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근간이 호구로 보이십니까... 축협, ‘K리그 감독 빼가기’ 문제의식조차 없다

“국가대표팀 코치 시절을 떠올려보면 대표팀은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것이다. 명예로운 자리다.” 대한축구협회(KFA)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정해성 위원장이 4월 2일 2024년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며 내뱉은 말이다.

K리그를 향한 KFA의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국가를 위해서라면 한 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는 K리그 현직 감독을 빼 오는데 주저함이 없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구단과 함께하는 수만 명의 팬은 고려하지도 않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늘 회의에서 32명의 후보자 중 11명을 추렸다”면서 “국내 지도자 4명, 국외 지도자 7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외 지도자 7명에 대한 면담을 비대면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후보군에 오른 국외 지도자들의 경기 영상을 취합해 분석 중이다. 국외 지도자 면담이 끝나면 국내 지도자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5월 초중순까진 새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했다.

정해성 축구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4월 2일 서울 종로구 대한축구협회에서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결과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국가대표 전력강회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제가 있다. 내국인 감독 후보 가운데 K리그 현직 지도자가 있다. 정 위원장은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K리그 현직 감독들이 다 포함됐다. K리그 현직 감독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을 때 ‘괜찮다’고 표현하는 데는 위험 부담이 있다. K리그 감독이 시즌 중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면 소속팀에 어려운 부분이 있을 거다. 이 부분은 KFA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가대표팀 새 사령탑이 외국인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KFA는 자금난에 시달린다.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것만으로 벅찬 데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코치진에게 지급해야 할 위약금도 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울산 HD FC 홍명보 감독, 한국 U-23 축구 대표팀 황선홍 감독이 하마평에 올랐다. 심지어 올 시즌부터 제주 유나이티드를 이끄는 김학범 감독,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FC 서울에서 새출발을 알린 김기동 감독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프로는 비즈니스다. KFA가 상식적인 집단이라면 K리그 구단에 위약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면서 구단, 팬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그런데 위약금이란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국가대표팀은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자리란 얘기만 나온다. 영광스럽고 명예로운 자리라면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것 또한 상식이다.

외국인 감독은 제값을 주면서 내국인 감독에겐 명예, 영광 등의 단어만 앞세운다. KFA가 내국인 감독의 가치를 최대한 낮춘다.

한국 축구 대표팀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사진=AFPBBNews=News1

KFA는 늘 그래왔다. 2007년 7월 18일이었다. 부산 아이파크는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 안드레 에글리 감독의 후임으로 한국 U-23 축구 대표팀 박성화 감독을 선임했다. 박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 사령탑으로 선임된 지 17일 만의 일이었다.

또 있다. KFA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 중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선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던 최강희 감독을 선임했다. 최 감독이 전북에서 200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2009시즌 K리그 우승 등을 일구며 팀을 아시아 대표 클럽으로 성장시키는 때였다.

당시 최 감독은 전북 잔류 의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하지만, KFA엔 선택지가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오르면 팀을 이끌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것이었다. 최 감독은 공언한 대로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예선까지 팀을 이끌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선 홍명보 감독이 팀을 맡았다.

체계나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는 대표팀이 성공할 리 없었다. 한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 2패(승점 1점)를 기록했다. 한국이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유일한 대회다.

정 위원장은 새 감독의 자질로 “KFA가 가지고 있는 기술 철학에 가장 적합한 감독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KFA는 4년 6개월 준비하며 쌓아온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성과를 스스로 뭉갰다.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성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전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

FC 서울의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K리그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FC 서울은 2023시즌 19차례 홈경기에 43만 29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평균 2만 2천633명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울산 현대(평균 1만 8천210명), 대전하나시티즌(평균 1만 2천856명), 전북(1만 2천566명), 수원 삼성(1만 1천798명), 대구 FC(1만 965명) 등 평균 1만 관중을 넘은 팀만 6팀이었다.

K리그1은 지난해 288경기에서 244만 7천147명의 관중과 함께했다.

구단은 매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팀을 운영한다. 팬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구단과 함께 뛴다. KFA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근간인 K리그를 배려하지 않는다.

K리그는 호구가 아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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