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불암이 故 최진실, 김완선, 최민수, 김혜자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제치고 ‘연예인 왕중왕’ 1위에 올랐던 시절이 다시 소환됐다.
단순한 인기 스타가 아니라, 시대 자체를 상징했던 ‘최불암 시리즈’ 열풍까지 함께 조명되며 그 시절 국민 배우의 위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12일 방송된 MBC ‘[파하, 최불암입니다] 최불암이 만든 기적’에서는 ‘<엄마, 아빠 저 여기 있어요>가 바꾼 인식’을 주제로 최불암의 삶과 시대적 영향력을 돌아봤다.
이날 방송에서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 ‘특종 TV연예’ 자료 화면도 공개됐다. 당시 방송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은 누구인가”를 주제로 ‘연예인 왕중왕’ 투표를 진행했다.
자료화면 속 태진아는 “탤런트, 영화배우, 모델, 코미디언까지 전 연예인을 통틀어서 가장 인기가 있는 왕을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순위는 지금 봐도 압도적이었다.
10위 강수지를 시작으로 9위 김완선, 8위 故 이순재, 7위 유인촌, 6위 故 최진실, 5위 신승훈, 4위 하희라, 3위 최민수, 2위 김혜자가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대망의 1위는 최불암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봐도 당대 최고의 스타들이 총출동한 순위였지만, 그 중심에는 늘 최불암이 있었다.
최불암은 당시 무대에 올라 “대단히 고맙고 여러분들이 늘 그리워하는 고향의 아버지처럼 제 역할을 잘 찾아서 여러분의 정과 따뜻한 사랑을 느껴가는 그런 무대를 잘 지키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송은 이어 한 시대를 휩쓸었던 ‘최불암 시리즈’ 열풍도 함께 다뤘다.
최불암 시리즈는 1980~1990년대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유머 모음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공책에 적어 돌려봤고, 학교 쉬는 시간마다 입에서 입으로 퍼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PC통신 문화가 막 생겨나던 시기와 맞물리며 사실상 한국식 밈 문화의 원형처럼 자리잡기도 했다.
전문가는 “최불암이라는 세 글자는 당시 한국인 그 자체를 의미했다”며 “악의 없고 따뜻하며 긍정적인 이미지가 국민들이 바라는 인간상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새로운 세대는 늘 자신들만의 이야기 방식을 만들어내는데, 당시 최불암 시리즈 역시 그런 문화적 흐름 중 하나였다”며 “PC통신과 새로운 미디어 문화가 생겨나던 시절과도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최불암 본인의 반응이었다.
보통 자신을 희화화하는 유행에 불쾌함을 드러낼 법도 했지만, 최불암은 오히려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는 “기분 좋았다”고 웃으며 “그때 학생들이 입시 위주 공부에 너무 찌들어 있었다. 웃을 줄 모르고 살아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 책을 내놓으면 서로 대화도 하고 웃음도 줄 수 있겠다 싶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최불암 선생님은 한 시대의 문화 아이콘이었다”며 “연기자는 아니지만 개그와 유머의 소재로 본인을 내던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또 “당시 누군가 ‘기분 나쁘지 않냐’고 묻자 최불암 선생님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를 대상으로 풍자할 수 있는 것도 젊은이의 특권’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불암 시리즈를 향한 여유로운 시선과 세대를 향한 따뜻한 이해는, 그가 왜 오랜 시간 ‘국민 아버지’로 불릴 수 있었는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었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