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도 이 자리가 당연하지 않았습니다.”
주장 손흥민은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렸지만, 여전히 겸손함을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와 동료들의 응원을 바랐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친선경기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배준호를 대신해 경기장에 나선 손흥민은 A매치 통산 136번째 출전을 기록했다. 차범근 전 감독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한국 A매치 최다 출전 타이를 기록했다.
의미 있는 기록이다. 손흥민은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친선경기)를 상대로 18세 나이에 A매치 데뷔해 15년 동안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3번의 월드컵, 4번의 아시안컵, 1번의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경험했다. 기대주였던 손흥민은 이제 에이스를 넘어 주장 역할까지 소화하고 있다. 대표팀의 대체 불가 자원이다.
손흥민은 자신의 새로운 기록을 득점포로 자축했다. 멕시코전 0-1로 뒤진 후반 20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A매치 통산 136번째 경기에서 53호골을 기록하며, 차범근 감독의 A매치 최다골(58골)에도 도전을 이어갔다. 이제 5골 차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멕시코를 상대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손흥민의 동점골 이후 후반 30분 오현규의 역전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추가시간 멕시코의 최전방 공격수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개최국 중 하나이자 북중미 최강 멕시코를 상대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며 월드컵 본선 무대를 확실하게 대비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중계사 인터뷰를 통해 “강팀을 상대하는 것은 큰 경험이다. 이번 2연전에서 큰 교훈을 얻었다. 다만, 강팀을 상대로 리드를 잡은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고 승리를 가져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큰 배움이 있는 시간이었다”라고 9월 A매치를 돌아봤다.
손흥민은 장거리 이동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이전까지 토트넘에서 활약하며 장거리 이동으로 컨디션 난조가 있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 이적 후 이를 줄일 수 있었다. 컨디션 관리가 한결 편해졌고, 미국-멕시코전에서 2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손흥민은 “좋은 컨디션 속에서 경기를 펼쳤다. 경기력도 많이 올라왔고, 부상 또한 이전보다 나아졌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 다만, 동료들이 먼 원정길에 오르며 안 좋은 컨디션으로 뛸 수밖에 없었다. 저보다는 고생한 동료들을 더 많이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A매치 최다 출전 기록에 대해서는 “18살부터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많은 코칭스태프, 동료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순간도 이 자리(국가대표)가 당연하지 않았다. 큰 영광이고, 명예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셔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토트넘 고별전에서도 말했듯, 이제 시작이라 생각한다. 아직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았다.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축구를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월드컵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진심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당부했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