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눈부신 호투였다. 리그 최고의 에이스와 맞붙었음에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한 투구를 펼쳤다. 정우주(한화 이글스)의 이야기다.
정우주는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한화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부터 거칠 것 없었다. 1회말 서건창(1루수 직선타), 안치홍(우익수 플라이), 최주환(삼진)을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했다. 2회말에는 임병욱, 트렌턴 브룩스를 삼진,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박주홍에게 볼넷을 범했지만, 김건희를 삼진으로 요리했다. 이후 3회말에도 최재영(낫아웃), 권혁빈(좌익수 플라이), 서건창(3루수 파울 플라이) 등 세 타자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첫 실점은 4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 안치홍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다. 이어 최주환(우익수 플라이), 임병욱(유격수 플라이)을 막아냈으나, 브룩스에게 우중월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다행히 박주홍을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하며 추가 실점을 막은 채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4이닝 1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총 투구 수는 73구였으며,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5km까지 측정됐다. 이런 정우주의 활약을 앞세운 한화는 리그 최고 에이스로 불리는 안우진(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7탈삼진 3실점) 공략에 성공하며 10-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3연전 위닝시리즈를 챙긴 한화는 18승 21패를 기록, 두산 베어스(18승 1무 21패)와 함께한 공동 6위에 위치했다.
2025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번으로 한화에 지명된 정우주는 한화의 현재이자 미래라 불리는 우완투수다. 지난해 데뷔 시즌이었음에도 51경기(53.2이닝)에서 3승 3홀드 평균자책점 2.85를 적어냈다. 정규리그 막판에는 두 차례 선발 기회를 얻기도 했으며, 가을야구에서도 나름대로 존재감을 뽐냈다.
젊은 나이이지만, 국가대표 경험도 풍부하다. 지난해 말 펼쳐진 2025 NAVER K-BASEBALL SERIES(K-베이스볼 시리즈)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지난 3월에는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 17년 만의 한국 8강 진출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반에는 좋지 못했다. 이번 키움전 전까지 19경기(15이닝)에 나섰으나, 5홀드 평균자책점 7.20에 그쳤다. 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는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문동주를 대신해 선발 등판했지만, 1.2이닝 1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조기 강판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말 육성 선수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우완 사이드암 박준영(등번호 68번)이 10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3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육성 선수 최초로 KBO 데뷔전에서 선발승을 따내며 선발 경쟁에서 밀리는 듯 했지만, 사령탑의 신뢰는 여전했다. 최근 만났던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금은 (정)우주에게 (기회가) 먼저 갈 것 같다. 우주가 던지는 것 세 번 정도 보고 난 다음 거기에 따라 투수코치와 이야기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령탑의 믿음 덕분이었을까. 정우주는 이날 리그 최고 에이스 안우진과의 선발 맞대결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쾌투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과연 정우주가 앞으로도 호투하며 한화 선발진 한 자리를 책임질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