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프턴) 등 월드클래스 스타들이 포진,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한국축구대표팀이 64년 만에 아시안컵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모래바람을 잠재우고 호주의 거센 도전을 뿌리친다 해도 마지막 결승에선 아시아 최강 일본과의 한판이 남아있어 그 여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1956년 1회 대회(홍콩)에 이어 1960년 2회 대회(한국)에서 연속 우승한 한국축구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관록을 보유하고 있으나 지난 64년간 아시안 컵대회에서는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동안 준우승 4회(1972년, 1980년, 1988년, 2015년) 3위 4회(1964년, 2000년, 2007년, 2011년)를 기록한 것이 전부다.
한국이 주춤한 사이 일본이 4회(1992년, 2000년, 2004년, 2011년)나 우승해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굳혔고 이란(1968년, 1972년, 1976년)과 사우디(1984년, 1988년, 1996년)도 각각 3회씩 우승해 강세를 보였다.
특히 이란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5회 연속 아시안컵 8강전에서 한국과 맞붙어 2승 3패를 기록할 만큼 호각의 접전을 벌여왔다. 1996년에는 ‘승부사’ 박종환 감독이 2대6으로 대패,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2004년에는 박지성, 안정환, 이영표, 이운재 등 2002년 월드컵 4강 멤버가 대거 출동하고도 3대4로 물러섰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과 이란이 16강전에서 나란히 승리하면 8강전에서 맞대결을 해야 한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로 한국(23위)보다 2계단 높을뿐더러 20여 명의 선수가 유럽 프로리그에서 활약, 한국에는 버거운 상대로 꼽히고 있다.
전 대회(2019년) 8강전에서 한국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 우승한 카타르와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도 만만찮아 경계 대상이다. 2011년 15회 대회 준우승에 이어 2015년 16회 대회에서 한국을 제치고 우승한 호주 역시 9년 만에 대회 패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예선 D조에 소속돼 E조의 한국과는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는 일본은 이번 대회 참가 24개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9위에 올랐던 일본은 작년 연말 현재 FIFA 랭킹이 17위로 아시아지역 1위를 달리고 있다.
14일 D조 예선 베트남과의 첫 경기에서 4대2로 가볍게 승리한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56)감독이 2018년부터 6년째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 모리야스 감독은 이날 승리로 지난해 6월 A매치 기간부터 10경기 연속 승리를 따냈으며 이 기간 43골을 터뜨리는 압도적인 화력도 뽐냈다.
경기당 4.3골을 기록한 셈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2022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독일, 스페인 등과 ‘죽음의 조’인 E조에 속했으나 2승 1패 승점 6, 조 1위로 16강전에 진출,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스타 감독’이다.
일본은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26명 중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20명이나 선발했다. 유럽파가 76.9%다.
윙어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와 중앙 미드필더 엔도 와타루(리버풀), 수비수인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선수는 3명이다.
또 아사노 타쿠마(보훔), 도안 리쓰(프라이부르크), 이토 히로키(슈투트가르트), 이타쿠라 고(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선수도 4명이다.
프랑스 리그1 소속 선수는 이토 준야, 나카무라 게이토(이상 랭스)와 미나미노 다쿠미(AS모나코) 등 3명으로 무려 20명의 유럽파가 일본대표팀에 승선했다.
일본 J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5명뿐이고, 카타르 알 라얀 소속의 다니구치 쇼고까지 아시아 무대 소속은 6명에 불과하다.
유럽파 숫자를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 엔트리 26명 중 유럽파는 12명으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 46.15%에 불과하다. 대신 K리그 소속 선수가 11명으로 유럽파 머릿수와 거의 비슷하다. 특히 수비라인에서는 김민재와 김지수(브렌트퍼드)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이 모두 K리그에서 뛴다.
차이가 있다면 ‘질’이다. 한국은 질과 무게감에서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은 일본 선수 중 그 누구도 범접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에 있다. 이번 시즌 EPL에서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황희찬과 파리 생제르맹에서 주전급으로 뛰는 이강인까지 화려한 멤버가 공격을 이끈다.
한국은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 공격 조합에 세계 최고의 센터백으로 평가받는 김민재까지 있다. 이재성(마인츠 05)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버티는 허리라인도 일본과 비교해 크게 밀리지 않는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안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대진상 두 팀은 결승전에서 만날 확률이 높다. 일단 선수 엔트리만 봐도 벌써 불꽃이 튀는 분위기다.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