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전국 23.0%, 순간 최고 27.1%)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SBS 드라마 ‘김부장’이 화려한 퇴장 이면에서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악인을 향한 통쾌한 권선징악 서사와 주연 소지섭의 묵직한 열연은 찬사를 받았지만, 마지막 회 극 후반부 20분 동안 거세게 몰아친 ‘PPL(간접광고) 폭격’이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깼다는 지적이다.
감정이 최고조에 달해야 할 중요한 피날레 순간. 화면에는 커피맛 카페인 사탕(코*코)부터 브랜드 안경(안경**), 전기차(폴*타), 건강음료(호*원), 회전초밥집(미*도스시)이 릴레이로 등장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지막 20분은 PPL 대환장 파티”, “CF 모음집인 줄 알았다”는 탄식이 쏟아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아쉬운 연출은 드라마 ‘김부장’의 압도적인 흥행 파급력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
시청자들은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27%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끝까지 채널을 고정했다. 그 결과, 극 중 주인공들이 피로를 달래며 먹던 커피맛 사탕과 건강음료는 이커머스에서 품귀 현상을 빚었고, 소지섭과 손나은이 추격전에 탑승한 최신 전기차는 매장 시승 문의가 폭주했다고 한다. 강력한 서사의 힘이 억지스러운 광고마저 집어삼키며 광고주들에게 이례적인 ‘초대박 마케팅’을 안겨준 셈이다.
이러한 촌극의 배경에는 지상파 드라마가 직면한 척박한 제작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는 제작비와 배우들의 출연료 속에서, 고품질 액션과 연출을 유지하기 위해 PPL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지키고 싶은 창작자의 자존심과 막대한 자본을 충당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쫓기듯 대본을 수정해 광고를 욱여넣어야 하는 제작진의 뼈아픈 고충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애청자들 사이에서는 “SBS는 빠지고 시즌2는 넷플릭스 등 OTT 오리지널로 제작하라”는 파격적인 요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플랫폼이 막대한 제작비를 지원해 상대적으로 노골적인 PPL 부담이 덜한 OTT 환경에서, 흐름의 끊김 없이 온전한 서사를 즐기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당연한 갈증이다.
물론 PPL 자체가 ‘절대 악’은 아니다.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간접광고는 현실감을 높이고 척박한 제작 환경을 윤택하게 만든다. 그러나 맥락을 훼손하는 과유불급의 연출은 지상파 드라마의 씁쓸한 한계선을 명확히 긋고 말았다.
시청률과 화제성, 그리고 광고 효과까지 모두 싹쓸이하며 종영한 ‘김부장’. 향후 제작될 시즌2가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거대 자본을 업고 넷플릭스행을 택할지, 아니면 지상파와 PPL의 한계를 영리하게 극복한 새로운 공존의 묘수를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