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배우 김지미가 미국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10일 “김지미 배우가 미국에서 세상을 떠났다”며 소식을 전했다. 거장 이장호 감독이 이를 알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지미는 1957년 김기영 감독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1990년대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7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긴 한국 영화계의 절대적 아이콘으로 평가받는다. 당시의 세련된 이미지와 압도적 스타성 때문에 ‘한국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라 불리기도 했다.
데뷔 과정 또한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덕성여고 재학 시절 우연히 길에서 김기영 감독에게 캐스팅되며 17세에 배우의 길을 열었다. 이듬해 ‘별아 내 가슴에’로 일약 스타로 떠오르며 196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이후 그는 거장들과 함께 굵직한 작품을 남겼다. ‘토지’(1974)로 파나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육체의 약속’(1975)으로 또 한 번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임권택 감독의 ‘길소뜸’(1985)은 그의 연기 인생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손꼽히며, 깊은 내면 연기로 다시 한 번 대종상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겼다.
배우로서만이 아니었다. 김지미는 제작사 ‘지미필름’을 설립하며 ‘티켓’ 등 7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영화 행정가로도 활발히 활동했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그를 두고 “강인한 여장부, 시대를 연 스타”라 평가한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