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로 돌아온 강동원 “잘생겼다는 칭찬, 지겹지 않아” [MK★인터뷰①]

강동원 “‘설계자’에 끌린 이유요? 영화적 상상력 흥미로워”

‘이 죽음은 정말 우연히 일어난 사고일까’ 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로 돌아왔다.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사고사로 조작하는 설계자 영일이 된 강동원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를테면 월천을 연기했던 이현욱의 말처럼 ‘차가운 참치캔’ 같은 냉미남의 얼굴이랄까.

배우 강동원이 영화 ‘설계자’로 돌아왔다. / 사진 = AA그룹

“저는 개인적으로 ‘설계자’를 보면서 배우로서 전보다 성장한 감정표현을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전에는 화를 내도 그렇게 무서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무서워 보이더라고요.(웃음) 저는 알고 있었죠, 이제는 화내는 모습이 무서워 보일 거라는 걸. 전보다 화를 잘 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했고, 역시나 잘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감정연기가 예전보다 많이 쌓여서 그런 것 같아요. 뭐, 실제로 많이 경험이 쌓이기도 했고. 하하”

‘설계자’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영일은 이름, 나이, 출신 그 어떤 기록도 세상에 남아있지 않아 일명 깡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의뢰받은 청부 살인을 완벽한 사고사로 조작하는 삼광보안 팀에서 그와 늘 함께 해온 동료가 교통사고로 죽자, 과연 그의 사고가 ‘진짜 사고’였는지 아니면 ‘계획된 살인이었는지’에 대한 의심에서 영화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후 영일은 반복해서 벌어지는 주변의 사고들을 보며, 모든 사고가 단순한 우연인지 아니면 자신 역시 누군가의 타깃이 되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혼란을 느끼게 된다.

“‘선’ 조절이 쉽지 않았어요. 정확히 미친 것도 아니고, 내가 진짜인지 미쳐가는 건지, 영일을 노리는 ‘청소부’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끊임없이 의심해야 했고, 그렇기에 선을 그려놓고 연기를 할 수 없었죠. 관객들에게 그 무엇도 믿게 만들면 안 됐었거든요. 영일의 선을 유지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엔딩에서도 감정선을 더 갔어야 했나 그 고민도 많았는데, 사실 영화를 보고도 모르겠다는데 제 솔직한 심정이에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경계가 불분명한 영일은 흑백을 가릴 수 없는 ‘회색’에 가까운 인물이다. 이 같은 흐릿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에 강동원은 “영화가 회색이었다. 명확한 대사가 있고 명확한 상황이 있는 것과 달리 이런 캐릭터와는 연기하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대부분 배우들이 그럴 텐데, 영일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 호흡이 많고 망가지고 그러는 건 1차원 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영일은 미묘한 차이로 영화 톤이 바뀔 수 있어서 이를 연기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대사가 많이 없는 것이 쉬울 거 같아도, 장단점이 있어요. 대사를 외우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카메라 앞에 서면 난감할 때가 많았죠.”

사진 = AA그룹

어떤 점이 난감했느냐에 대한 질문에 강동원은 “움직임은 제한되고, 감정표현은 해야 하고”라며 답을 이어갔다.

“경험에서 나온 것인데, 앞서 말한 것처럼 대사 없는 캐릭터가 쉽지 않았어요.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은 경험에서 알고 있지만, 클로즈업이 들어와서 대사가 없을 때 연기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게 왜 힘들까’를 생각했을 때, 행동에 대한 제약으로 호흡하는 걸 까먹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 연기가 이상하게 나오는 거죠. 그래서 촬영에 들어갈 때마다 마음속으로 ‘까먹지 말자. 호흡은 계속하고, 정확히 대사를 해야 한다’를 늘 생각하죠. 그 덕분인지 생각보다 연기를 하면서 긴장된 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클로즈업이 들어왔을 때 대사가 없어도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죠.”

클로즈업 연기의 또 다른 힘든 점으로 강동원은 ‘눈 시림’을 꼽았다. 집중해서 카메라를 쳐다보다보면 눈 깜빡임을 잊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눈 시림으로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눈이 엄청 시렸던 기억이 있어요. 극중 긴장도가 올라가는 순간이 많으니, 누구를 의심하고 있거나, 눈도 깜빡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하다가 눈물이 났어요. 뭔가 집중해서 쳐다보다 보면 눈 깜박 못하고 눈이 시릴 때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원래 눈이 약하기도 합니다.”

신선한 소재로 관심을 받은 ‘설계자’이지만, 믿을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의심하는 영일의 모습은 때로는 관객들에게 ‘피로’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명확한 지점이 없이 이어지는 전개들은 호불호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모호하게 열린 엔딩은 ‘호불호’의 정점을 찍었다.

영화의 ‘호불호’에 대해 강동원은 “저는 재미있게 봤었다. 비록 단점도 장점도 있지만, 고민도 고생도, 정말 많이 했던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제가 판단할 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설계자’에 끌린 이유요? 사고로 위장해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소재가 굉장히 신선했고, 사실 실제로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적 상상력이 재미었고, 거기에 영일이의 심리적인 변화도 흥미로웠죠.”

사진 = AA그룹

열린 엔딩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강동원의 해석은 어떠할까.

“취조실에 들어가서 나오는 순간까지, 영일의 표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내가 진짜 미치는 건가’라는 영일의 심정을 더 강하게 표현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진짜 울부짖다 싶을 정도로 연기했어야 했나 싶기도 했고. 애매하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설계자’에서 예상 외로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이종석과의 생각지 못했던 케미였다. 강동원과 이종석의 연기 합에 대해 ‘설계자’를 진두지휘했던 이요섭 감독은 ‘흑미(남)’와 ‘백미(남)’라고 표현했다.

“굉장히 적절한 비유였어요.(웃음) 실제로 연기할 때도 좋았어요. 특별출연이다 보니 오래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다들 없어지거나 사라져서, 혼자 촬영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동료가 돼 줘서 즐거웠어요.(웃음)”

‘설계자’를 통해 ‘흑미남’이는 별명이 생긴 강동원, 미남이라는 칭찬 이제 지겨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에 강동원은 웃으면서 “지겹지 않다. 엄청 좋다. 칭찬해 주신다고 생각이 들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사진 = AA그룹

‘설계자’는 국내 개봉에 앞서 전세계 41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이뤄내며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몽골,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홍콩, 인도, 구소련, 발틱, 동티모르 등 세계 각지에서 개봉을 확정, 글로벌 관객들을 순차적으로 만난다. 이와 관련해 강동원은 개봉에 앞서 글로벌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한국이 절대 그런 나라는 아니에요. 살인을 사고로 꾸민다든지 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라는 말을 우선 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위험한 나라는 아니니, 마음 놓고 관광 오셔도 괜찮습니다. (웃음)”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법무부, 뉴진스 하니 고용 정리 후 불법 체류 조치
창립자 이수만, SM 30주년 기념 콘서트 불참
블랙핑크 리사, 시선 사로잡는 비키니+우월한 몸매
클라라, 아찔한 노출+섹시 시스루…돋보이는 볼륨감
이강인 3호 도움…시즌 10번째 공격포인트-1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