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랭킹이 왜 필요한가, 차라리 SNS 팔로워 순으로 타이틀 샷 주면 되는 거 아닌가?”
과거 ‘스턴건’ 김동현에게 패배했었던 UFC 레전드 맷 브라운이 크게 열받았다. 그는 최근 UFC가 발표한 2026년 1, 2월 넘버링 대회 메인 이벤트에 대한 불만이 컸다. 자격 있는 선수들이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UFC는 1월 파라마운트 시대를 여는 첫 대회, UFC 324의 메인 이벤트로 저스틴 게이치와 패디 핌블렛의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을 발표했다. 그리고 UFC 325에는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와 디에고 로페스의 페더급 타이틀전이 메인 이벤트로 준비됐다.
모두 논란이 있다.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의 경우 최근 댄 후커를 무너뜨린 아르만 사루키안이 배제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게이치와 핌블렛 역시 ‘챔피언’ 일리야 토푸리아의 대항마로 언급됐으나 사루키안이 없는 무대에서 경쟁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로페스 역시 제앙 실바를 꺾기는 했으나 볼카노프스키에게 완패한 후 너무 빠르게 재대결 자격을 얻었다. 모브사르 에블로에프, 르론 머피 등 볼카노프스키도 인정한 파이터들은 이번에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브라운은 ‘더 파이터 vs. 더 라이터’에서 “나도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는 건 싫어하지만 이게 바로 독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프로모터가 모든 걸 소유하고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건 스포츠에 좋은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의문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보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음 경기, 다음 PPV는 잘 팔릴 것이다. 하지만 트렌드는 오가는 법이고 유행도 결국 지나간다. 지속 가능성과 장기적인 힘을 가지려면 결국 실력 중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라운은 사루키안에 대해 ‘불쌍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그 친구(사루키안)가 가장 불쌍하다. 단 한 번의 작은 사고를 제외하면 모든 걸 완벽하게 해냈다. 근데 그 한 번 때문에 이렇게 망하는 것이다. 큰 사고도 아니었다. 그냥 부상이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부상, 근데 그게 발목을 잡고 있다”며 “타이틀 샷을 얻으려면 뭘 해야 하는 건가. 이미 1위잖아? 랭킹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랭킹 없애고 SNS 팔로워 순으로 타이틀 샷을 주면 된다. 다음 타이틀전은 ‘SNS 팔로워 200만인 사람!’이라고 결정하면 되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이치와 핌블렛이 정말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을 치를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것이다. 게이치는 라이트급에서 빅 네임이지만 최근에는 긴급 투입된 라파엘 피지에프를 판정승으로 잡은 것이 유일한 승리다. 핌블렛도 상위 랭커를 꺾어 본 경험이 없다. UFC 입성 후 무패 행진이지만 전성기가 꺾인 토니 퍼거슨, 마이클 챈들러 등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 전부다.
브라운은 “우리가 핌블렛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SNS에서 밈 하나를 봤는데 그의 최근 3경기 상대 전적이 0-9라고 하더라.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핌블렛은 UFC에서 연승 중이거나 전성기에 오른 선수를 이긴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게이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제 1승 중이며 피지에프는 10일 공지로 긴급 투입된 선수였다. 게이치가 좋은 파이터라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피지에프는 이미 한 번 이겼던 상대였고 연승도 없다”며 “그런 게이치와 핌블렛을 라이트급 잠정 타이틀전에 붙였다. 사루키안이라는 확실한 후보가 있었는데? 정말 말도 안 된다. 최악의 경우 2027년까지 타이틀 샷이 없을 수도 있는 그다. 정말 불쌍하다”고 더했다.
볼카노프스키와 만나는 로페스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브라운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로페스가 실바를 잡을 때도 ‘이 친구 대박이다’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 보여주지도 못했다. 물론 그는 대단한 파이터고 볼카노프스키를 잡을 가능성도 있으나 1차전 이후 뭐가 달라졌는지 알 수 없다. 그의 게임이 바뀐 것도 아니잖아”라고 밝혔다.
반면 모브사르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다. 브라운은 “모브사르는 왜 타이틀 샷을 얻지 못했을까, 그도 사루키안과 다르지 않다.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걸까. 인터넷에서 유명해져야 하는 건가. 이 스포츠는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쿨하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UFC는 세계 최고의 MMA 단체로 그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단체는 없다. 그렇기에 독점 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렇다면 지금과 같이 이해하기 힘든 대진도 불만은 있으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진짜 문제는 랭킹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력보다 인기가 우선인 스포츠는 관심을 많이 받을 수 있으나 질은 떨어진다. 결국 그 관심조차 서서히 떨어지는 질과 비례해 사라지는 게 당연한 흐름이다.
브라운은 “사루키안이나 모브사르와 같은 올림픽 레벨의 레슬러를 계속 데려오고 싶다면 그들에게 챔피언이 되기 위한 터무니없는 쇼를 해야 한다고 강요해선 안 된다. SNS에서 팟캐스트를 하고 온갖 미디를 찍고,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원하면 안 된다”며 “그들은 그저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챔피언이 되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진짜 선수들이 흥미 위주의 선수들에게 계속 밀려나는 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