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혈전으로 선수단의 체력이 바닥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아쉽게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으나, 대신 밝은 미래를 확인했다. ‘사자군단’ 삼성 라이온즈의 이야기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김경문 감독의 한화 이글스에 2-11로 완패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 3패에 그친 삼성은 최종 4위로 올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비록 아쉽게 한국시리즈 티켓을 한화에 내줘야 했지만, 삼성은 올해 충분히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이들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였다. 8월 중순에는 5연패에 빠지기도 했다. 8월 14일 기준 삼성은 가을야구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에 5경기 차 뒤진 8위였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막판 뒷심을 발휘했고, 결국 74승 2무 68패를 기록, 4위에 이름을 올리며 당당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가을야구에서는 저력이 돋보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최대 2차전·4위에게 1승 부여) 1차전에서 시즌 막바지 9연승을 질주, 돌풍을 일으키던 5위 NC 다이노스(71승 6무 67패)에 1-4로 패했지만, 2차전을 3-0 승리로 장식하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3위 SSG랜더스(75승 4무 65패)와 만난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서도 상승세는 계속됐다. 1차전에서 5-2 승전보를 적어냈다. 2차전에서는 3-4로 무릎을 꿇었지만, 3차전 5-3 승전고에 이어 4차전마저 5-2로 가져가며 플레이오프로 거침없이 나아갔다.
하지만 계속된 혈투로 인해 선수단의 체력은 서서히 고갈되고 있었다. 여기에 잔부상도 꾸준히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삼성이다. 1차전에서 8-9로 무릎을 꿇은 뒤 2차전을 7-3 승리로 가져왔다. 이후 3차전에서는 4-5로 분패했으나, 연타석 3점포를 쏘아올린 김영웅의 맹활약을 앞세워 4차전을 7-4 승전보로 장식했다. 아쉽게 5차전에서 패퇴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지만, 많은 박수 속에 퇴장했다.
무엇보다 지속적 강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2011~2015년 4연속 통합우승 및 5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은 이후 기나긴 ‘암흑기’를 보냈다. 2021년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오랜만의 가을무대에 나섰으나, 꾸준하지 못했다. 2022년 7위, 2023년 8위에 머물며 다시 하위권으로 처졌다.
다행히 사자군단은 서서히 기지개를 켰다. 이재현, 김영웅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에 지난해 정규리그 2위 및 준우승을 달성했다. 이어 올해에는 배찬승, 이호성 등 마운드에서 ‘젊은 피’들의 가능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또 한 번의 성과를 냈다. 특히 배찬승, 이호성은 가을야구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투’를 펼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내년 김무신이 부상을 털고 예정대로 돌아온다면 보다 더 굳건한 불펜진을 구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박진만 감독은 플레이오프 5차전이 끝난 뒤 “우리 선수들이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고맙다. 마지막엔 좀 아쉽게 끝났지만, 선수들이 성장하는 계기가 됐으며 한다.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상황들이 만들어졌다”며 “우리 선수들은 칭찬받기 충분하다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처럼 삼성의 2025시즌은 박수받기 충분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과연 지속적 강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사자군단이 내년에는 더 높은 곳에서 포효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대전=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