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FC가 새 시대를 맞이했다.
광주엔 2025시즌을 마친 뒤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정효 감독이 수원 삼성으로 둥지를 옮겼다. 이정효 감독이 누구인가. 이정효 감독은 2022시즌 광주 지휘봉을 잡자마자 압도적인 성적으로 K리그2 우승을 이끌었다. 승격 첫해인 2023시즌엔 창단 후 최고 성적인 K리그1 3위를 기록했다. 창단 첫 도전장을 내민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선 K리그1 팀 중 최고 성적인 8강에 올랐다. 이정효 감독은 광주를 이끌고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한 지도자였다.
이정효 감독의 후임자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광주는 고심 끝 이정규 전(前) 서울 이랜드 FC 수석코치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이정규 신임 감독은 광주를 잘 아는 인물이다. 이정규 감독은 2022시즌부터 2024시즌까지 광주의 수석코치로 이정효 감독을 보좌했었다. 이정규 감독은 광주를 황금기로 이끈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이정규 감독은 준비된 지도자이기도 하다.
이정규 감독은 2008년 선수 은퇴 후 우석대학교, 동의대학교, 리장 FC(중국), 부경고등학교, 충남아산프로축구단, 광주, 이랜드 등에서 약 15년 동안 코치 경력을 쌓았다.
‘MK스포츠’가 경상남도 남해에서 2차 전지훈련에 집중하고 있던 이정규 감독과 나눈 이야기다.
Q. K리그1 개막이 다가오고 있다. 동계 훈련 막바지인데 잘 준비하고 있나.
태국에서 실시한 1차 전지훈련 땐 수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남해에서 진행 중인 2차 훈련에선 공격 작업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파이널 서드에서 어떻게 플레이할 건지 원리를 설명하는 과정이다.
Q. 광주의 사령탑으로 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다. 어떤 감정인가.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펼쳐볼 수 있겠다’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광주는 나에게 낯선 팀이 아니다. 수석코치로 광주와 함께했었다. 선수들도 잘 안다. 광주 축구를 이어갈 수 있는 걸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기대된다.
Q. 코치로 오랜 시간 경험을 쌓았다. 감독 준비를 오래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감독 데뷔 시즌이지만, 자신 있을 것 같다.
준비는 항상 했다. 정말 많이 했다. 목표를 감독으로 잡고서 준비했다기보단 내 축구는 어떤 축구인지, 어떤 축구를 준비해야 하는지 습관처럼 고민했다.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도 거쳤다. 내가 지휘봉을 잡은 팀이 광주라서 감사하다. 광주라서 자신감이 더해진다. 물론, 걱정도 된다. 기대 반 걱정 반이랄까(웃음).
Q. 선수는 일반적으로 어떤 식으로 노력을 기울이는지 알려져 있다. 반대로 감독이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선수만큼 알려져 있진 않은데. 광주 지휘봉을 잡기까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나.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온 건가.
내가 수석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세 분의 감독님을 모셨다. 내가 모신 세 분 모두 훌륭했다. 함께 생활하면서 배운 게 아주 많다. 좋았던 부분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감독님들의 장점을 살짝 변형해서 새로운 것으로 만드는 노력도 기울였다. 어떤 지도자든 축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엄청날 거다. 여기서 중요한 게 ‘축구를 어떤 시선으로 얼마큼 관심 있게 지켜보느냐’다. 내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축구까지 챙겨보는 이유다. 해외 축구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 아이디어를 정리한 뒤엔 이를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한다.
Q. 해외 축구를 보면서 큰 영감을 준 지도자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엔 맨체스터 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를 많이 봤다. 요즘엔 아스널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축구를 유심히 본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전(前) 올림피크 드 마르세유 감독의 축구도 많이 봤다. 최근 첼시 지휘봉을 잡은 리암 로세니어 감독도 인상적이더라. 요즘 첼시 경기도 꾸준히 챙겨본다.
Q. 세계 축구 트렌드는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공·수 전환 속도가 핵심이다. 강한 팀일수록 공·수 전환이 엄청나게 빠르다. 단, 공·수 전환이 빠르다고 해서 직선적인 축구로 가는 건 아니다. 디테일해야 한다. 우리 공격 시 선수를 어떻게 침투시킬 건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거기서 답을 찾으면, 좋은 경기력과 승리가 따르지 않나 싶다. 정리하면, ‘공을 잡았을 때 최대한 빨리 전진해서 어떻게 골을 넣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Q. 지난해 광주가 ACLE에서 아시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분석했나.
광주의 힘은 미팅에서 나온다. 우린 훈련 영상을 찍고,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훈련 영상은 다음날 선수단 미팅 때 확실한 목표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서 오늘 훈련에서 공격 작업이 매끄럽지 않았다. 그러면 우리의 훈련 영상과 더불어 답이 될 수 있는 해외 축구 영상을 찾는다. 이를 수집한 뒤 정리해서 선수들에게 준다.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구현하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최대한 명확하고 세세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Q.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힘든 시간도 있지 않았나.
모든 지도자가 똑같지 않을까. 누구든지 힘든 시기는 있다. 단, 힘든 시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기는 것 같다. ‘버틴다’는 표현보다는 ‘어떤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힘든 시기를 보내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Q. 이정규 감독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게 축구다. 솔직히 말하면, 축구 말곤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웃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게 축구다 보니 열정을 가지고 하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 아닌가. 그 일을 할수록 자신감도 붙는다. ‘더 잘할 수 있겠는데’란 생각이 들면 더 열심히 하는 거다.
Q. 선수들에겐 어떤 동기부여를 주려고 하나.
선수들에게 제일 중요한 건 훈련이다. 나는 훈련장에서 최대한 많은 동기부여를 주려고 한다. 동기부여와 경쟁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앞서서도 말했지만, 훈련이 끝나면 영상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선수 개개인에게 현재 얼마큼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이런 게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
Q. 축구 외 취미는 없나.
해외 축구 보는 게 취미다. 또 하나 꼽자면 ‘테크니컬 패드’라는 게 있다. 그거 만드는 것도 취미다. 축구 전술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그걸 만들어서 여러 전술을 비교해 본다. 여기서 영상도 활용한다. 테크니컬 패드를 영상과 합쳐서 보는 거다. 정말 재밌다.
Q. 축구는 일 아닌가. 그렇게 재밌나.
정말 재밌다. 해외 축구 보고 얻은 아이디어를 훈련장에서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습관이 되어 있다 보니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도 인식이 된다. 재밌는 습관을 지닐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다.
Q. 올 시즌 광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줄 팬들에게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면 더 재밌을 것’이라고 얘기해준다면.
위험 부담이 있는 축구일 거다. 위에서 보면, 아슬아슬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팬들이 열광하는 축구는 이런 축구라고 믿는다. 팬들은 눈을 뗄 수 없는 공격적인 축구를 바라지 않나. 팬들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축구를 구현하고자 계속 노력하겠다.
Q. 이정규 감독이 선수를 평가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건 무엇인가.
훈련이다. 우린 보통 수요일에 자체 경기를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체 경기를 보고 선수의 몸 상태를 평가한다. 그 안에 이 경기를 위해 어떤 자세로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들어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보는 게 있다면 영리함이다.
Q. 영리함?
영리함을 많이 본다. ‘축구 지능’이라고 하지 않나. 해외 축구를 보면 축구를 보는 시각이 다양해진다. 국내·외 축구를 보면, 축구 지능이 높은 선수는 특징이 있더라. 운동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하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Q. 해외 축구를 보면서 ‘축구 지능이 정말 높다’고 느꼈던 선수가 있을까.
로드리, 마르틴 외데고르다. 이 선수들이 엄청나게 빠르진 않다. 하지만, 생각과 판단이 정말 빠르다. 볼을 잡았을 땐 절대 급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공을 받기 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생각해 놨기 때문에 급하지 않은 거다. 개인적으로 이런 스타일의 선수를 좋아한다.
Q. 이정효 감독을 이어서 광주 지휘봉을 잡았다. 이정효 감독은 넘어야 할 산 아닌가. 넘을 자신 있나.
아니다. 나는 이정효 감독님이 광주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는지 세세하게 봤다. 이정효 감독님은 자신의 노력을 결과로 증명까지 해냈다. 그 모든 과정이 내겐 큰 가르침이었다. 나는 이정효 감독님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웠다. 감독님이 하셨던 부분들을 더 노력해서 해내야 한다. 그러면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다.
Q. 이정효 감독을 향한 존중이 느껴진다.
이정효 감독님을 밖에서 보면, 조금 강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정효 감독님을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 않다. 인간적으로 정말 큰 도움을 주시는 분이다. 이정효 감독께 크게 배운 것 중 하나가 아랫사람을 항상 잘 챙기는 거였다. 나도 이정효 감독님처럼 아랫사람을 챙겨줄 수 있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해=이근승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