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는 그 자리에 없었다. 하지만 이름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한 사람은 임윤아와 로맨스를 완성했던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임윤아와 새로운 세계를 열었던 남자였다. 그리고 지금, 두 남자가 같은 작품, 같은 무대 위에서 마주 섰다. 이준호와 이채민의 교차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웨스틴 조선 서울 파르나스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캐셔로’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이창민 감독과 배우 이준호, 김혜준, 김병철, 김향기, 이채민, 강한나가 참석했다. 그중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문 조합은 단연 이준호와 이채민이었다.
두 사람은 공통의 서사를 갖고 있다. 임윤아라는 이름이다. 이준호는 JTBC 드라마 ‘킹더랜드’에서 임윤아와 함께 구원과 천사랑으로 호흡을 맞추며 ‘웃음의 의미’를 이야기했던 남자였다. 갑과 을, 웃음이 생존이 되는 사람과 아량이 되는 사람의 세계를 오가며 로맨스를 완성했다. 그 작품 이후 이준호는 ‘로맨스 남주’의 얼굴을 또렷하게 각인시켰다.
이채민은 다른 결의 세계에서 임윤아를 만났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그는 절대 미각을 지닌 폭군 이헌으로 등장했다. 미래에서 온 셰프 연지영(임윤아)과 요리를 통해 시대와 권력을 넘나드는 사랑을 그려냈다. 로맨스이면서도 정치였고, 감정이면서도 생존의 이야기였다. 이채민에게는 대세 꽃남의 출발선이 된 작품이었다.
임윤아를 거쳐온 두 남자는 ‘캐셔로’에서 처음으로 같은 프레임에 섰다. 이날 이채민은 이준호를 향해 숨김없는 존경을 드러냈다. 그는 “함께 연기할 수 있어 너무 영광이었다”며 “연기하면서 ‘어쩜 이렇게 멋있을 수 있지’라는 생각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춤도 잘 추시는데 몸을 정말 잘 쓰신다. 액션신도 많았을 텐데 모든 걸 소화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선배님이 많이 이끌어주셨고, 꿈같은 촬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준호의 답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처음 연기했을 때부터 이채민이 얼마나 집중해서 준비하는지 잘 보였다”며 “대사를 복기하고,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도 굉장히 유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함께 연기하는 시간이 즐거웠고, 엄청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날 무렵에는 헤어지는 게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현장 사진 속 두 사람의 분위기도 대비됐다. 이준호는 절제된 포즈와 단단한 중심으로 ‘완성형 남주’의 여유를 보여줬고, 이채민은 190cm의 피지컬과 부드러운 인상으로 ‘성장 중인 얼굴’의 에너지를 드러냈다. 같은 무대, 다른 온도였다.
임윤아는 없었지만, 두 사람의 현재를 설명하는 데 그녀의 이름은 하나의 좌표처럼 작용했다. 로맨스를 완성한 남자와, 로맨스를 증명 중인 남자. 이준호와 이채민은 그렇게 같은 작품 안에서, 다른 얼굴로 만났다.
한편 ‘캐셔로’는 결혼 자금과 집값에 허덕이던 월급쟁이 상웅이 손에 쥔 돈만큼 힘이 세지는 능력을 얻게 되며 벌어지는 생활밀착형 히어로물로, 오는 26일 공개된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