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잘 안다. 그런데 내가 이 팀에서 제일 많이 혼난다(웃음). 감독께서 나를 향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정체된 것처럼 보이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더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나를 향한 기대가 없다면 쓴소리도 하지 않으실 거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동기부여로 삼아 더 잘하려고 한다.”
송민규(26·FC 서울)가 미소와 함께 전한 말이다.
송민규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전북 현대를 떠나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송민규는 서울 이적으로 김기동 감독과 재회했다. 송민규는 포항 스틸러스 시절 김기동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K리그1 정상급 공격 자원으로 올라선 바 있다.
송민규는 올 시즌 K리그1 전반기 15경기에서 3골 3도움을 기록했다.
서울은 공격에서 자기 몫을 확실하게 해준 송민규의 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송민규가 6월 21일 서울의 전지훈련지인 강원도 양양에서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월드컵 휴식기에 양양에서 훈련 중이다.
전북에 있었던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간이 있었다. 거스 포옛 감독께선 10일 휴가를 주신 적도 있다. 오래 쉬었던 기억이 있어서 낯설진 않다. 다만 월드컵 휴식기다 보니 확실히 길게 느껴진다. 지루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 시간을 잘 활용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Q. 날이 더워지고 있다. 힘들진 않나.
다른 선수들은 체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문제는 나다. 나는 점점 더 안 좋아지는 것 같다(웃음). 유독 힘들게 느껴진다. 내 체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Q. 휴가 때 푹 쉬어서 그런 건가.
아니다. 휴가 때도 나름대로 운동했다. 날씨가 확실히 더워지니까 조금 힘든 것 같다.
Q. 포항 시절부터 여름에 강한 선수 아니었나.
좋았던 때도 있었고 주춤했던 때도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건 우스갯소리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휴식기를 통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Q. 서울이 올 시즌 전반기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휴식기가 길다. 좋은 흐름이 끊기는 게 아쉽진 않았나.
당연히 아쉽다. 좋은 흐름을 계속 이어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모두가 쉬는 시기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 더 좋은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겠나. 기존 강점은 더 살리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팬들에게 더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을 거다. 소중한 시간이라고 본다.
Q. 서울에서 보내는 첫 시즌이다. 적응은 끝났나.
다 됐다. 솔직히 처음 왔을 때도 크게 낯설지 않았다. 김기동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친분 있는 선수들도 있었다. 나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했을 뿐이다. 전반기 순위만 보면 그래도 잘하고 있지 않나 싶긴 하다. 하지만 시즌이 끝난 건 아니다. 프로답게 몸 관리 철저히 해서 매 순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Q. 지난해 전북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쭉쭉 치고 나가서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도 현재의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려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꾸준함이다. 지난해 전북은 정말 꾸준했다. 전북뿐 아니라 우승을 차지했던 팀들을 보면 꾸준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경기력이 1년 내내 좋을 순 없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강한 팀은 패할 수 있는 경기를 무승부로 마친다. 버티는 힘이 있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에선 반드시 승점 3점을 가져와야 한다. 그런 힘이 있어야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Q. 올해 리그 개막전부터 골을 넣었다. 송민규의 프로 생활을 돌아보면 개막전에 누구보다 강한 것 같다.
개막전에만 4~5골은 넣은 것 같다. 개막전에만 잘하는 것 같다(웃음).
Q. 스타 플레이어의 힘 아닌가.
개막전에 골을 넣고 조용한 날이 길어지곤 했다. 그것도 스타 플레이어로 인정해 주나(웃음). 앞서 말한 대로 꾸준한 경기력과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Q. 올해 K리그1의 변화 중 하나는 외국인 선수를 무제한 보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변화를 체감하나.
나는 공격수다. 프로 데뷔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해 왔다. 경쟁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최대한 재밌게 즐기려고 한다. 프로에서 경험이 쌓였다. 경쟁에서 밀려본 적도 있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훈련장에서부터 김기동 감독께 내 장점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어떤 선수든 훈련장에서 잘해야 감독님의 선택을 받는다. 내가 훈련장에서부터 잘해야 감독님의 선택을 받았을 때 다른 선수들의 불만도 없을 거다. 결론은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잘해야 한다. 나는 지금도 계속 경쟁 중이다.
Q. 경기력이 뜻대로 나오지 않을 때 멘털 관리는 어떻게 하나.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앞서 말한 꾸준함이 답이다. 꾸준하게 해야 한다. 잘될 땐 주전 자리를 지키고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그라운드 위에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땐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럴수록 나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형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프로는 경쟁이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버티는 게 정말 중요하다. 계속 준비해야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꾸준함에 달렸다.
Q. 김기동 감독의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다.
김기동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시는지는 잘 안다. 그런데 내가 이 팀에서 제일 많이 혼난다(웃음). 감독께서 나를 향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정체된 것처럼 보이니까 안타까운 마음에 더 말씀하시는 것 같다. 나를 향한 기대가 없다면 쓴소리도 하지 않으실 거다. 감독님의 이야기를 동기부여로 삼아 더 잘하려고 한다.
Q. 서울은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이다. K리그에서 유일하게 평균 관중 2만 명이 넘는 팀이다. 그런 팀에서 큰 기대를 받는다. 부담은 없나.
부담을 느껴본 적은 없다. 프로축구 선수는 항상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라운드에 들어섰을 때 자신감이 있어야 내 장점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물론 말로는 부담이 없다고 하지만 몸이 부담을 느낄 순 있다. 그래도 항상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나를 향한 믿음이 있어야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믿는다.
Q. 홈 경기마다 2만 명 이상의 팬들 앞에서 뛴다. 어떤 느낌인가.
정말 대단하다. 이전까진 원정 선수로만 서울을 찾았다. 이젠 홈이다. 팬들의 응원을 몸으로 느낀다. 정말 큰 힘이 된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얻는다. 우리가 1위로 전반기를 마친 것도 팬들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후반기엔 더 잘해서 팬들을 더 웃게 해드리고 싶다.
Q. 2025-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도전은 16강에서 마무리했다. ACLE를 돌아본다면.
아쉬움이 크다. 한편으론 우리를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었던 대회가 아니었나 싶다. 많이 배웠다. 현실을 알게 됐고,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많은 분이 ‘경기력은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나나 선수들도 그 생각엔 동의한다. 정말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축구는 결과다. 일본 팀들은 치열한 경쟁과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우리보다 높은 위치까지 갔다. K리그1 팀들이 ACLE를 통해 더 성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Q. 일본 선수들의 피지컬이 이전보다 확실히 좋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변화를 느낀 게 있나.
확실히 느꼈다. 기억을 돌려보면, 체력, 정신력, 집중력, 투지 같은 부분에선 한국 팀이 확실하게 앞섰었다. 일본 팀들은 그때도 볼을 다루는 방식이나 기술에서 우위에 있는 듯했다. 많이 달라졌다. 일본 팀들이 이젠 체력, 정신력, 집중력, 투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기존 강점에 약점으로 보였던 부분까지 장점으로 바뀌니까 시너지 효과가 훨씬 큰 것 같다.
Q. K리그1과 J1리그 팀들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건가.
그건 아니다. 세계적인 팀을 상대하면, ‘어떻게 해도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본 팀을 상대하면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다. 진짜 한 끗 차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결정력의 한 끗, 세밀함의 한 끗, 이런 작은 차이 하나하나가 승부를 가르지 않나 싶다.
Q. 올 시즌 K리그1 우승에 도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신경 쓰이는 팀이 있나.
전북이다. 가장 견제해야 할 팀은 전북이라고 본다. 전북엔 우승을 경험해 본 선수가 많다. 다시 말해 우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팀이다. 이 경험의 힘은 큰 경기에서 더 강한 빛을 낸다.
Q. 전북 얘기가 나왔으니 물어보겠다. 지난 전북전 후 전북 출신인 세 명의 서울 선수가 전북 팬들에게 인사했다. 박수 쳐준 팬들도 있었지만 야유를 보내고 좋지 않은 걸개를 내건 팬들도 있었다. 감정이 복잡했을 것 같은데.
내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서울로 향했다. 감정적으로 좋지 않으신 팬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박수를 쳐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이 계신다는 것도 안다.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팬 개개인의 자유다. 분명한 건 내가 전북에 4년 6개월 동안 있으면서 가졌던 마음이다. 그 팀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러웠고, 큰 애정을 가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전북을 떠났지만, 전북이란 팀에 대한 감사함은 평생 간직할 거다. 팬들이 보내주셨던 사랑과 응원도 잊지 않을 거다.
Q. 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일 거다.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프로 데뷔 후 단일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를 올리고 싶다. 17개 이상 해내야 한다. 시상식 땐 또 한 번 K리그1 베스트 11에 들고 싶다. 내가 잘하면 팀 성적도 좋지 않겠나. 팀과 함께 꼭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
[양양=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