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분간 펼쳐지는 외계인과의 추격전 속에는 개성 강한 다채로운 캐릭터가 활개친다. 그중 수수께끼를 품은 듯한 미스터리한 캐릭터로 꼽히는 ‘양배’(음문석 분)는 영화 ‘호프’(HOPE, 감독 나홍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 중 하나로 꼽힌다.
“‘호프’는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됐다. 나홍진 감독님과 티타임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티타임 중 제가 ‘곡성’ 보면서 궁금한 점을 이야기했는데 감독님께서 충청도 사투리가 가능하냐고, 해볼 수 있냐고 하셨다. 곧바로 사투리를 했다. 감독님이 보고 계신 상태에서 조감독님이 대사를 해주시고 제가 연기를 했는데, 나 감독님 표정이 되게 좋아보이셨다.”
‘호프’는 시골 마을을 공격한 실체를 쫓는 사람들로 시작해, 마을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거쳐 새로운 관점으로 전환되고 확장되는 이야기를 담는다. 매 작품 장르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이야기에 도전을 거듭해온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오랫동안 공들여 준비한 신작이다.
음문석은 ‘호프’에서 마을에 벌어진 엄청난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목수 ‘양배’ 역으로 열연했다. 특히 그는 ‘양배’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며 극의 긴장감을 이끄는데 성공했다.
처음부터 ‘양배’ 역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던 음문석은 나홍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그만의 ‘양배’를 구축해나갔다. “나홍진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주신 건 이상한 아이도 아니고, 착한 아이도 아니고 나쁜 아이도 아니었다. 그냥 악이라고 하셨다. 그저 희대의 나쁜 사람들보다 양배가 더 나쁜 사람이었던 거다. 감독님께 ‘왜’냐고 물으니 ‘그들은 잡혔지만 양배는 잡히지 않아요’라고 하셨다. 전 이때까지 영화, 드라마를 찍으면서 캐릭터 고민을 제일 많이 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24시간 양배는 어떤 캐릭터일까, 생각을 하다가 아는 누나의 조카를 보게 됐는데, 위험하거나 나쁜, 심각한 상황에서 이걸 생각 안하고 행동하는 걸 보고 양배의 세부 설정을 아이로 잡아가려고 했다.”
극중 양배의 의뭉스러운 행동뿐만 아니라, 첫 등장부터 의심스러운 향기를 풍기는 비주얼 역시 관객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더벅머리에 진한 다크서클, 기미 등 정리되지 않은 모습에서 느껴지는 수상한 분위기가 공포스러움을 더한 가운데, 그동안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음문석의 읽기 어려운 표정과 독특한 하관 움직임이 ‘양배’만의 색을 진하게 만들어냈다.
“모든 콘셉트는 감독님께서 잡아주셨다. 침이 위까지 안 묻으니까 입술이 마르고 달라붙어서 자꾸 양배가 침을 묻히게 됐는데, 그걸 감독님께서 캐치하시더니 조금 더 과장되게 표현해줄 수 있냐고 했다. 저는 그걸 연기하면서 할 때는 몰랐는데 아웃풋을 영화관에서 봤는데 진짜 이상하더라.(웃음) 사실 분장은 한 게 없다. 하하하. 분장은 치아만 넣고 얼굴을 조금 까맣게 한 게 다다.”
양배를 연기하면서 ‘호프’에서 가장 많이 합을 맞춘 건 배우 황정민이었다. 음문석은 황정민과 함께한 현장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선배님 연기를 실제로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다. 선배님의 눈빛, 표정을 보고 있으면 실제 상황 속에서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어떤 분위기와 상황에 집중력으로 인해서 그 상황에 초대를 해주시는구나 싶었다. 계속 또 함께 하고 싶다. 특히 황정민 선배님은 완전 츤데레시다. 직접적으로 사랑한다고 표현하시다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많이 예뻐해주셨다.”
조인성에 대해서는 ‘롤모델’을 언급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루마니아 촬영 때부터 함께 했는데, 개인적으로 저를 너무 잘 챙겨주셨다. 너무 고맙고 감사한 형이었다. 특히 형의 촬영하는 자세, 모습을 보고 잇으면 제가 저 자신에 대해 반성할 정도였다. 정말 열심히 하셨고 누구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셨다. 호흡이 너무 중요한 촬영들이 많았는데, 연기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저의 멘탈도 많이 잡아줬다. 너무 멋진 형이고 닮고 싶은 선배다. 나중에 꼭 조인성 선배님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호프’의 엇갈린 반응 속에서 열린 결말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특히 ‘호프’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2편 제작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음문석은 ‘2편 제작’에 대해 언급하니 “저도 궁금하다. 하지만 감독님만 알 수 있다. 저는 꼭 나오고 싶다. 아직 다행인 건 제가 죽지 않고 마지막에 끝났다는 거라는 거다. 감사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아직 ‘호프’를 보지 못한 예비 관객을 위한 바람도 덧붙였다. “‘호프’가 극장에 있을 때 꼭 보셨으면 좋겠다. 그 사운드와 그 스케일을 나중에 TV로 보시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다. 저는 어쨌든 출연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극장에서 본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영화관에서 오감으로 체험하셨으면 좋겠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