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스타라는 꼬리표는 이미 떼어낸 지 오래다. 무대 위에서 구사할 수 있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섬세한 감정 표현, 그리고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노련한 소통 능력까지. 15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오롯이 자신의 장악력으로 꽉 채워낸 가수 박지현의 단독 콘서트는 차세대 대형 아티스트의 완벽한 개화를 알리는 묵직한 선언문과도 같았다.
박지현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전국투어 콘서트 ‘2026 박지현 콘서트 쇼맨쉽 시즌2 “SHOWMANSHIP SEASON 2” - 서울’ 3회차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의 부제인 ‘쇼맨십’은 결코 과장된 수사가 아니었다. 마치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보는 듯 촘촘하게 짜인 구성 속에서, 그는 자신이 가진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퍼포먼스 역량을 남김없이 증명해 냈다.
오프닝 VCR 직후 ‘우리는 된다니까’와 마이클 잭슨의 댄스 퍼포먼스를 결합해 등장한 찰나부터 올림픽홀의 공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야나’, ‘바다사나이’, ‘녹아버려요’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던 그는 이내 ‘애간장’, ‘기도’로 짙은 감성을 흩뿌리며 관객의 마음을 두드렸다.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능청스러운 연출도 압권이었다. 포장마차 소품을 활용한 ‘갈무리’에서 암전 없이 ‘밤안개’로 이어지는 몰입감, 한 편의 뮤지컬 같았던 ‘Swing Baby’ 직후 확성기를 든 ‘만물 트럭’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유쾌함은 온전히 박지현만이 소화할 수 있는 영리한 무대였다.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트로트 가수의 묵직한 정체성과 ‘인간 박지현’의 진정성이 교차하는 지점들이었다. 한복 쾌자를 차려입고 국악팀과 함께 ‘한오백년’, ‘강원도 아리랑’부터 경연 데뷔곡 격인 ‘못난놈’까지 이어간 국악 메들리 무대는 한국적인 한과 흥을 완벽하게 녹여낸 명장면이었다. 반면, 90년대 나이트클럽 메들리(이유같지 않은 이유, 잘못된 만남 등)에서는 미러볼 아래서 무대를 휘저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흥겨움을 선사했다.
화려한 쇼 이면에는 자신을 이 자리에 있게 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자리하고 있었다. 객석으로 다가가 팬들과 직접 눈을 맞춘 인터뷰 코너, 부모님의 사진을 배경으로 띄운 ‘아름다운 인생 이야기’ 무대, 그리고 팬들을 향한 자필 편지를 담아낸 마지막 앵콜곡 ‘초대장’까지.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쇼맨십’의 정수를 보여준 순간들이었다.
과거 ‘미스터트롯2’에서 선(善)을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수산업 청년은, 불과 몇 년 새 대중음악계를 이끄는 기둥으로 성장했다. ‘트랄랄라 유랑단’, ‘나 혼자 산다’ 등 다수의 예능을 통해 대중성을 확장한 데 이어, 지난 2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MASTER VOICE’로 아티스트로서의 깊이까지 단단하게 굳혔다. 이번 콘서트는 그 모든 땀방울이 응집된 결과물이자, 박지현의 진화를 라이브로 입증한 가장 확실한 무대였다.
서울 올림픽홀을 완벽하게 매료시킨 박지현의 ‘쇼맨십’은 이제 대구, 광주, 인천, 전주, 고양, 부산, 성남 등 전국 각지로 뻗어 나간다. 시간순의 서사를 넘어, 오직 무대 위의 실력과 진심만으로 대중을 설득해 낸 이 젊은 쇼맨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