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P.리그 백투백 챔피언이 쓰러졌다. 당연한 일이다. 상대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으니 말이다.
안양 KGC는 1일(한국시간) 일본 우츠노미야 닛칸 아레나에서 열린 2023 동아시아슈퍼리그(EASL) 챔피언스 위크 A조 타이베이 푸본 브레이브스와의 첫 경기에서 94-69, 25점차 대승을 거뒀다.
온도차가 있었던 1쿼터를 뒤로 한 채 2쿼터부터 4쿼터까지 보여준 KGC의 경기력은 공포 그 자체였다. 에이스 변준형의 슈팅 컨디션이 1쿼터를 끝으로 하락세를 보였음에도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올 시즌 내내 전성현의 빈자리를 채운 배병준이 대신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렌즈 아반도의 후반 원맨쇼가 이어지며 어렵지 않게 승리했다.
기대만큼 걱정도 컸던 오마리 스펠맨과 대릴 먼로의 조화는 우려의 시선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다. 스펠맨과 먼로의 하이-로우 게임은 알고도 막을 수 없었다. 더불어 부담을 덜어낸 스펠맨은 적극적인 림 어택과 수비로 푸본이 자랑하는 외국선수들을 압도했다.
특히 먼로의 컨디션은 최고였다. 시야면 시야, 패스면 패스, 그리고 슈팅이면 슈팅까지 어떤 부분도 모자람이 없었다.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그이기에 외국선수 2인 출전 변수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푸본이 KGC에 대패했으나 사실 P.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팀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2020년 창설한 P.리그에서 첫 시즌부터 두 번째 시즌까지 모두 휩쓴 푸본이다. 마이클 싱글레터리는 백투백 파이널 MVP이기도 하다. 그런 그들조차 KGC 앞에선 그리 큰 힘을 쓰지 못했다. 푸본이 약한 팀은 아니다. 그저 KGC가 너무 압도적이었을 뿐이다.
심지어 KGC는 오세근을 단 1초도 출전시키지 않았다. 입국 전 목에 담 증세가 있어 휴식이 필요했던 그다. 경기 상황도 큰 위기 없이 잘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가장 강력한 무기를 꺼내지 않고도 이긴 KGC다.
문성곤의 수비는 푸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전반부터 후반까지 결점 없는 수비와 리바운드 가담으로 코트 전체를 자신의 영향력 안에 뒀다. “수비는 기복이 없다”는 말을 몸소 실천한 그다.
챔피언스 위크 전부터 KGC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베이 에어리어 드래곤즈, 류큐 골든 킹스, 산미구엘 비어맨 등 각국을 대표하는 팀들과 함께 정상에 가장 가까운 팀이 바로 KGC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만으로도 우승 레이스에서 가장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
더욱 좋아질 스펠맨과 먼로의 호흡, 점점 살아날 변준형, 여기에 오세근까지 가세한다면 KGC의 경기력은 지금보다 최소 두 배는 더 좋아질 수 있다. 경이롭다는 말 외 그들을 표현할 수 있는 건 없다. 단 한 가지의 변수는 KGC가 스스로 무너지는 것뿐이다.
[우츠노미야(일본)=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