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하고 싶은 마음이나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다만 이게 욕심이 되지 않도록 자제하려는 마음도 같이 가지고 있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고우석(LG 트윈스)이 항저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고우석은 30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 문화센터에서 열린 대표팀 공식 훈련에 참가했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의 지명을 받은 고우석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마무리 투수다. 지난해까지 310경기에서 16승 18패 124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1을 올렸으며, 올 시즌에도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무난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가장 큰 악몽은 역시 2020 도쿄 올림픽. 당시 일본과의 준결승 1차전에서 양 팀이 2-2로 팽팽히 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고우석은 아웃카운트 1개를 잘 잡은 뒤 다음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를 병살타성 2루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그는 1루에 베이스 커버를 제대로 들어오지 못했고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고우석은 야마다 테츠토에게 3타점 적시 2루타를 헌납한 뒤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한국은 만회점을 내지 못했고 결국 2-5로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불운도 있었다. 그는 올해 초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선발됐으나, 어깨 염증 증세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한국 역시 지난 2013, 2017 대회에 이어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날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고우석은 “그동안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것이 사실이다. 그 전 대회에는 형들이랑 같이 나갔었는데, 감독님들께도 그렇고 마음 속에 항상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었다. 항상 대표팀 나갈 때마다 좋지 못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설욕하고 싶은 마음이나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다만 이게 욕심이 되지 않도록 자제하려는 마음도 같이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그러면서 그는 “항상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마다 그것만으로 충분히 동기부여가 된다”며 “(2023 WBC 때는)부상 때문에 못 던졌었다. 이번에는 아프지 않고 정말 최선을 다해 던지고 싶다”고 결의를 불태웠다.
세대교체까지 고려한 이번 대표팀은 자체 연령 제한을 설정해 만 25세 이하 혹은 입단 4년 차 이하로 구성했다. 만 30세 이하의 와일드카드는 3명만 발탁했다. 경험이 일천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비교적 큰 무대에서 많이 뛰어본 고우석은 이번 대회에서 큰 역할을 해줘야 한다.
고우석은 “매 경기 투입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또래 선수들이 모인 만큼 대표팀의 현재 분위기는 매우 좋다고 알려졌다. 그는 “시끌벅적하다”며 씩 웃은 뒤 “아무래도 선수들의 각오가 남다를 것이다. 선수들 사이에서 편안함이 느껴지고 있다. 동나이대 선수들이 많다 보니 선수들이 편안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무덥고 습한 날씨는 대회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다행히 고우석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 그는 “내가 떠나올 때 한국의 날씨와 지금 (중국의) 날씨가 비슷한 것 같다. 현재 한국의 날씨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미 더운 날씨에서 하고 와서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낯선 공인구와 익숙치 않은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 문화센터의 환경도 한국 대표팀이 넘어야 할 과제다. 고우석은 먼저 공인구에 대해 “한국 공이랑 많이 비슷하다. 저는 생각보다 공에는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 다행”이라며 경기장에 대해서는 “마운드가 많이 높다. 그런데 KBO리그를 하면서도 원정경기를 가면 구장마다 마운드 특성이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고 던지는 것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전했다.
고우석의 처남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당초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으나, 왼 발목 부상을 당하며 낙마했다. 그럼에도 이정후는 항상 대표팀 걱정을 한다고.
고우석은 “(중국으로) 가기 전 (이정후가) 본인 빈 자리가 느껴지냐고 물어봤다. 너무 신경 쓰고 그럴까 봐 일부러 안 느껴진다고 했다”며 “(이정후가) 잘하고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이야기해줬다. 저도 좋은 성적을 내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고우석의 소속팀 LG는 현재 80승 2무 51패를 기록, 정규리그 우승 매직 넘버를 5만 남겨놓은 상태다. 고우석에게는 분명 우승 확정의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을 터.
그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아쉬웠는데, 이미 다른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을 묻어두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데 항상 경기를 찾아보는 것 만큼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뒷머리를 긁적였다.
한편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B조에 편성된 한국은 내일(10월 1일) 홍콩과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2일 대만과 격돌하며 3일에는 태국과 승부를 벌인다.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상위 2개팀은 슈퍼라운드에 진출한다. A조에서는 일본, 중국이 슈퍼라운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슈퍼라운드 1, 2위 팀은 금메달 결정전에서 맞붙으며, 하위 2개 팀은 동메달을 놓고 격돌하게 된다.
지난 2010 광저우 대회를 시작으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모두 정상에 선 대표팀은 이곳 항저우에서 아시안게임 4연패를 노리고 있다.
사오싱(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사오싱(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