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의 초대형 트로트 오디션 ‘무명전설-트롯 사내들의 서열전쟁’(이하 ‘무명전설’)이 본선 2차 데스매치를 마무리하며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특히 7회 방송에서 발표된 새로운 TOP5 명단은 오디션 역사상 유례없는 ‘대이변’이자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완벽히 증명한 순간이었다. 유명 그룹 2AM 출신의 가수 이창민(2위)이 자존심을 지킨 것을 제외하면, 정연호(1위), 하루(3위), 김태웅(4위), 유지우와 곽영광(공동 5위) 등 무명층 출신 도전자들이 상위권을 모조리 휩쓸었기 때문이다.
7주 연속 수요일 예능 1위를 수성하며 순항 중인 ‘무명전설’의 반환점을 맞아, 프로그램의 성과와 남은 과제를 심층 분석해 본다.
서혜진 사단과의 결별, MBN ‘자체 제작’의 의미와 스케일
‘무명전설’이 방송계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장 큰 배경은, 과거 MBN 트로트 흥행을 견인했던 서혜진 PD의 크레아 스튜디오와 결별한 후 선보인 MBN의 첫 자체 제작 대형 서바이벌이라는 점이다.
이는 방송사가 지식재산권(IP)을 완전히 소유하고 독자적인 연출 톤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도전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MBN은 김시중 기획자와 내부 연출진 외에도 18명의 방대한 외부 연출진, 16명의 작가진을 투입하는 등 매머드급 인력을 동원했다.
또한 과거 ‘미스터트롯’이 거쳐 갔던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스튜디오를 녹화장으로 채택해 압도적인 시각적 스케일을 구현해 냈다. 서혜진 사단의 그늘에서 벗어나 MBN 스스로 트로트 오디션을 제작하고 흥행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현재까지의 행보는 고무적이다.
빛을 발한 ‘원석’의 발굴과 파격적인 무대 퀄리티
프로그램의 최고 성과는 기획 의도에 부합하는 실력파 무명 가수들의 대거 발굴이다. 7회에서 무명층의 유지우가 데뷔 22년 차 그룹 파란 출신의 유명 가수 라이언을 9대 6으로 꺾은 무대는 ‘무명의 반란’을 상징하는 하이라이트였다.
또한 19년 차 관록의 이창민이 우승 후보로 꼽히던 성리의 도전을 방어하며 정통 트로트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 역시 수준 높은 경쟁의 백미로 꼽힌다. ‘19년 차 가수의 무게를 견뎌내고’ 무명 도전자 최초로 전체 1위에 오른 정연호의 서사도 시청자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무대의 예술적 시도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사물놀이를 결합하거나 첼로 연주와 퍼포먼스를 가미하는 등 트로트 장르의 외연을 넓히는 실험적인 무대가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시청자의 편의를 고려해 리액션과 효과음을 제거한 오직 ‘노래 중심’의 클린 버전 영상을 유튜브에 별도 제공하는 세심함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우승 상금 1억 원, 우승자 주연 영화 제작, 제주도 세컨드 하우스 등 타 오디션을 압도하는 역대급 파격 특전은 참가자들의 처절한 서열 전쟁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파격의 김대호와 공감의 장민호, 두 MC의 완벽한 밸런스
진행을 맡은 두 MC의 앙상블은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높이는 숨은 공신이다. MBC 아나운서 퇴사 후 첫 오디션 MC로 나선 김대호는 정형화된 아나운싱을 과감히 버렸다. 그는 “언제까지 무명으로 있을 거냐”, “인생 역전 안 할 거냐”는 날것의 멘트로 참가자들을 독려하며, 때로는 흥분하고 때로는 함께 우는 감성 충만한 ‘대문자 F’의 밀착형 진행을 선보여 극의 긴장감을 조율하고 있다.
반면 파트너 장민호는 본인 자신이 긴 무명 생활을 딛고 일어선 서바이벌 오디션의 수혜자로서, 그 누구보다 참가자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는 멘토 역할을 수행한다. 파격적이고 투박한 김대호의 진행을 장민호의 안정감 있고 전문적인 시선이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최고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지우지 못한 기시감과 공정성 논란의 불씨
하지만 긍정적인 성과 이면에는 날카로운 비판도 따른다. 가장 큰 약점은 연출 방식에서의 짙은 기시감이다. 99명의 참가자를 인지도에 따라 1~5층 피라미드 구조에 배치한 룰이나, 상위 서열의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신비주의 전략은 ‘프로듀스 101’이나 ‘현역가왕’, ‘미스터트롯’ 시리즈의 포맷을 지나치게 답습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유튜브 리뷰어들과 시청자들은 자막의 폰트나 무대 세트, 등장 시의 카메라 앵글 구도조차 경쟁 프로그램인 ‘현역가왕’과 너무 닮아 있어 “현역가왕의 스핀오프나 마이너 리그를 보는 것 같다”는 아쉬움을 쏟아내기도 했다. 자체 제작의 깃발을 올렸음에도 MBN만의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또한, 데스매치 이후 탈락자를 구제하는 ‘탑 프로의 선택’ 제도를 향한 공정성 시비도 간과할 수 없다. 데뷔 36년 차 편승엽 같은 상징적인 가수의 탈락은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고, 이어진 추가 합격자 선정 과정에서 순수한 실력보다는 향후 방송의 화제성을 위한 ‘인지도 중심의 구제’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서열을 파괴하는 ‘무명의 반란’을 기치로 내건 만큼, 심사 기준의 투명성과 공정성 유지는 프로그램의 생명줄과도 같다.
향후 전망
‘무명전설’은 이창민이라는 관록의 유명 가수가 굳건히 TOP5의 한자리를 지켜내며 경쟁의 격을 높여준 가운데, 이름 없던 사내들이 그 견고한 벽을 부수고 최상단에 오르는 한 편의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이제 8회부터는 준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본선 3차 ‘국민가요대전’이 시작된다. 전영록, 최백호와 더불어 타 오디션의 간판 심사위원이었던 장윤정까지 레전드로 출격하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팀 메들리전 1위 팀 전원 진출이라는 파격적인 룰과 약 51.8%의 높은 탈락률 속에서 어떤 원석이 살아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명전설’이 꼬리표처럼 붙은 기시감을 이겨내고 진정한 MBN표 ‘메가 IP’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남은 방영 기간 동안 뻔하지 않은 독창적인 편집과 납득할 수 있는 심사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온전히 훔쳐야 할 것이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