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레전드 공격수 중 한 명인 황선홍(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이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바라보며 한국축구의 현주소에 대해 짚었다.
19일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강원FC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22라운드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동아시안컵을 지켜봤다. (한일전에 대해) 크게 이야기해 드릴 부분은 없다.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다만 대회 특성상 두 팀 모두 최정예로 나서지 않았다. 핵심 선수들을 두고 펼치는 경기가 열려야 더 명확한 차이가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는 정말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 중 한 명이다. 1988년 12월 6일 첫 태극마크를 단 뒤 2002년 11월 20일까지 활약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조별리그 폴란드전에서 팀의 추가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월드컵 본선 첫 승을 이끌기도 했다. 황선홍 감독은 A매치 통산 103경기 출전 50골을 기록했다. 역대 최다골 3위(1위 차범근 58골, 2위 손흥민 51골)에 올라있다.
현역 은퇴 후에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전남드래곤즈 코치를 시작으로 2008년 부산아이파크에서 첫 감독 커리어 쌓았다. 포항스틸러스, FC서울, 옌벤 푸더, 대전, U-23 대표팀을 이끌었다. 프로팀을 이끌며 리그와 FA컵(현 코리아컵) 우승, U-23 대표팀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는 성공적인 순간도 있었지만,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이었던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탈락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도전에 실패했던 뼈아픈 순간도 맞이했다.
황선홍 감독은 한국축구와 일본축구의 격차를 공감했다. 그는 “(동아시안컵 후) 여러 매체의 보도를 봤다. 오노 신지(일본 축구대표팀 레전드 미드필더)가 국내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해 잘 이야기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와 일본은 규모, 프로리그 내 자본 등 많은 부분이 차이가 난다.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벌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한국은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했던 경향이 있고, 일본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해 왔다. 이제는 우리도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갈 것인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뭐가 옳고 그름인지 잘 판단하고 고민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때와 지금의 한일전 성격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제가 뛰던 시기와 다른 마음일 것”이라며, 취재진이 1998년 4월 1일 열린 한일전에서 황선홍 감독의 득점에 대해 물어보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당시 이야기를 꺼내기에는 이제 시간도 많이 지났고, 시대도 많이 달라졌다”라며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성에 대해 짚었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경기도 용인, 수원, 화성시 등 3개 도시에서 7일 개막해 16일까지 진행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대표팀은 2승 1패(승점 6)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과 최종전(3차전)에서 성적이 갈렸다. 홍명보호는 일본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한일전 최초 3연패 기록과 함께 2022년 대회(일본)에 이어서 일본에게 우승을 내줘야만 했다.
홍명보호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까지 1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본격적인 첫 걸음을 내디뎠다. 동아시안컵을 치르며 국내파 점검을 이어갔다. 숨은 재능을 찾는 수확도 있었으나, 아시아 최강 일본과의 격차를 좁혀야 하는 과제 또한 떠안게 됐다.
신문선 명지대 초빙 교수 또한 황선홍 감독과 마찬가지로 ‘한국축구의 방향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신문선 교수는 17일 본지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일본은 2005년 ‘일본의 길(Japan’s Way)’이라는 축구 개혁안을 발표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착실히 세부 사항을 실행하며 아시아 최강에 올랐다”라며 “한국축구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모두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6월 20일 한국축구만의 고유성을 담은 기술철학 ‘MIK(Made In Korea)’를 발표했다. 당시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한국축구의 역사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과 지침을 마련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운 프로젝트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강릉=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