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브 로버츠 LA다저스 감독은 마지막 다저스타디움 등판을 가진 클레이튼 커쇼와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로버츠는 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경기를 6-3으로 이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다저스타디움 마지막 등판을 가진 선발 커쇼에 대해 말했다.
그는 “경기 초반에는 어제의 감정이 조금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최고는 아니었다. 그러나 늘 그랬듯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팀을 이길 수 있는 위치에 올려뒀다”며 이날 4 1/3이닝 4피안타 1피홈런 4볼넷 6탈삼진 2실점 기록한 커쇼의 투구에 대해 말했다.
5회 1아웃에서 그를 마운드에서 내린 로버츠는 “타자를 삼진으로 잡은 다음에 팬들이 그를 기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계획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장면으로 마무리하기까지 꽤 복잡한 계산이 필요했다. 로버츠는 “처음 생각은 5회까지 던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경기 양상과 그의 구위를 봤을 때 너무 오래 놔두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늘 경기를 이겨야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4회 커쇼가 (윌리) 아다메스를 잡아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좌타자인) 데버스를 마지막 타자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쇼에게 좌타자를 잡게 하고 다음 타자는 (에드가도) 엔리케스에게 맡길 계획이었다. 그가 이닝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한 타자 더 상대하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거기까지 승부하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비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팬들에게 인정받을 기회도 줄 수 있었다”며 경기 도중 했던 생각들을 풀어놨다.
마운드에 오른 순간 커쇼가 눈물을 흘렸는지를 묻자 “그는 그랬다. 나는 아니었다. 여전히 이겨야 하는 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 순간은 그를 위한 순간이었다. 그는 동료들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내야수들과 포옹을 나눈 커쇼는 로버츠와도 포옹을 나눴다. 그때 둘은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로버츠는 “‘멋진 커리어 축하한다’고 말해줬더니 그는 ‘오늘 못 던져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그가 그렇게 자신을 저주하는 장면은 자주 보지 못했다”며 당시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그는 여기에 커쇼가 자신에게 마지막 아웃을 잡은 공을 기념으로 가져도 되는지 물었다고 전했다.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오늘은 너의 날이니 원하는 것은 뭐든 해도 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에 협조했다. “사무국과 논의했고, 오늘 그를 기념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뭐든 해도 좋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시간제한에 구애되지 않고 그를 기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저스는 이날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4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패하면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포스트시즌 진출도 확정했다.
2016년 다저스 감독 부임 이후 매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있는 로버츠는 “절대 낡지 않을, 대단한 업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기에 절대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첫 단계를 밟았고, 그다음은 지구 우승을 확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다. 지구 우승을 확정한 다음에는 포스트시즌에 집중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며 포스트시즌 진출의 의미에 관해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