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심장’ 박지성이 오랜만에 과거 동료들과 같은 경기장을 누볐다. 그는 잠시 추억에 잠기는 듯했다.
박지성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아이콘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 메인 경기에 FC스피어(공격수 팀) 소속으로 선발 출전했다.
현역 시절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박지성은 지난해 코치로 참석했다. 경기 막판 짧은 시간 출전에 그쳤지만, 이번 아이콘매치에는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긴 보강 훈련 끝에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여전히 100%가 아님에도 박지성은 선발 출전해 후반전까지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지성은 “오랜만에 상암에서 경기를 치렀다. 다행히 많은 팬이 즐겁게 봐주신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라며 “지난해보다 더 오랜 시간 뛰었다. 선수 시절에 같이 경기를 했던 선수들과 함께 한국에서 합을 맞춘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만큼 팬들이 좋아해 주셔서 저 역시 기쁜 마음으로 뛰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FC스피어는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 팀)에 1-4로 대패했다. 재활까지 진행한 박지성은 “모든 프로 선수라면 마찬가지다. 특히 이런 경기에서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모두 같은 마음이기에, 승리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FC스피어는 실드 유나이티드에 1-2로 역전패를 당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 박지성은 “아쉬운 결과지만, 오늘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더 만족해야 한다. 선수들도 즐겁게 좋은 경기를 서로 펼쳤기 때문에 그걸로도 충분하다”라고 했다.
축구만이 갖고 있는 서사를 담고 싶었던 2025 아이콘매치, 어쩌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에게 뜻깊었을 수 있다. 과거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했던, 맨유의 전성기를 이끈 황금기 멤버가 총출동했다. 박지성을 비롯해 웨인 루니(FC스피어), 마이클 캐릭, 리오 퍼디난드, 네마냐 비디치(이상 실드 유나이티드)가 함께 경기장을 누볐다. 비록 같은 팀은 아니었지만, 이들의 현역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장면이다.
박지성은 “평소에도 그렇고 이번 훈련을 하면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은퇴하고 경기장에서 같이 뛰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옛날 생각이 나고, 경기장에서 잠시 추억에 젖었던 것 같다. 선수 시절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상암(서울)=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