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나서야 축복인 것을 알았다” 김희진이 말하는 ‘멀티 포지션’ [현장인터뷰]

누군가는 성장을 더디게 하는 방해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축복이라고 말한다.

현대건설의 김희진(35) 얘기다.

185센티미터의 큰 키를 가진 김희진은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 두 가지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V-리그에서 15시즌을 뛰며 통산 공격 득점 3386득점 블로킹 득점 657득점을 올렸다. V-리그 여자부 역사상 통산 3000공격 득점과 600블로킹 득점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팀 동료 양효진, 정대영, 한송이(이상 은퇴), 배유나(도로공사), 그리고 김희진이 전부다.

김희진은 이번 시즌 현대건설에서 살아났다. 사진 제공= KOVO

“처음에는 고민도 했었다” 17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원정경기를 마친 뒤 만난 김희진은 두 가지 포지션을 오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말했다.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은 한자리에서 많은 실력을 쌓고 있는데 나는 두 가지 포지션을 해서 반으로 나눠진다고 생각했다. ‘친구들보다 더딘 거 아닌가?’라는 고민도 했었다”며 말을 이은 그는 “나중에 커리어 중반, 후반으로 가다 보니 ‘이건 축복받은 건데?’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며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어린 시절 했던 생각은 그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두 가지 포지션을 오가는 것이 선수 성장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우려 속에 베테랑으로 성장한 그는 이를 “엄청나게 큰 경험”이라 표현했다. “리그에서 미들블로커, 대표팀에서 아포짓으로 뛰며 높은 수준의 스윙 능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얼마 없다”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김희진은 나현수를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고 했다. 사진 제공= KOVO

그런 그는 “어린 시절 내 생각이 난다”며 자신과 같이 두 포지션을 모두 겸하고 있는 동료 나현수에 대해 말했다. 이번 시즌 주로 카리가 휴식이 필요할 때 대신 출전하고 있는 나현수는 이날은 4세트와 5세트에서 카리를 대신해 9득점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김희진은 “이 친구가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알고 있다. 여기에 왼손잡이 아닌가. 나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현수에게 ‘두 가지 포지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천운이다. 어디든 네가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안 되면 네가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 아포짓이 안 되면 아포짓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너의 그런 것들을 누군가 다 알아준다’고 얘기해주고 있다”며 후배에게 전하는 조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말 긍정적인 친구고, 미들이든 아포짓이든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 어린 친구지만 내가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후배의 자세를 칭찬했다. “고민을 털어놓을 선수가 없었는데 현수에게는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상으로 이전 두 시즌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던 김희진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을 떠나 현대건설로 이적했다. 지금까지 29경기에서 109세트 소화하며 175득점, 공격 성공률 37.5% 경기당 블로킹 0.541개 기록하고 있다. 109세트는 지난 2020-21시즌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고 득점 기록은 2022-2023시즌 이후 가장 많다. 17일 경기에서는 블로킹 5개 포함 58.33%의 공격 성공률 기록하며 12득점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김희진은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두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 사진 제공= KOVO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시즌 초반에 몸이 좋다가 주춤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는데 득점이 많이 나오는 선수는 아니지만, 순간순간 흐름을 읽고 하는 것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희진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어 2위로 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베테랑의 활약을 칭찬했다.

“양 팀 모두 집중력이 높아 어려운 경기 했다”며 말을 이은 김희진은 “상대 높이가 낮아진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실바가 점유율과 성공률이 높은 선수라 최대한 막아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실바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으면서 ‘터치가 되는 것이 손을 밀어 넣으면 잡을 수 있겠다’ 생각했고 마지막 5세트에는 ‘이거 아니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으로 손을 끝까지 밀어 넣었다. 5세트에 블로킹으로 잡은 뒤에는 분위기상 누군가 튀어나오지 않으면 흐지부지한 경기가 될 거 같았고, 기분 좋은 득점이기도 하니 오버해서 세리머니를 한 거 같다”며 이날 경기를 되돌아봤다.

김희진은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 제공= KOVO
김희진은 지난 17일 GS칼텍스와 원정경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사진(장충)= 김재호 기자

그는 “선수들과 얘기할 때 오르막과 내리막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내려가는 구간을 조금 더 완만하게 해서 많이 올라갔다가 조금 떨어지고 이런 패턴을 만들어야 시즌 마지막에도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떨어지는 구간에서도 놓지 않고 더 치고 올라갈 수 있게끔 몸 상태도 만들고 상대 분석도 많이 하고 (양)효진이 언니에게도 배우는 자세로 많이 물어보고 있다”며 시즌을 치르고 있는 자세에 대해 말했다.

현대건설은 지금 위치를 유지하면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다. 김희진은 “생각보다는 욕심이 없다”며 ‘봄 배구’에 대해 덤덤하게 말했다. “염원이 크면 실망도 크기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만 고민하고 있다. 팀원들과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테니 볼 하나, 세트 하나, 경기 하나에 집중하자고 얘기하고 있다”며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함을 강조했다.

[장충= 김재호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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