 지도자들로 가득하다. 진효준 전 감독을 시작으로 농구대잔치 시절 연세대를 이끈 최희암 전 감독, 그리고 이충희, 김남기, 김상준, 조성원 전 감독까지 전부 대학 때와는 달리 프로에선 쓴맛을 봤다.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으니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은희석 감독이 연세대를 떠나 서울 삼성에 부임했을 당시에도 이러한 시선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웠다. 대학농구리그 출범 후 연세대 최전성기를 이끈 명장이었지만 분명 프로 적응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더군다나 삼성은 2016-17시즌 이후 매해 반등 없이 추락만 한 최약체 팀. 그렇다고 해서 리빌딩에 필요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많지도 않았다. 주어진 조건은 가장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은 감독은 시작부터 달랐다. 가장 먼저 FA 시장을 살펴본 후 삼성에 가장 필요한 자원을 얻었다. 오랜 시간 승리보다 패배가 익숙했던 삼성 선수들에게 ‘위닝 멘탈리티’를 전해줄 수 있는 이정현을 영입한 것이다. 이제 1라운드가 지났을 뿐이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하면 이정현을 얻은 삼성은 두경민과 최승욱을 영입한 원주 DB, 전성현을 품에 안은 고양 캐롯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승자다.

은희석 감독은 대학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선입견을 지울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또 훈련 강도가 타 팀에 비해 매우 약했던 삼성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오랜 시간 왜 실패만 거듭했는지 분석했고 또 연세대를 이끌던 때와 같이 개인보다는 팀을 우선하는 기조를 세웠다. 훈련 강도는 강했고 또 하루를 타이트하게 보냈다. 하루 4회 훈련으로 ‘삼성대학교’라고 불릴 정도였다. 어쩌면 자율을 추구하는 현시대에 맞지 않는 시스템으로 볼 수도 있었으나 삼성은 변화가 필요했고 은 감독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바뀐 지금의 삼성은 분명 과거와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의 눈에는 독기가 있었고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승부처가 다가오면 도망가기만 바빴던 선수들이 이제는 이정현을 중심으로 싸워 이기려고 한다. 은 감독이 바라던 모습이었고 또 현실이 됐다.

삼성은 1라운드까지 6승 4패, 정규리그 4위에 올라 있다. 그들이 1라운드에 6승 이상을 기록한 건 2016-17시즌 7승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또 3연승은 2020년 12월 25일 이후 685일 만이다. 1라운드가 시즌 전체를 설명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출발이 좋음은 알 수 있다.

은 감독의 초반 행보는 분명 남다르다. 물론 프로 감독으로서 치르는 첫 시즌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분명 큰 변화가 보이고 있다. KBL 대표 명가 재건이라는 큰 목표의 밑그림을 너무나도 잘 그리고 있다.

과연 삼성은 1라운드에서의 성공을 2라운드,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 라운드에서도 해낼 수 있을까. 또 대학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선입견도 완전히 지울 수 있을까. ‘은희석 매직’이 보여준 지금의 결과는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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