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 예전부터 좋은 투수가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먼저 적응해서 좋은 시너지를 보여주고 싶다”며 “강한 마운드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LG도 2015년부터 꾸준히 발전하면서 강한 마운드가 됐다. 롯데에서도 그런 꾸준함을 만들고 싶다.”
FA 포수 유강남이 4년 80억 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하며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몸값에서 알 수 있듯 롯데는 유강남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강민호 삼성행 이후 5년 동안 주전 포수가 없었던 아쉬움을 유강남이 모두 씻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강남은 계약 후 2015년의 LG를 떠 올렸다. 정비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팀 마운드가 성장해 가는 것을 온 몸으로 겪어낸 유강남이다.
유강남은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 최강의 투수들을 상대했던 포수다.
LG 외국인 투수 원.투 펀치는 국내에서 늘 첫손 꼽혔고 불펜 투수들도 유형별로 최고 투수들이 모아져 있었다.
롯데 투수들은 LG 투수들과 다르다. 유강남의 리드를 쫓아오지 못할 수 있다. 계획 대로 볼 배합이 풀리지 않을 때가 많을 것이다. 이런 고비를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유강남의 숙제다.
김성근 전 감독은 애제자인 박경완이 현대서 SK(현 SSG)로 팀을 옮겨 야구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혼을 낸 적이 있었다. 투수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지적이었다.
김 전 감독은 박경완에게 “투수를 상대할 때 짜증 내는 것을 여러 차례 봤다. 다시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말라. 현대의 최고 투수들과 지금 성장하고 있는 SK 투수는 제구와 변화구 구사 능력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마다 포수가 짜증을 내면 젊은 투수들이 기가 죽는다. 더 성장할 수 없다. 쌍방울 시절의 어려웠던 시기를 잊지 말라. 그때처럼 많은 것이 갖춰지지 않은 투수들을 상대하는 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투수를 마음으로 안아주지 못하면 평범한 포수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김 전 감독의 생각이었다.
박경완은 “SK로 옮기고 나서 나도 모르게 투수들에게 좋지 않은 행동이 나왔던 것 같다. 워낙 좋았던 (현대)투수들만 상대하다 보니 어느새 투수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졌었다. 감독님의 지적 이후 SK 투수들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SK 투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볼 배합과 블로킹을 하며 포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유강남이 2015시즌을 언급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빼어나다고 할 수 없었던 LG 투수들을 이끌고 2022시즌 최강의 마운드까지 만들어 낸 경험을 롯데에서도 살려내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강남이 문제의 핵심을 대단히 잘 짚고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보다 수준이 떨어질 수 있는 롯데 투수들을 상대로 눈높이를 낮춘 볼 배합과 블로킹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 유강남의 각오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실력이 떨어지는 투수들의 공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멘트였다. 그만큼 기대치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유강남의 성공 스토리를 기대해 봐도 좋을 수 있다는 평가가 가능한 대목이다.
유강남의 자신이 한 말을 몸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해진다면 롯데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 될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