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임시완이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통해 맑은 눈의 광기를 폭발시켰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자신의 모든 개인 정보가 담긴 스마트폰을 분실한 뒤 일상 전체를 위협받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현실 밀착 스릴러다. 임시완은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이코패스 우준영을 연기, 소름 돋는 눈빛 연기를 선보였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 ‘런온’ ‘트레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영화 ‘변호인’ ‘오빠생각’ ‘원라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비상선언’로 쌓아온 연기력을 폭발, 색다른 악역을 탄생시켰다.
Q. 첫 OTT 영화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의 팬이고, 감성을 좋아한다. ‘두둥!’하는 소리, 저는 들을 때마다 설렘이 생기더라. 이 영화가 넷플릭스로 가면서 그 소리랑 같이 시작하니까 그 감성이 같이 엮이는 느낌을 상상하게 되더라. 평상시 넷플릭스를 보니까 이입이 되더라. 집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를 틀고 뭐볼까?’ 하다가 스마트폰 예고편이 뜰 때 틀어서 볼 것을 연상하니까 좋고, 재미있는 것 같다.”
Q. 어떤 장르를 주로 보는 편인가.
“이것저것 많이 본다. 드라마 나오는 걸 쭈루룩 보고. 많이 봤다. ‘종이의 집’ 원작도 보고, 요즘에는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를 보는데 그거를 볼 때마다 진짜 매회 ‘이거 진짜 명작이다’ 생각한다.”
Q.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캐릭터가 어떤 점이 매혹적으로 다가왔나.
“캐릭터보다 저는 작품이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캐릭터는 제가 봐도... 좀 되게 얄밉고 정안가는 캐릭터인 것 같고. 작품이 짜임새가 너무 좋았다. 받아봤을 때. 이런 앞뒤 맥락 따지고 꼼꼼하고 촘촘하게 이음새 붙이고. 그런 작품을 배우가 만나는게 확률적으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좋게 봤다.”
Q. 또 한 번 김희원과 만난 호흡을 맞췄다.
“저는 연기에서 만났을 때 너무 존경스럽다. ‘불한당’ 때부터 하는 연기 결이 예상에서 벗어나는 게 많아서 참신했고 신기했고 그래서 존경스러웠다. 직접적으로 여쭤보기도 했다. ‘어떤 감정으로 찍은 거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미생’ 때도 잘해주셨고, 너무 잘하시는 거다. ‘스마트폰’ 때도 연구를 끊임없이 하더라. 컷컷마다. 조명에 따라 ‘앞으로 갈까 뒤로 갈까’까지 고민하더라. 진짜 희원 형님은 대단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바퀴 달린 집’에서는 그래서 어색했다. 같이 시덥지 않게 오징어볶음 해보고 그런게 되게 어색했다(웃음).”
Q. 임시완이 해석한 우준영은 어떤 인물인가.
“저는 이 친구의 어긋난 거짓말이 취미 생활이었을 것 같았다. 남들이 못하는 영역이지 않나. 그걸 통해 우월감을 찾고. 수집한 걸 통해 사람을 가지고 놀 수 있다는 걸 쾌감으로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또 피해자 물품을 컬렉션 할 때 기쁨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저도 레고 모으는데, 레고도 하나 사면 두 개가 되고 열 개 되지 않나. 저도 레고에게 한 방을 양보하게 됐다. 그게 비슷한 정서이지 않을까 싶다. 컬렉션이 늘어갈 때 바라보는 기쁨을 느끼는.”
Q. 목소리가 영화가 꽤 흐른 후에 나온다. 첫 마디를 꺼낼 때 긴장감이 있었을 것 같다.
“제가 그걸 고민을 했었던 것 같다. 첫 대사를 어떻게 느껴졌으면 좋겠는지. 원래 처음 말하는게 있었는데 그걸 ‘AI’ 대화로 교체됐다. 그걸 감독님한테 제안을 들여본 거다. 이렇게 치밀한 사람이면 처음에 본인의 목소리를 최소한으로 할 것 같다. 요새 기술로 AI 목소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목소리를 만들어서 그걸로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제안했고, 감독님이 괜찮다고 생각해주셔서 목소리를 아끼게 됐다. 그로 인해 첫 인사가 수리점이 됐다. 그때도 고민을 많이 했다. 목소리가 노출되면 안되니까 이게 목소리인지 아닌지 티 안나게 고민하고 음성변조를 할까 고민도 했다. 그래서 물 흘리듯이 웅얼거렸다.”
Q. 제안해서 또 바뀐 부분이 있는가.
“극적으로는 그거다. 다른 거는.. 디테일한 설정 정도 같은 건데. 사진 찍는 부분이다. 요리해서 사진 찍는 부분에서 찍는 게 중요한 거니까. 요리하고 이런 걸 되게 대충대충 흘리고 무심하게 만드는 그런 걸 줬던 것 같다. 디테일을 살려보려고 했다.”
Q. 맑고 또렷한 눈매가 이젠 악역에 딱 맞는 것 같다.
“‘해를 품은 달’ 다음에 ‘적도의 남자’를 찍었다. ‘해를 품은 달’ 뒤에 너무 운좋게 들어온 게 ‘적도의 남자’ 악역이다. 사람 뒤통수 때리고 살인했다고 생각하는 어쨌든 살인자였는데, 그때는 회사에서 선택권이 컸을 때였다. 다음으로 ‘적도의 남자’를 주시니까 제가 느끼기에 연기력이 퀀텀 점프(낮은 에너지 준위에 있는 양자가 높은 에너지 준위로 이동하는 일)를 한 것 같았다. ‘적도의 남자’는 연기력이 들통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연기 시작하는 입장에서 차근차근 밟아야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다. 근데 여차저차 회사에서 넌 할 수 있다고 해주셔서 ‘알겠습니다. 도전해보겠습니다’가 됐다. 결정된 날부터 정서를 살인자의 정서를 가지고 다녔다. 지금보다 더 요령같은 게 없고 그러니까 평소에 웃을 일이 있어도 죄인이 되는 것 같고, 웃음을 최소화하고 안 웃고 다니고 어두운 생각만 하고 다녀야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그러니까 사람이 일상생활이 좋을 리가 없지 않나. 그때 너무 힘들었다.”
Q. 지금의 악역은 과거와 다른 느낌인가.
“지금은 발상 전환을 해서 ‘스마트폰’이나 ‘비상선언’을 그렸다. ‘비상선언’은 피해망상이 승화가 돼서 장난치는 느낌을 줬다. 본인의 숭고한 정화작용에 포커스를 맞췄다 ‘스마트폰’은 장난, 설레는 일, 장난을 키워드로 잡고 단 한번도 진지하려고 하지 않았다. 특정장면 두 신을 빼고 어느 장면 하나 너무 거짓말, 장난이라는 톤앤매너를 가지려고 했다.”
Q. 앞으로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저는 시키는 그대로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배우는 아닌 것 같다.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을까 고민하는 배우더라. 그래서 누군가에게 시켜도 똑같이 나올법한 전형적인 연기에 대해 성취감을 못 느끼는 것 같다. 그걸 토대로 봤을 때 계속 임시완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해석하고 풀어갈 때 궁금한 존재였으면 한다.”
[김나영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