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언제까지 도 넘는 비난을 받아야 할까.
한국 축구가 표류하고 있다. 역대 최악의 감독으로 남을 위르겐 클린스만(독일)과 무책임한 대한축구협회가 주된 원인이다.
클린스만호는 모두가 알다시피 최근 완벽히 좌초했다. 체계화 돼 있던 감독 선임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린 협회와 무능한 것은 물론이고 무책임하기까지 한 클린스만 때문이었다.
특히 클린스만은 한국 사령탑 재임 기간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행보를 보였다. 당초 한국 상주가 계약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A매치나 국내 행사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에만 한국을 찾았다. 대신 이 기간 클린스만은 ESPN 방송 패널 활동을 통해 유럽 클럽 팀들에 대해 떠들기에 바빴고, 당연히 인재를 찾기 위해 K리그 현장을 찾는 일은 드물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3월 출범한 클린스만호는 그해 9월 유럽 원정 두 번째 A매치였던 사우디아라비아전(1-0 승)에서야 가까스레 첫 승을 신고할 정도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 카타르의 우승으로 마무리 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2023에서는 6경기에서 10실점하는 등 부진 끝에 4강전에서 요르단에게 0-2로 완패하며 여정을 마쳐야 했다. 특히 요르단전에서는 단 한 개의 유효 슈팅도 날리지 못할 정도로 ‘참사’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다.
결국 지난 16일 협회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 축구와 클린스만의 동행은 끝났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가장 여파가 큰 것은 단연 ‘탁구 게이트’. 요르단과 4강전을 앞두고 이강인과 손흥민이 몸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 영국매체 더 선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경기 전날 만찬이 모두가 화합하며 ‘원 팀(One team)’임을 확인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친 이강인, 설영우(울산HD),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등은 탁구를 치려했다. 손흥민은 이들을 제지하려 했으나, 이강인은 이에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몸 싸움이 발생했고, 손흥민은 손가락이 탈구된 채 요르단전에 임해야 했다.
파장은 컸다. 논란이 커지자 이강인은 14일 자신의 SNS에 “언제나 저희 대표팀을 응원해주시는 축구팬들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 정말 죄송하다. 제가 앞장서서 형들의 말을 따랐어야 했는데 축구 팬들에게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죄송스러울 뿐이다. 제게 실망하셨을 많은 분에게 사과드린다”며 “축구팬들께서 저에게 보내주시는 관심과 기대를 잘 알고 있다. 앞으로는 형들을 도와 보다 더 좋은 선수, 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후 15일에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손흥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는 기사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했으나, 비판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이강인과 손흥민 두 선수 모두 이번 사건에 대해 분명한 책임이 있다. 이강인은 리더인 주장의 제지에도 팀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했으며, 손흥민도 멱살을 잡았다고 알려지는 등 잘한 행위는 없다.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두 선수의 개인 SNS에 찾아가 악성 댓글을 달고있다. 최근에는 가족들에게까지 욕설을 하는 등 선을 넘는 행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들만의 문제일까. 단체 생활을 하다보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정작 가장 많은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따로있다. 첫 번째는 당연히 클린스만. 당초 전략가보다 매니저형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사건이 터졌을 당시 그는 총 책임자였음에도 두 손을 놓고 수수방관했다. 여기에 해임되기 전 15일 ‘화상’으로 참여한 전력강화위원회에서는 아시안컵 부진의 원인으로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를 꼽으며 자신의 전술 및 전략에는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무책임’의 표본을 보여준 셈이다. 수석코치였던 안드레아스 헤어초크(오스트리아) 역시 자국 매체를 통해 같은 주장을 하는 등 유유상종(類類相從)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있다.
협회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아시안컵 일정이 끝난 뒤 시종일관 태평한 행보를 이어가던 이들은 최초 보도가 나오자 이례적으로 이를 발빠르게 인정했다.
이어 계속된 후속 보도에도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던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해임을 발표한 직후 ”선수단 내부 문제가 불거져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일이 있었다. 한 달이 넘는 긴 단체 생활과 그리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이어온 가운데 예민해진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향후 대표팀 운영에 있어 중대하게 살펴야 할 부분과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말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향후 코칭 스텝 구성이나 선수 관리에 대한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이상 상황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양한 방도를 구하겠다. 이번 대회에 관련해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드리고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배경이나 개요, 정황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은 물론 사건 자체에 대한 언급도 자제하려는 의도가 담긴 두루뭉술한 답변이었다. 앞장서서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협회가 오히려 두 선수를 방패 삼아 십자 포화를 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때문에 분명한 위기에 몰려있다. 말 그대로 현재 쑥대밭이 된 가운데 당장 다음달에는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치러야 한다. 빠르게 팀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비판 및 비난은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충분히 많은 비판을 받은 두 선수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현재 한국 축구가 직면한 문제에서 가장 크게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따로 있다. 두 선수를 향한 과도한 비판은 한국 축구에게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재건을 위한 논의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