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류지현호의 ‘에이스’로 활약할 것이라 믿었기에 더 아쉬운 부진이었다. 제구가 흔들리면 빼어난 구위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곽빈(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스와 3-3으로 비겼다.
이번 경기는 WBC 사무국이 마련한 공식 평가전이다. 1일 해외파 선수들 및 한국계 선수들의 합류로 완전체가 된 뒤 이날 일전을 통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류지현호는 3일 같은 장소에서 오릭스 버팔로스와 또 한 번의 평가전을 가진다. 이후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수확이 적지 않은 경기였다. 많은 위기가 닥쳤지만, 투수진은 실점을 최소화했고, 타선은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단 짚고 넘어갈 부분도 있었다. 선발투수로 나선 곽빈이 부진한 투구를 선보였다.
1회말은 좋았다. 한국이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나카노 다쿠무(좌익수 플라이), 캠 더베이니(중견수 플라이), 지카모토 고지(삼진)를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전광판 기준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6km까지 나왔다.
그러나 2회말 들어 급격히 흔들렸다. 선두타자 오야마 유스케를 3루수 땅볼로 이끌었으나, 마에가와 우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범했다. 이어 나카가와 하야토에게 우중월 안타를 맞으며 1사 1, 3루에 몰렸다. 여기에서 다카테라 노조무에게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첫 실점을 떠안았다.
위기는 계속됐다. 오노데라 단에게 1타점 좌전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좌익수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즈)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으나, 아쉽게 공은 글러브를 외면했다. 이후 후시미 도라이에게도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헌납한 곽빈은 나카노를 막아내며 힘겹게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2이닝 3피안타 1볼넷 1탈삼진 3실점. 총 투구 수는 35구였다. 당초 3이닝 50~60구를 던질 예정이었지만,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곽빈의 부진은 류지현호에게 너무나 뼈아픈 소식이다. 이번 WBC에서 대표팀 에이스로 낙점받은 까닭이다. 2018년 1차 지명으로 두산의 부름을 받은 곽빈은 통산 152경기(681.2이닝)에서 47승 40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1을 적어낸 우완투수다. 특히 2024시즌 활약이 좋았다. 30경기(167.2이닝)에 나서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를 마크,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15승 6패 평균자책점 3.66)과 공동 다승왕에 올랐다.
지난해 성적(5승 7패 평균자책점 4.20)이 아쉽긴 했지만,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2023 WBC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서 모두 태극마크를 달고 활동했다.
류지현 감독은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원태인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자 이런 곽빈을 에이스로 점찍었다. 세뱃돈 봉투에 ‘네가 대표팀 에이스다’라고 적은 뒤 건넬 정도로 큰 기대를 걸었다. 2라운드 진출의 분수령이 될 8일 대만전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곽빈은 이날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사령탑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후 그는 “2회말 변화구로 볼카운트를 못 잡아 불리하게 들어갔다”며 “타자들 패스트볼 타이밍에 던질 수 밖에 없게 돼 결과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투구 도중에는 손톱이 깨지는 불운과 마주하기도 했다. 곽빈은 “1회말이 끝난 뒤 손톱에 금이 갔다. 손톱 때문에 못 던진 것은 아니”라며 “다음 경기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본인은 괜찮다 했지만, WBC 개막까지는 이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여러모로 류지현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