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존재였다.
잔혹 동화 같은 콘셉트로 가요계를 뒤흔들었던 독보적 실력파 그룹 ‘써니힐’의 메인보컬 ‘코타’이자, MBC 예능 ‘놀면 뭐하니?’에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WSG 워너비(오아시소)’의 주역. 날카로운 하이톤 음색과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 장악력으로 늘 중심에 서 있던 그였다.
하지만 무대의 조명이 꺼진 뒤, ‘인간 안진아’는 아무도 모르게 가장 뜨겁고 성실한 일상을 살아내고 있었다.
최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안진아는 익숙한 숏컷 대신 어깨 아래 내려온 긴 머리를 한 채, 특유의 다정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속사도, 매니저도 없이 홀로 인터뷰 현장에 도착한 그는 놀랍게도 “얼마 전까지 여의도 편의점과 고깃집에서 알바를 했다”는 가슴 뭉클한 고백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15년 동안 오직 마이크만 잡고 살아온 베테랑 가수가 편의점 야간 근무와 고깃집 서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평생 음악밖에 해본 적이 없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문득 내가 너무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도 돈이지만, 진짜 날것의 세상과 부딪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보고 싶었어요.”
서빙과 정산조차 낯설어 실수 연발이었던 초보 알바생의 하루는 고단했지만 따뜻했다. 특히 편의점 인근 여의도 순복음교회 어르신들이 단체 손님으로 올 때면, 싹싹하게 땀을 흘리는 그를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고생한다”며 원플러스원(1+1) 편의점 커피를 손에 쥐여주고 가던 순간들을 회상할 때는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렇게 온몸으로 부딪친 세상의 온기는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트로트’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다. 젊은 세대 중심의 아이돌 음악과 달리, 더 넓고 깊은 대중의 애환을 품어야 하는 트로트의 매력을 불판을 닦고 물건을 채우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가짜 예명 벗고 ‘참된 나(眞我)’로…김혜연이 알아본 트로트 원석
안진아는 오랜 고민 끝에 14년간 지켜온 써니힐의 ‘코타’라는 이름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트로트 가수로 무대에 오르며 본명을 전면에 내건 이유 역시 남다르다.
“아이돌 출신이 트로트를 한다고 하면 대중분들이 이질감을 느끼시거나 겉핥기식 도전으로 보실 것 같았어요. 제 본명이 참될 진(眞)에 나 아(我)예요. 이름 뜻 그대로 ‘진짜 나’를 보여드리고 싶었고, 트로트에 정말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그에게 트로트는 예고 없이 찾아온 운명이었다. 과거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복을 입고 트로트 명곡 ‘처녀뱃사공’을 불렀을 때, 심사위원이었던 선배 가수 김혜연이 “이쪽 바닥으로 당장 들어와라. 너무 탐나는 인재다”라며 남긴 극찬이 가슴속 깊은 곳에 씨앗으로 박혔다.
결국 주변의 권유로 큰 용기를 내 TV조선 ‘미스트롯4’ 왕년부에 도전한 그는 쟁쟁한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애교 많은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적우, 유미 등 대선배들의 곁에서 트로트 특유의 ‘꺾기’와 절절한 감정 선을 새롭게 배우며 보컬리스트로서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값진 경험을 했다.
지난 7월 20일 발매된 안진아의 트로트 데뷔곡 ‘로또가 답이다’는 제목만큼이나 기막힌 비화를 품고 있다. 실제로 그는 로또는 즐겨 해보지는 않았다고.
그러나 이번 신곡은 그에게 더욱 각별하다. 신인 작곡가 김지수와 함께한 ‘로또가 답이다’는 녹음과 믹싱을 무려 두 번씩이나 완전히 엎어가며 반년 넘는 시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완성도를 높였다.
“단순히 요행을 바라는 노래가 아니에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고단한 일상을 성실히 버텨내고, 토요일 하루 희망 한 장을 품으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소박한 애환과 활력을 담은 따뜻한 힐링송입니다.”
현재 그는 소속 매니저도 없이 인스타그램 DM으로 섭외 연락을 직접 받으며 스케줄을 뛰고 있다. 화려한 대형 기획사의 보호막 아래 있던 아이돌 시절에 비하면 모든 것이 척박하지만, 안진아는 “그저 불러주시기만 해도 페이 상관없이 감사하게 달린다”며 더없이 단단해진 내면을 보여주었다.
‘미스트롯4’ 왕년부 언니들과 대구에서 만드는 뜨거운 두 번째 출사표
신곡 활동과 더불어 안진아는 무대 위에서 대중을 직접 만나는 오프라인 무대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 첫걸음으로 다가오는 8월 22일 대구 콘서트에 게스트로 출격한다.
이미 서울 상암에서 뜨거운 열기를 경험한 후 열리는 이번 대구 콘서트는 TV조선 ‘미스트롯4’를 통해 만나 깊은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적우, 애프터스쿨 출신 정아, LPG 출신 고은별, 그리고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의 주인공 유미 등 쟁쟁한 왕년부 선배들과 함께 참여하는 무대다. 왕년부의 싹싹한 막내로서 대선배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그는 이번 공연에서도 이들과 눈부신 호흡을 맞추게 된다.
안진아는 “꺾기나 감정 표현을 적우 언니, 유미 언니를 비롯한 많은 왕년부 언니들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며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대구에서 시원하고 열정 가득한 축제의 장을 준비하고 있으니 대구 관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환한 웃음과 함께 각오를 다졌다.
보이시한 숏컷을 자르고 ‘진짜 나’를 증명하기 위해 긴 머리를 흩날리며 마이크를 잡은 안진아. 기교를 버리고 가장 친근한 목소리로 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그의 진정성 있는 도전이, 매주 토요일의 희망처럼 우리 곁에 스며들기를 응원해 본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