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을 자랑했다가 증조부의 ‘친일 행적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독립운동가 후손으로 알려진 가수 청하와 이첸, 윤주빈 등이 ‘진짜 명문가 집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했던 하영은 자신의 증조부에 대해 “당시 한양에서 서양 의학 전문 의원을 가장 먼저 여신 분 중 한 분이라고 들었다. 증조부께서 일본에서 의학을 공부하신 후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며 ‘4대째 의사 집안’임을 고백해 화제가 됐다.
방송 직후 고종을 진료한 하영의 증조부로 안상호가 거론됐다. 문제는 안상호의 행적 중 친일 의혹이 있다는 점이었다. 1898년 일본 도쿄자혜의원의학교에 입학해 1902년 의술 개업 시험에 합격한 안상호는 이후 귀국해 1919년 고종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당시 일본인 의사 모리야스 랜치키와 함께 진료한 인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는 10일 “현재 온라인상에서 거론되고 있는 하영의 증조부가 안상호는 맞다. 하지만 친일 행적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안상호가 친일 행적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체적인 과거 기록들과 관련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 않았으며,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안상호는 ‘일선동화의 가정’(一鮮同化의 家庭), 즉 ‘일본인처럼 생활하고 동화되는 것이 모범적이다’라는 사례로 기사에 실린 바 있다. 해당 기사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 밖에도 안상호가 1916년 11월 29일 대정친목회가 결성될 당시 윤치호, 유병필 등과 함께 평의원으로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친일 행적을 한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역사자료에서는 대정친목회를 일제강점기 친일단체로 다루고 있으며, 이후 이 단체는 다른 친일단체들과 함께 ‘내선융화’ 등을 내건 친일단체 연합에도 참여했다.
특히 1919년에는 고종이 덕수궁 함녕전에서 뇌출혈로 쓰러지자 급히 진료했으나 끝내 구하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그는 일본인의 사주로 고종에게 독약을 올렸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다만 해당 의혹은 뚜렷한 증거가 없어 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상호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지 않은 만큼, 친일 행적을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가운데 하영 집안의 ‘친일파 의혹’과 맞물려 일제강점기 당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 후손 연예인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의 후손으로 잘 알려진 그룹 모디세이의 멤버 이첸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서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낀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의 고조할아버지는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인 안명근으로, 사촌 형 안중근의 감화를 받고 항일운동에 나서 이승훈, 김구 등과도 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0년 황해도 일천 일대를 중심으로 서간도에 무관학교를 설립하기 위한 자금을 모금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1911년 12월부터 10년 동안 복역했으며, 1922년 출옥 후 남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계속하다 1927년 병사했다. 1962년 대한민국 건국훈장 독립장이 수여됐다.
배우 윤주빈은 윤봉길 의사의 종손이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 천장절 및 전승 기념식에 폭탄을 투척하는 의거를 성공시켰다. 윤봉길 의사는 거사 후 현장에서 체포돼 처형됐다. 2019년 윤봉길 의사의 증손으로 알려진 윤주빈은 ‘제100주년 3·1절 기념식’ 행사에 참여해 독립운동가 심훈 선생이 옥중에서 어머니께 쓴 편지를 낭독했다.
가수 청하 또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알려지면서 눈길을 모았다. 청하의 외할아버지는 석은 김용근으로, 평양 숭실학교 유학 중 종교부장으로 신사참배를 반대했고 연희전문학교 사학과에 다닐 때에는 일제의 탄압으로 두 차례에 걸쳐 3년여의 옥고를 겪은 바 있다.
광복 후인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대한민국 국군 제9사단에 입대해 참전했으며, 1980년에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찾아온 제자 윤한봉, 정용화, 김남표, 은우근을 숨겨줬다는 죄명으로 투옥돼 집행유예의 형을 받고 출소했다. 그는 독립운동가 겸 민주화운동가로서 1987년 관련해 독립유공자로 추서됐으며, 2002년에는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와 관련해 청하는 유튜브 채널과 화보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등급을 땄다고 알리며 “외할아버지가 5·18 민주화운동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셔서 그 기록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2개월 동안 집 밖에 안 나가고 공부만 했다”고 고백했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