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204경기 출장’ 베테랑 홍정호가 밝힌 전북과 결별 이유…“더 이상 존중받지 않아, 이적 권유도 들었어”

베테랑 홍정호가 전북현대를 떠난 이유를 밝혔다.

홍정호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전북과 계약 만료를 알렸다. 2025시즌 거스 포옛 전 감독 체제에서 팀의 핵심 수비수로 맹활약하며 K리그1과 코리아컵 우승을 동시에 이끌었다. 홍정호는 다시 한번 전북을 최정상 자리에 올려놓은 주역이었으나, 팀과는 마지막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결별하게 됐다.

2010년 제주유나이티드(현 제주SK)에서 프로 데뷔한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독일), 장쑤 쑤닝(중국)을 거쳐 2018년 전북으로 이적했다. 8년 동안 전북에서만 204경기를 뛰며 K리그1 우승 5회, 코리아컵 우승 3회로 총 8번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전북은 최근 포옛 감독이 외풍으로 인해 팀을 떠나고 정정용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변화를 선택했고, 홍정호를 비롯해 송민규, 권창훈 등과도 이별을 택했다.

홍정호는 갑작스러운 이별에 SNS를 통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또 계약 협상과 관련해 그동안 겪었던 설움을 표했다.

홍정호는 1일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 8년 동안 전북이라는 팀에서 뛰면서 한 번도 이 팀을 가볍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동안 제 마음속 이야기는 제대로 전한 적이 없어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말하려고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테크니컬 디렉터(마이클 킴)님이 바뀐 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채로 시즌 초 많은 시간 동안 외면을 받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무대에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때는 직원 실수로 인해 등록이 누락됐다는 답변만 들었다.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한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와 설명 없이 단지 실수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고, 너무나도 속상했다”라고 전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사진=프로축구연맹

홍정호는 “어느 순간에는 이적을 권유하는 말까지 들었다. 얼마나 (마음이) 무너지는 말이었는지, 8년 동안 이 팀을 위해 뛰어온 선수라면 아실 거라 생각한다”라며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전북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제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팀의 주축이 됐고, 더블을 이뤘고, 개인상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팀으로부터 제안을 받은 사실 또한 고백했다. 홍정호는 “시즌이 끝나 가면서 여러 팀에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저는 전북이 늘 우선이었다. 제 마음속 선택지는 전북뿐이어서 기다렸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아무런 설명도, 연락도 받지 못한 채 기다려야만 했다. 그 기다림은 점점 길어졌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마주한 미팅에서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전북의 협상 과정에서 실망감을 안은 홍정호는 “이미 정해진 답을 모호하게 둘러대는 질문이 가득했다”라며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긴 시간 저에게 연락이 없던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미 팀의 선택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큰 상처를 받았다. 더 이상 협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프로축구연맹

홍정호는 1989년생으로 36세다. 이미 황혼기를 지내고 있다. 전북 입장에서는 장기 계약이 부담스러웠을 터. 그럼에도 홍정호는 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마지막까지 다하고 싶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정정용 감독 체제에서 ‘새 판 짜기’에 나선 전북과 베테랑 홍정호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됐다.

현재 홍정호의 차기 행선지로는 수원삼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수원은 승격을 위해 이정효 감독을 선임했다. 이정효 감독은 그동안 홍정호를 두고 “K리그 최고의 수비수”라고 평가해 왔다. 홍정호가 전북을 떠나면서 이정효 감독이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 다음은 홍정호의 입장문 전문.

사진=프로축구연맹

전북현대 팬 여러분, 이 글을 쓰는 지금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8년 동안 전북이라는 팀에서 뛰면서 저는 한 번도 이 팀을 가볍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주장을 맡았고, 우승을 했고, 개인상도 받았지만 그보다 더 자랑스러운 건 전북의 선수로 살았던 시간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다른 팀으로 간다는 사실이 팬 여러분께 배신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 생각이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 이야기는 한 번도 제대로 전해진 적이 없는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솔직히 말씀드리려 합니다.

테크니컬 디렉터님이 바뀐 뒤 저는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채로 시즌 초 많은 시간 동안 외면을 받았습니다. ACL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아 경기에 나서지 못했을 때는 직원 실수로 인해 등록이 누락됐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와 설명 없이 단지 실수로 명단에서 제외돼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저는 솔직히 납득되지 않았고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이적을 권유하는 말까지 듣게 됐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무너지는 말이었는지, 8년 동안 이 팀을 위해 뛰어온 선수라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전북을 떠나고 싶지 않았고, 말이 아니라 경기장에서 제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저는 놓치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팀의 주축으로 뛰었고, 더블 우승을 이뤘고, 개인적인 성과도 남겼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아직 나는 이 팀에 필요한 선수구나”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시즌이 끝나 가면서 여러 팀들에게 연락이 왔지만 저는 전북이 우선이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선택지는 전북뿐이었기 때문에 전북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구단과 미래를 이야기할 때 저는 아무런 설명도, 연락도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만 했고 그 기다림은 점점 길어졌습니다. 하루하루가 저에겐 정말 버거웠습니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어렵게 마주한 미팅에서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습니다. 이미 정해진 답을 모호하게 둘러대는 질문들만 가득했습니다.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었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저에게 긴 시간 연락이 없었던 이유가 짐작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 팀에서 ‘나는 이미 선택지가 아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8년의 정이 깊은 이 팀에게 제가 원한 건 연봉이나 기간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상황에서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더 이상의 협상이 의미 없음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8년 동안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해 왔고 진심을 다했기에 그 말들이 너무 속상하고 서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남아 있을 이유를 스스로에게 여러 번 묻고 또 물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이 팀에서 제 축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꼭 이루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크게 상처받아 있었습니다. 선수로서,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 선택이 모든 팬 여러분께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전북에서의 8년을 거짓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팬 여러분들에 대한 마음, 그리고 제가 흘린 땀과 눈물, 책임감만큼은 진짜였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고 이 과정에서 부족한 판단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팬 여러분의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부디 이 선택을 배신이 아닌, 한 선수가 참고 버티며 고민한 끝에 내린 어쩔 수 없는 아픈 결정으로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전북 현대는 제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팀입니다. 8년 동안 여러분들 덕분에 저는 행복한 선수였습니다. 제가 행복한 선수가 될 수 있게 열띤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참 따뜻하고 든든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걸어온 길, 끝까지 함께 걸어가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축구 인생의 전부였던 전북, 팬 여러분께 받은 마음과 함께했던 시간들 잊지 않고 마음속 깊이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그동안 과분한 사랑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홍정호 올림-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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