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마르(38·서울 이랜드 FC)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인터뷰로 안 될 것 같은데? 다큐멘터리 한 편 만들어 볼 생각 없나.”
오스마르에게 “‘10년 넘게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한국 축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자 돌아온 말이었다.
오스마르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정말 진중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나온 답 속엔 K리그와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오스마르는 스페인 출신이다.
오스마르는 스페인 라싱 산탄데르 유소년 팀에서 성장해 프로에 데뷔했다. 오스마르는 2012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에 입단하며 아시아 축구와 첫 인연을 맺었고, 2014년 FC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오스마르는 일본 J1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임대를 떠났던 2018시즌을 제외하고 2014시즌부터 2023시즌까지 서울에서만 뛰었다.
오스마르는 서울에서 344경기에 출전해 25골 12도움을 기록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서울 역사상 최초 외국인 주장도 역임했다.
오스마르는 2024시즌부턴 이랜드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MK스포츠’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휴식기였던 6월 26일 경기도 가평의 이랜드 클럽하우스에서 오스마르와 나눈 이야기다.
Q. 부상으로 5월 24일 성남 FC전 이후 출전 기록이 없다. 재활은 잘 진행되고 있나.
재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의무팀과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내가 최대한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단순히 복귀 시점을 앞당기는 데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남은 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Q. 올 시즌 전반기를 돌아본다면.
전반기 전체를 나쁘게 평가하진 않는다. 괜찮은 경기력을 보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는 것도 확인했다. 특히 경기력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경기마다 기복이 있었다. 한 경기 안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집중력을 잃고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K리그1 승격을 목표로 하는 팀이라면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Q. 휴식기 돌입 전 마지막 경기였던 6월 7일 충북청주 FC와의 홈 경기에서 1-2로 역전패했다. 경기 막판 2골을 연달아 내줬다. 김도균 감독이 경기 후 이례적으로 선수들을 향해 강한 메시지를 냈다. 이날 뛰지는 않았지만 경험이 풍부한 오스마르 아닌가. 이런 경기를 교훈으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김도균 감독께서 맞는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한다. 충북청주전 한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시즌 내내 경기력의 일관성이 부족했다. 어떤 순간엔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갑자기 집중력을 잃으면서 경기 흐름을 내줬다. 그런 장면이 자주 반복됐다. 우리 팀엔 좋은 선수가 많다. 앞으로 더 좋아질 선수들이다. 코칭스태프도 전술적으로 많은 것을 준비한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모든 노력이 빛을 잃을 수 있다. K리그1 승격을 이루려면 꾸준해야 한다. 특히 한 경기 안에서 경기력이 크게 오르내리는 모습을 줄여야 한다.
Q. 경기력의 일관성을 높이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단순히 훈련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훈련은 프로선수에게 당연한 거다. 정말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긴 어렵다는 얘기다.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기 위해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정신적인 준비가 중요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365일 할 순 없다. 회복 훈련하는 날이 있고, 휴식을 취할 때도 있다. 하루 두 차례 훈련하는 날도 있고, 한 번 훈련할 때도 있다. 중요한 건 훈련에 임하는 자세다. 어떤 훈련이든 경기할 때와 똑같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훈련도 경기의 일부다. 휴식도 마찬가지다. 우린 프로선수다. 다가오는 경기에서 100%를 보여주기 위해 잘 쉬어야 한다. 훈련을 대충 하는 선수가 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없다. 훈련장에서의 좋은 태도가 실전에서도 이어진다. 매 순간 집중해야 한다. 다 쏟아내야 한다. 그래야 강해질 수 있다.
Q. 한국에서 유럽 선진 축구를 경험한 선수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다. ‘훈련장에서부터 다 쏟아낸다’는 거다. ‘훈련장에서 100%를 쏟아낸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 건가. ‘훈련을 열심히 한다’는 걸까.
모든 건 마음가짐에서 시작된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훈련에 임하느냐가 그날 하루의 성과를 결정한다. 나는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다. 나는 이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린 시절 함께 축구했던 친구들을 떠올려 본다. 그중 프로에 도달한 친구는 거의 없다. 당시 나보다 재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던 선수가 많았다. 하지만 프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길을 선택한 친구가 많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도자에게 기회를 받지 못해 꿈을 접은 선수도 있다. 아주 어린 나이에 은퇴한 선수도 적지 않다. 내가 프로 선수가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노력만으로 이 자리에 도달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많은 행운이 따랐다.
Q. 어린 시절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다.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면서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어린 시절 어떤 선수를 꿈꿨고, 어떤 마음으로 축구를 시작했는지 계속 되새긴다. 회복 훈련을 하는 날이든, 하루 두 차례 훈련하는 날이든 마음가짐은 같아야 한다. 우린 ‘프로’다. 프로다워야 한다. 언제나 프로 선수다운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나는 어린 시절의 나와 한 약속을 지금도 지켜나가려고 한다.
Q.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사람이다. 조금 나태해지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어린 시절을 더 떠올린다. 나는 이를 ‘스위치 온’이라고 표현한다. 내가 축구화를 벗는 날까진 이 스위치가 항상 켜져 있을 거다. 그래야만 한다. 어릴 적 내가 이루고 싶어 했던 꿈과 노력을 되새긴다. 그 과정 속 정말 많은 행운이 따랐다. 나에게 기회를 주며 성장시켜 준 감사한 지도자들을 만났다. 좋은 동료, 사람들을 만나서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더 큰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도 은퇴하는 날이 올 거다. 그 스위치가 꺼지는 순간이다. 그땐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선수 이후의 삶이다. 다만 다가오지 않은 미래다. 인간이 머무는 곳은 현재다. 나는 프로축구 선수로 충실히 살아야 한다. 이 마음을 내 인생의 마지막 경기까지 잃지 않을 것이다.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가 그랬으면 좋겠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거다. 주변을 돌아보면, 프로축구 선수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이가 훨씬 많다. 프로가 되더라도 자릴 잡지 못하거나 20대 초반에 그만두는 경우도 흔하다. 지금 이 순간은 나의 노력만으로 성취한 게 아니다. 항상 축복받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사소한 훈련에서도 100%를 쏟을 수 있다.
Q. 한국 축구계에서 ‘훈련량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프로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유소년 지도자들이 특히 부족한 훈련량으로 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런데 유럽을 경험한 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훈련의 질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스마르는 세계 최고의 시스템을 갖춘 스페인에서 성장했다. 무엇이 정답인가.
음. 축구에 정답은 없다(웃음). 어느 한쪽이 옳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 일리가 있다. 어떤 일을 하든 반드시 필요한 훈련량이 있다. 프로축구 선수를 꿈꾸면서 하루 30분만 훈련하고 실력이 크게 향상되길 기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반대로 훈련의 질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하루 8시간씩 운동한다고 실력이 크게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나에게 ‘어느 쪽에 비중을 두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훈련의 질과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답하겠다.
Q. 이유가 무엇인가.
훈련 시간이 다른 국가, 다른 팀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얘기하겠다. 세계 축구는 점점 섬세해지고 있다. 선수 개개인이 그라운드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선수가 해야 할 일은 시간대별, 상황별로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모두 준비되어야 한다. 그런 걸 완벽하게 해낼 방법은 훈련뿐이다. 훈련의 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퀄리티가 낮은 훈련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는 훈련은 선수의 의지를 꺾을 위험도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훈련 시간이 적어야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최소한의 훈련량은 필요하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거다. 훈련을 준비하는 코칭스태프도 중요하지만, 선수들도 주어진 시간 동안 얼마나 높은 집중력을 가지고 진심을 다해 임하느냐를 봐야 한다. 경기력은 훈련장에서 나온다.
Q. 한국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나. 일본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같다. 한국 축구계의 고민이다. 오스마르는 K리그와 J리그를 모두 경험해 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여러 일본 팀을 상대하기도 했다. 일본이 한국을 앞서가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한국이 일본을 따라붙으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다음 스케줄 없나. 이 질문 하나로 밤을 지새울 수도 있을 것 같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찍어야 할 정도로 긴 이야기가 필요하다. 우선 팬, 언론, 지도자를 포함한 한국 축구의 모든 구성원이 국가대표팀과 프로 선수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 충분히 이해한다. 대표팀과 프로축구는 많은 관심을 받을 만하다. 나는 한국에서 외국인이지만,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 K리그가 지금보다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부탁드리고 싶다.
Q. 어떤 부탁인가.
축구계 모든 구성원이 대표팀과 프로축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큼 유소년 아카데미와 육성 시스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먼저 우리가 진정으로 유소년 아카데미와 육성 시스템에 관심을 기울고 있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한국의 축구 시스템은 피라미드와 같다. 한국 사람들은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대표팀과 프로 선수를 본다. 여기서 중요한 것. 정점이 높아지려면 아래에 있는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
Q. 일본은 그 기반이 ‘튼튼하다’고 느꼈나.
솔직하게 이야기하겠다. 일본 축구와 일본 선수들의 수준이 높다는 건 이제 누구나 안다.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했을 수는 있다.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결과를 가져오는 경기도 있을 것이다. 내용을 봐야 한다. 그 내용 속 격차가 있다. 일본 축구는 보는 재미가 있다. 선수들의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은 까닭이다. 이 차이는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다. 가장 낮은 아래쪽에서 시작된다. 부탁드린다. 한국 축구가 지금보다 나아지려면 풀뿌리, 유소년 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Q. 한국과 일본의 유소년 시스템 차이를 조금 더 얘기해줄 수 있을까.
나는 은퇴 후 지도자를 꿈꾼다. 그러다 보니 유소년 축구에 관심이 많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토너먼트 대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대회에 참가해 짧은 토너먼트를 치른다. 그 대회가 끝나면 또 다른 토너먼트에 참가한다. 이런 방식이 반복된다. 어린 선수들이 장기간 이어지는 리그를 경험하고 일정한 루틴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프로가 된 뒤에야 긴 리그 일정과 생활 방식에 익숙해져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은 어린 시절부터 리그 형태의 경쟁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놨다. 그런 게 한국보다 잘 마련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 차이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Q. 한국에도 유소년 시스템을 고민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행정가, 지도자가 많다. 그들이 공통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뛰어야 할 나이대에 시스템에 의해 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K리그 구단 산하 유소년 팀은 일반적으로 12세 이하(U-12), 15세 이하(U-15), 18세 이하(U-18)로 나뉜다. 어린 선수들에게 세 살 차이는 굉장히 크다. 가능하다면 한 살이나 두 살 단위로 연령별 팀을 세분화하는 게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축구가 당장 그런 시스템을 구축할 준비가 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또 하나 짚고 싶은 게 있다.
Q. 계속 얘기해 달라.
한국은 결과에 집중하는 문화가 강하다. 프로에선 결과가 아주 중요하다. 프로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반드시 승리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유소년 단계에선 달라야 한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선수의 성장보다 당장의 결과를 좇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일본 지도자들은 당장 경기에서 이기는 것뿐 아니라 선수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할 것인지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춘다. 유소년 단계에서 만들어진 차이는 성인이 된 뒤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Q. 한국에서 생활하며 이러한 부분을 직접 느낀 적도 많았나.
한국에서 많은 선수와 함께했다. 놀랐던 게 있다. 내가 12살이나 13살 때 배웠던 축구의 기초적인 부분을 프로에 와서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선수가 예상보다 많았다. 한국 유소년 대표팀을 경험한 선수 중에서도 축구의 기본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건 선수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유소년 단계에서 선수의 경기력과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눈앞의 경기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했다면, 기본기를 배울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이런 문화와 시스템이 조금씩 바뀌어야 한국 축구의 뿌리가 단단해질 수 있다.
Q. 최근 어린 선수 중에선 자기 생각과 다른 지도자나 선배를 만났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흔들리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 이들에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
음. 솔직히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육성 시스템이 없다면, 선수의 성장은 결국 운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 구단과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와 같은 큰 조직이 선수 육성에 초점을 맞춘 일관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선수들은 그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본기를 쌓고 성장해야 한다.
Q. 일관된 육성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어린 선수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선수가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잘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연령별 팀으로 올라갔을 때 선수의 성장보다 결과에만 집중하는 지도자를 만날 수 있다. 이전 지도자와 완전히 다른 축구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팀을 옮겼더니 원래 뛰던 곳과 전혀 다른 포지션을 맡을 수도 있다. 새로운 지도자가 이전까지 배웠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가르칠 수도 있다. 선수 육성에 초점을 둔 큰 틀이 없다면, 선수의 성장은 지도자 개인의 역량과 철학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Q. 모든 지도자가 똑같은 축구를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당연하다. 지도자마다 전술적인 개성과 철학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선수의 기본기와 성장에 관해선 일관된 큰 틀이 필요하다. 어느 연령대에선 어떤 기본기를 갖춰야 하는지, 공격과 수비에서 어떤 부분을 이해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은 그 틀 안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지금은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데 운이 필요한 것 같다. 좋은 지도자를 만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정체될 가능성이 있다. 시스템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어린 선수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많지 않다. 길을 잃거나 혼란스러운 순간이 찾아와도 노력을 멈추지 말고 끝까지 가야 한다는 말밖엔 해줄 수 없다.
Q. 오스마르가 이토록 유소년 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어린 시절의 경험도 영향이 있을까.
나는 레알 마드리드나 FC 바르셀로나처럼 거대한 시스템을 갖춘 구단에서 성장하지 않았다. 규모가 작고 검소한 유소년 팀에서 10년 이상 축구를 배웠다. 당시 눈에 띄는 선수도 아니었다.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지도 않았다. 주장을 맡거나 많은 관심을 받는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기술과 정신력, 축구 지식의 기반을 다졌다. 그때 만들어진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다. 지금의 오스마르가 있는 건 그 시스템 덕분이다. 한국 축구도 어린 선수들이 좋은 지도자를 만나는 행운에 의존해선 안 된다. 누구를 만나든 기본기를 쌓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Q. 오스마르의 현재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무엇인가.
축구 선수로선 나이가 많은 편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개인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매 순간 몸과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몸과 마음이 100%면,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동기부여다. 올 시즌엔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후반기엔 가능한 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 그 목표가 나를 계속 밀어붙이게 한다.
Q. 선수 생활 이후의 목표도 궁금하다.
내년엔 무엇을 할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큰 목표는 있다. 지도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어린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것을 꿈꿨다. EPL은 모든 선수가 꿈꾸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무대 중 하나다. 선수로선 아쉽게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제는 지도자로 성공해 EPL에서 감독이나 코치로 일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싶다. 아주 먼 길이다. 거쳐야 할 단계도 많을 것이다. 그래도 목표는 최대한 높게 잡아야 하지 않나. 그 목표에 맞춰 노력할 것이다. 내가 EPL에서 지도자로 일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최초의 K리그 출신 EPL 감독’이란 타이틀을 달아보고 싶다. 내 꿈이다.
[가평=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