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규가 슈투트가르트를 향해 역대급 ‘사이다’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은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대비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난타전 끝 2-2 무승부 마무리했다.
대한민국은 라울 히메네스에게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손흥민, 오현규의 연속 득점으로 역전했다. 이후 산티아고 히메네스에게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 승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웃으면서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던 대한민국이다. 미국 원정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분명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았으나 일본이 미국에 패배, 1무 1패로 초라하게 떠난 것을 고려하면 기분 좋은 성과였다.
이날 가장 기분 좋았던 건 바로 오현규였을 것이다. 그는 멕시코전에서 선발 출전, 87분을 소화하며 1골 1도움 맹활약했다. 손흥민의 환상 동점골을 도왔고 이후 멋진 드리블 이후 정확한 슈팅으로 멕시코 골문을 열었다.
이미 대한민국의 ‘슈퍼 서브’로 활약 중이었던 오현규다. 지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선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음에도 무려 4골을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발 출전, 대한민국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골 맛을 봤다.
오현규는 득점 후 자신의 왼쪽 무릎을 강조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는 슈투트가르트를 향한 역대급 ‘사이다’ 세리머니였다.
사실 오현규는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헹크를 떠나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할 예정이었다. 심지어 개인 및 구단 간 합의가 끝났고 메디컬 테스트까지 소화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는 재협상을 원했고 이 과정에서 불발, 오현규의 분데스리가 이적은 무산됐다.
슈투트가르트는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떠난 닉 볼테마데를 대신할 선수로 오현규를 선택했다. 무려 2800만 유로(한화 약 455억원)이 이적료로 말이다.
문제가 된 건 메디컬 테스트였다. 오현규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이 있었고 이에 대한 이력을 슈투트가르트가 문제 삼은 것이다.
벨기에 매체 ‘HLN’은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에게 2800만 유로를 제안했으나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의 문제를 이유로 새로운 조건을 요구했다. 그리고 헹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슈투트가르트는 메디컬 테스트 도중 과거 십자인대 부상 문제를 발견했고 이후 헹크에 새로운 가격 협상을 원했다. 독일 언론에 의하면 이 제안에는 상당한 가격 할인, 그리고 임대 이적 등 여러 조건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헹크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들은 오현규가 완전히 건강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를 영입할 당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고 최근 몇 년간 무릎 부상 문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슈투트가르트의 파비안 볼게무트 단장은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오현규를 오랜 시간 검토했고 팀 전체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모든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했고 최종 합의를 위해 슈투트가르트로 초청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현장에서의 논의, 모든 당사자와의 세부 사항 조율 과정에서 점점 합의를 방해하는 문제들이 생겼다. 결국 오현규의 이적은 불가능하게 됐다”고 더했다.
‘빌트’는 이에 대해 “오현규는 오래 전 무릎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으나 이후 큰 문제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메디컬 테스트 도중 의문을 품게 됐다. 무릎 문제가 처음 예상보다 더 심각하며 추후 손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슈투트가르트는 결국 다시 협상을 진행했다. 벨기에 측 소식통에 의하면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에게 2500만 유로 이상의 제안을 할 생각이었으나 재협상 과정에서 최대 2000만 유로(한화 약 325억원)를 목표로 했다. 임대 옵션도 논의됐다”고 밝혔다.
오현규의 ‘무릎 세리머니’는 슈투트가르트에 대한 항의로 보였다. 그리고 자신의 무릎이 이렇게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오현규는 멕시코전 이후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 마음의 정리를 하고 왔다. 100% 집중할 자신이 있었고, 오늘 경기에서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많은 분이 아시다시피 내 무릎과 관련해 (이적이) 아쉽게 됐다. 해당 팀을 저격하는 것은 아니다. 내 무릎은 항상 건강했고, 다른 선수 못지않게 좋은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언급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