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의 전설 일명 ‘김나박이’(김태균, 나지완, 박용택, 이대호)가 초보 감독으로 뭉친 KBS 2TV 예능 ‘우리동네 야구대장’이 방송가와 야구팬들 사이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 초기 전국 시청률은 1회 2.1%에서 시작해 3회 1.7%로 다소 하락세를 보이며 동시간대 경쟁에서 아쉬운 지표를 남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의 시청률 수치만으로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가치를 논하기엔 이르다. 현재 ‘우리동네 야구대장’은 웨이브(Wavve) 등 OTT 플랫폼 다시보기 상위권에 랭크되며 디지털 생태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5월 7일 열리는 첫 직관 경기 이벤트는 공지 직후 방청 신청이 폭주하며 프로그램의 압도적인 팬덤 파워와 오프라인 화제성을 완벽하게 증명해 냈다.
이러한 반전 흥행의 1등 공신은 단연코 제작진의 ‘미친 기획력’과 ‘디테일한 연출력’이다. 기존 성인 관찰 예능의 뻔한 문법을 과감히 버리고 10세 이하(U-10) 유소년들의 땀방울에 주목한 김상미 기획자와 이정욱, 김동욱 PD의 혜안이 빛을 발했다.
제작진은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보호 장치와 예능적 재미 사이에서 완벽한 줄타기를 선보였다. 유소년 선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투구 수를 60개로 제한하고 콜드게임 제도를 엄격히 도입하는 따뜻한 연출을 보여주면서도 , 리그 하위권 팀이 다음 시즌 진출권을 박탈당하는 비정한 ‘캐삭전(탈락전)’ 시스템을 예능적 장치로 심어 시청자들의 도파민과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가장 가슴을 뛰게 하는 대목은 이 프로그램에 흐르는 ‘전설의 DNA’다. 과거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세계적인 축구 스타 이강인을 배출하며 유소년 스포츠 육성의 새 역사를 썼던 KBS 스포츠 예능의 뚝심 있는 철학이 ‘우리동네 야구대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슛돌이’ 기획 당시 이훈희 KBS 본부장이 “우리가 고생해서 뿌린 씨앗이 이렇게 잘 돼서 꽃을 피운 것 같다”며 벅찬 감회를 전했듯, 선한 나비효과를 창출해 온 KBS 예능국의 저력이 야구판에서도 통할 것이란 기대감이 팽배하다. 이 묵직한 사명감은 사령탑을 맡은 레전드 감독들에게도 고스란히 전이됐다. 박용택 감독은 “‘슛돌이’에서 이강인 선수가 나왔듯, 이 프로그램을 통해 트윈스에서도 좋은 선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임하게 됐다”며 ‘야구계의 이강인’을 발굴하겠다는 뜨거운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기대감은 단순한 바람을 넘어 이미 그라운드 위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첫 방송부터 성인 프로야구 못지않은 짜릿한 승부가 터져 나왔다. 1회부터 담장을 넘기는 리드오프 홈런을 쏘아 올린 리틀 타이거즈 이승원의 활약은 현장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이에 질세라 리틀 자이언츠 김준석은 마운드에서 선발 투수로 역투한 뒤 타석에서도 인생 첫 홈런을 터뜨리며 마치 오타니 쇼헤이를 보는 듯한 ‘리틀 이도류’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더불어 지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로 ‘리틀 선동열’이라 불리는 유효준 등 역대급 잠재력을 터뜨리는 원석들이 대거 등장했다.
당장의 1~2%대 시청률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한국 야구의 뿌리를 단단하게 다지는 험난한 길을 기꺼이 선택한 ‘우리동네 야구대장’. 승패를 떠나 그라운드에 쏟아지는 유소년들의 눈물과 땀방울, 그리고 이를 진정성 있게 조명해 내는 제작진의 소름 돋는 연출력이 만난 이상, 이 작은 다이아몬드 위에서 ‘제2의 이강인’을 뛰어넘을 세계적인 메이저리거가 탄생할 날도 결코 머지않아 보인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