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는 세계복싱기구(WBO) 아시아태평양 슈퍼미들급(-76.2㎏) 타이틀매치(3분×12라운드)를 메인이벤트로 하는 대회가 더원 프로모션 주최 및 사단법인 한국복싱커미션(KBM) 주관으로 열렸다.
도전자 윤덕노(29)는 세계복싱기구 아시아태평양 슈퍼미들급 챔피언 타이슨 고키(31·일본)의 타이틀 1차 방어전 상대로 나서 7라운드 2분 2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2024년 6월 첫 대결과는 입장 및 결과 모두 정반대다.
어떤 스포츠든 한번 진 상대에게 설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대일 종목이라면, 게다가 우승 여부가 걸린 경기일수록 더욱 어렵다.
한국복싱커미션 황현철 대표는 “동양태평양복싱연맹(OPBF) 73년 역사에서 타이틀매치 패배를 겪은 상대한테 타이틀전 승리로 만회한 대한민국 챔피언은 5명이 전부”라고 설명한다.
황현철 대표는 SBS스포츠 및 tvN SPORTS 해설위원 등 국내 최고 전문가로 손꼽힌다. 1969년 김기수 1978년 정상일 1979년 양홍수 1982년 정순현 1983년 박종팔이 리벤지 타이틀매치 승리로 OPBF 왕좌를 되찾은 한국인 챔피언들이다.
세계복싱기구 아시아태평양 챔피언이면 동양태평양복싱연맹 챔피언과 동등하다고 인정할 만하다. ‘정상을 뺏은 상대한테 복수하여 타이틀을 탈환한 한국인 동양 권투 챔피언’이 1만5056일 만에 등장한 것이다.
윤덕노가 타이틀 방어 무산에 실망하지 않고 바로 다음 경기로 재대결하여 다시 동양 챔피언이 된 것은 41년2개월19일 전 박종팔과 같다. KO패를 KO승으로 갚아준 것 또한 마찬가지다.
박종팔은 1983년 5월 동양태평양복싱연맹 미들급(-72.6㎏) 챔피언 16차 방어전 7라운드 KO패 99일 만에 4라운드 KO승을 거뒀다. 윤덕노는 세계복싱기구 아시아태평양 슈퍼미들급 챔피언 1차 방어전 1라운드 TKO패 5개월 후 7라운드 TKO로 이겼다.
1984년 7월 박종팔은 국제복싱연맹(IBF) 슈퍼미들급 챔피언으로 등극한다. 동양태평양복싱연맹 왕좌 복귀 323일(10개월19일) 만에 체급을 올려 월드 챔프가 된 것이다.
물론 OPBF 타이틀매치 17승 1패의 박종팔과 세계복싱기구 아시아태평양 챔피언전 2승 1패의 윤덕노의 경험은 41년의 시간 차이가 있다고 해도 같은 수준으로 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쉽지 않은 리벤지를 해낸 동양 권투 챔피언이 더욱 큰 무대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기를 바랄만한 근거로는 충분하다. KBM 황현철 대표는 “윤덕노가 1차전 좌절을 거울삼아 얼마나 노력했고 타이슨 고키를 철저하게 분석했을지가 느껴진 한판이었다”며 전했다.
세계복싱기구 아시아태평양 슈퍼미들급 타이틀전 심판 3명은 18분 동안 60-54로 타이슨 고키한테 우위를 점했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7라운드 KO승은 6라운드까지 우월한 경기 내용으로 더욱 빛났다.
황현철 대표는 “자신을 KO 시킨 상대를 다시 만나 승리한다는 것, 그것도 KO승을 거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차전도 패하면 재기가 쉽지 않은 절박한 상황에서 멋지고 감동적인 투혼이었다”며 윤덕노의 정신력에 박수를 보냈다.
“거리를 최대한 좁혀 타이슨 고키의 궤적이 큰 레프트를 원천 봉쇄했다”며 분석한 황현철 대표는 “리듬감 있는 몸놀림과 부드러운 연타, 강약을 조절한 가격은 세계복싱협회(WBA) 슈퍼미들급 챔피언을 지낸 백인철 전성기를 연상시켰다”며 윤덕노한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인철은 ▲1983~1986년 OPBF 웰터급(-66.7㎏) 챔피언 14차 방어 ▲1987년 WBA 슈퍼웰터급(-69.9㎏) 타이틀 도전자 ▲1988년 OPBF 미들급 챔피언 1차 방어 ▲1989~1990년 WBA 슈퍼미들급 챔피언 2차 방어에 성공했다.
모두 4체급에 걸쳐 동양태평양복싱연맹 타이틀매치 17승 및 세계복싱협회 타이틀매치 3승2패를 기록한 1980년대 권투 월드클래스와 비교한 것은 현재 윤덕노한테는 극찬이다. 황현철 대표는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더욱 높이 날기를 기대한다”며 격려했다.
2016년~ 9승 2패
KO/TKO 7승 1패
2021년 KBM 챔피언(1차 방어)
2023년 WBO 아시아태평양 챔피언
2024년 WBO 아시아태평양 챔피언
[강대호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