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터스 하우스의 주인공으로 자리한 배우 설경구가 영화 ‘박하사탕’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설경구는 그동안의 대표작을 이야기하면서 과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3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배우 설경구의 액터스 하우스가 열렸다.
올해로 4회를 맞는 액터스 하우스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의 작품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조명하는 특별한 자리이다. 올해의 주인공이 된 설경구는 “몇 년 전부터 제안이 온 걸로 알고 있다. 제가 혼자 주인공이 되어서 앉아 있는 게 쑥스럽고 불편했다. 그래서 불편하게 앉아 있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설경구에게 부산국제영화제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99년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었다. 4회 때 왔었는데, 당시 ‘박하사탕’이 개막작이었다. 그때 처음 부산영화제에 왔었다. 어리바리하고 무대에 올라오라고 하는데 관객들도 쟤네들 뭐지?하는 눈으로 보고 고개도 못 들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가끔 한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인터뷰할 때도 말씀을 드리는데 2시간 10분 만에 사람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했다. 상영을 하고 제가 구석에 몰려서 관객들이 저에게 다가오는 게 보이는데 유명인사가 되어 있었다. 그런 강렬한 기억이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설경구에게는 ‘박하사탕’은 애정이 깊은 작품이다. 설경구는 “저는 (작품을) 못 본다. 부산영화제 때 기간이 열흘인데 방을 잡아줬다. 낮에는 GV 같은 걸하고 밤에는 그렇게 술을 먹었다. 새벽 3~4시면 호텔에서 기어 나와서 다시 해장을 하고 시작하고 그랬다. 그런 시절이었는데 기자회견 때 잠깐 들어가서 영화를 봤다가 펑펑 울고 나온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못 본다. 지금도 말하면서도 울컥한다”며 감정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언제쯤 볼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 “죽을 때 같이 보내줘라”라며 애정을 보였다.
이날 액터스 하우스에서는 설경구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조명했다.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설경구는 “원동력이라기보다 어떻게 보면 한 작품, 한 작품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제가 제 작품을 보기 힘든 이유 중에도 하난데 이전 모습이 겹쳐질 때가 너무 힘들다. 때문에 헤어도 바꾸고 살도 찌워보고 별짓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연기를 해오며 즐기는 순간도 있을 법 했지만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설경구는 “못 즐겼다. 그래서 너무 상 받을 때도 미안해하면서 받았다. 잘 못 즐겼던 게 좀 후회가 되더라. 잠깐이지만 좋은 일이었는데 되게 미안해하면서 받았다. 그걸 못 즐긴 것 같다”라고 답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여러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비결에 대해서는 “그것도 결국 시나리오에 답이 있지 않나. 배우라는 직업이 혼자 만들어 나간다기보다 감독님과 같이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이번에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지 그런 것보다 캐릭터에 맞게 해석을 해서 표현을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설경구는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기대하고 있을까. 그는 “앞으로 10년은 뭐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바람이 있다면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일은 일이고 제 자신이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한편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개최된다.
[부산=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