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6일 민선 9기 울산광역시장 인수위원회 울산시설공단 업무보고.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울산 시장 당선인이 환하게 웃으며 말을 시작했다.
“우리 김규덕 (울산시설공단) 이사장님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울산시설공단은 정말 많은 시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수시설부터 문수체육관, 각종 주차장, 공원 등 많은 시설을 관리하고 있어요. 우리 시설 공단이 시설관리를 얼마만큼 잘해서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지는 시민들의 삶과 바로 직결되는 것 같아요. 잘해주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김 당선인이 숨을 한 번 들이마신 뒤 첫 질문을 던졌다.
“예상하셨겠지만 우리 축구장 의자 어떻게 해요?”
김 당선인이 말을 이었다.
“빨간색으로 바꿔놔서 축구 팬들 난리가 났습니다. 왜 그러셨대요? 울산의 상징은 수십 년간 파란색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빨간색으로 바꾸니 축구 팬들 난리가 났어요. 선거 때부터 워낙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당선 후엔 팬들께서 ‘의자 언제 바꿀 꺼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옵니다. 왜 그러신 건지 모르겠어요.”
김 당선인은 계속해서 “그거를 바꾸면 또 돈(세금)이지 않습니까. 왜 자꾸 돈 들여서 바꾸고 또 바꾸고 합니까. 걱정이 참 많습니다. 민선 8기 땐 시민야구단을 만들었어요. 야구단은 완전히 빨간색이더라고요. 팀 색이 빨간색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에 (축구장과 야구장의) 의자만 좀 바꾸면 안 되나 싶은데요. 방법이 없겠습니까. 시설 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정치색은 빼 주십시오”라고 했다.
김규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의자 색이 어떻게 돼서 그렇게 됐다’, ‘누구의 책임이다’라고 이 자리에서 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당선인은 “책임을 묻는 게 아닙니다. 팬들이 간절히 원하는데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습니까. 시설 관리하는데 정치색이 너무 들어가면 안 좋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요. 시민들이 좋게 보겠습니까. 의자 어찌할까요. 세금 안 쓰고 축구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을 방법 없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김규덕 이사장은 이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검토를 해봤지만 세금을 전혀 안 쓰고 하는 방법은...”
김 당선인은 “그럼 그냥 그렇게 둡니까”라고 다시 한 번 물었다.
김규덕 이사장은 “고정이 되어 있는 구조라서 물리적으로 이거를 교체하고 해야 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검토를 해보았지만 실무적으로 안 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라고 했다.
김 당선인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제를 지적했다.
“우리 이사장께 부탁드리고 싶어요. 시설관리함에 있어서 이용하는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합니다. 축구장 의자 교체는 시민들, 특히 울산 팬들의 의견은 당연히 수렴되어야 했던 것 아닙니까. 이용하는 시민들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고, 특정 정책 결정권자의 판단과 지시에 따라서 모든 게 이루어지면, 그런 결정이 시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라면, 모든 시설 관리가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시민들은 완전히 손님이 되어버리는 것 아닙니까.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 민주 도시, 민주, 민주, 민주 입버릇처럼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에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시민이 주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시설공단에서도 시민은 손님이 아니라 주인 아닙니까. 주인인 시민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정책 결정권자의 취향에 따라서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되어버린다면, 우린 시민들에게 뭐라고 변명해야 합니까. 향후엔 좀 부탁을 드립니다. 시민들 의견을 좀 들어주십시오. 관심을 두십시오.”
김 당선인은 선거 운동 때부터 울산의 홈구장 좌석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김상욱TV)을 통해 푸른색이 팀의 상징인 울산의 홈구장 좌석이 붉은색으로 바뀌어 버린 문제를 지적했고, 이를 지적하는 울산 팬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걸 언급했다.
이 문제가 논란이 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월 9일이었다. 울산시, 울산시설공단 등은 세금 20억 원(국비 6억 원·시비 14억 원)의 예산을 들여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3층 노후 좌석 1만 5천 석을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공사가 이미 시작된 뒤였다. 철거가 마무리됐고, 새로운 좌석 설치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 공사는 본래 2024년 6월 계획됐었다. 하지만, 팬들의 반발, 시즌 일정 등의 문제로 연기되다가 재개됐다.
이 과정에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하는 울산 구단과의 충분한 소통, 울산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울산 홈구장에 붉은색 좌석이 생겼다.
붉은색은 울산 구단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색상이다.
울산의 상징색은 푸른색이다. 모기업의 상징색도 푸른색, 메인 유니폼도 푸른색이다.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좌석 역시 푸른색이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선 ‘정치색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김 당선자가 언급한 대로 울산시는 울산 시민 혈세에 의존하는 야구단을 만들었다. 야구단의 색은 온통 붉은색이다.
‘정치적 의도가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정황은 또 있었다.
울산시 혈세 지원으로 운영되는 울산시민축구단이다. 울산시민축구단은 2024년 유니폼 색상이 푸른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세계 어느 리그에서든 메인 유니폼 색상이 급작스럽게 바뀌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울산시민축구단의 상징색은 푸른색이었다. 2018년 창단했을 때부터 변한 적이 없었다. 특별히 변화할 만한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울산 프로축구단은 울산시 혈세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도민구단이 아니다.
울산은 HD 현대를 모기업으로 하는 기업구단이다. 울산은 매해 수백억 원의 예산을 프로축구단에 투자한다.
울산은 리그 우승 상금이 2012년부터 15년째 5억 원에 불과한 K리그1에서 시민들에게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프로축구 리딩 클럽이다.
역사도 깊다.
울산은 한국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인 K리그1 우승 5회, 코리아컵 우승 1회 등을 달성한 명문이다.
울산의 위용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시아 최고의 팀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선 두 번이나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울산은 울산시를 연고로 하며 매해 수십만 명의 관중을 불러 모으는 인기 구단이기도 하다. 울산은 평균 관중 순위에서 매해 1~3위를 다툰다. FC 서울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벌일 땐 수천 명의 울산 팬이 원정 응원에 나서기도 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울산 팬들에게 울산은 자부심이자 삶이다. 그런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자세한 설명조차 없이 홈구장 좌석을 바꿔버린 것이 울산시였다.
더군다나 붉은색은 울산의 가장 큰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를 상징하는 색이다. 붉은색은 서울, 김천상무 등을 떠올리기도 한다.
울산은 붉은색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김 당선자는 “울산 팬들이 정말 싫어합니다. 그죠? 그러다 보니 반민주적인 모습의 상징처럼 되어 있어요. 그래서 좀 부끄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아요. 고민을 같이 좀 해주십시오. ‘돈 들어서 안 되니까 저대로 둬야 해’라고 하면, 주권자인 시민들, 울산 팬들에게 ‘그냥 참으라’는 거잖아요. 민망하지 않습니까. 방법을 좀 찾아주세요.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사장님 유능하시지 않습니까. 방법을 좀 찾아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김 당선자는 김규덕 이사장을 향한 시민들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김 당선자는 “현대중공업에서 임원으로도 근무하신 유능한 분 아니십니까. 파견 나와 있으시다 보니 혹자들은 ‘책임감이 덜하지 않을까’ 우려하시기도 해요. 우리가 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오직 시민만 바라보고 열심히 시설공단 이사장으로서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김 당선자는 덧붙여 “이사장님께서 잘 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시민들이 보고 계십니다. 잊지 마시고, 다시는 축구장 의자가 이런 식으로 바뀌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했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