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티 예능 ‘나는 솔로’가 로맨스 대신 ‘잔혹한 뒷담화’로 안방극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독할 정도로 솔직한 감정이 오가는 ‘솔로나라’라지만, 동료 출연자를 향한 무차별적인 비하와 기만이 결국 한 출연자를 응급실로 내모는 초유의 사태를 불렀다.
13일 방송된 SBS Plus, ENA ‘나는 SOLO’에서는 31기 순자가 장거리 달리기 미션 우승에도 불구하고, 룸메이트들의 날 선 발언과 옥순의 기만적인 태도에 스트레스성 위경련을 일으키며 촬영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옥순, 정희, 영숙으로 이어지는 ‘뒷담화 삼각편대’의 언행이다. 옥순은 앞서 공개된 미방영분에서 초조해하는 순자를 향해 “누가 돌아가셨냐. 왜 초상집이냐”며 조롱 섞인 발언을 던졌다. 하지만 뒤에서는 정희와 함께 “순자가 경수를 묶어놨다”, “외적으로 둘이 안 어울린다”며 순자의 외모와 연애 방식을 비하했다.
가장 잔인한 지점은 순자가 이 모든 대화를 옆방에서 실시간으로 듣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순자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못 들은 척해야 하니까 계속 쌓였다. 은근히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며 눈물을 쏟았다. 1등을 하고도 “영숙 네가 이긴 거야”라며 자신을 배제하는 위로를 들어야 했던 순자의 중압감은 결국 신체적 통증으로 터져 나왔다.
달리기 미션에서 넘어진 영숙의 태도 역시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영숙은 “누군가의 다리에 걸려 넘어진 것 같다”며 순자를 겨냥한 듯한 추측을 내놓았고, 이는 숙소 내 옥순과 정희의 분노를 자극해 순자를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이를 지켜보던 MC 송해나는 “이건 아니다. 말조심해라”며 일침을 가했고, 데프콘 역시 “세 사람은 순자에게 꼭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위경련을 호소하며 배를 부여잡고 병원으로 향하는 순자의 뒷모습은 리얼리티의 재미를 넘어 불쾌감을 자아냈다.
경수가 순자를 찾아와 영숙에게 데이트권을 쓰겠다고 선언한 순간, 순자의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 “나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 같다”는 경수의 뒤늦은 자책은 이미 상처 입은 순자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했다.
비연예인 출연자들이라 하더라도 지상파 급 파급력을 가진 프로그램에서 타인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행동은 ‘독기’ 어린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논란이 거세지자 미방영분 영상을 내린 제작진의 발 빠른 대처보다 중요한 것은, 출연자 간의 ‘기만’과 ‘무시’가 방송의 재미로 소비되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진주희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