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고 시청률 47.9%를 견인하며 안방극장을 호령했던 ‘복수극의 여왕’이 돌아왔지만, 대중의 첫 응답은 다소 미지근했다.
12년 만에 친정인 KBS로 귀환하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예고했으나, 첫 방송 시청률이 6%대에 머물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0일 첫 방송된 KBS2 새 일일드라마 ‘욕망의 덫’은 전국 가구 기준 6.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방영작인 ‘붉은 진주’의 마지막 회 시청률(7.4%)보다 1.0%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배우 장서희가 2014년 ‘뻐꾸기 둥지’ 이후 무려 12년 만에 KBS 일일극으로 복귀한다는 막강한 화제성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출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단 1회 만으로 흥행의 성패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이번 작품이 방송가 안팎의 이목을 집중시킨 진짜 이유는 시청률 숫자가 아닌, 장서희라는 베테랑 배우가 선택한 영리한 ‘위치 이동’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MBC ‘인어 아가씨’(47.9%), SBS ‘아내의 유혹’(37.5%)을 통해 억울함을 딛고 악인을 응징하는 서사의 아이콘으로 군림하며 연기대상까지 거머쥐었던 그는, 이번 ‘욕망의 덫’에서 처음으로 복수당해야 할 최종 빌런 주미란 역을 맡아 극의 서늘한 긴장감을 쥐락펴락한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헌신적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권력과 성공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품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대단히 입체적인 인물이다.
첫 방송부터 극의 전개는 쉴 틈 없이 숨 가쁘게 몰아쳤다. 청마그룹 유일한 상속녀 강해라(주새벽 분)가 고은설(전혜원 분)을 향해 노골적인 열등감과 집착을 드러내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이 과정에서 주미란은 강해라의 미술대회 부정행위를 은밀히 조력하며 자신의 거대한 계획을 위해 조용히 움직이는 서늘한 면모를 과시했다. 방송 말미에는 고은설의 그림을 망가뜨리려던 강해라의 극단적인 행동으로 미술실에 거센 불길이 번지는 파격적인 엔딩을 장식, 세 여자의 비극적 악연이 본격적으로 얽히기 시작했음을 예고했다.
초반 시청률 반등의 열쇠는 결국 장서희가 빚어내는 ‘절대 악’ 서사가 얼마나 빠르게 궤도에 올라 힘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2026년 하반기에는 시원하게 욕을 먹어 보겠다”며 굳건한 자신감을 드러낸 장서희와, 살인 누명으로 모든 것을 잃은 뒤 그에게 처절하게 맞서는 첫 주연 전혜원의 팽팽한 연기 대결이 최대 관건이다.
익숙한 복수의 공식을 과감히 뒤집고 스스로 악역의 무거운 굴레를 쓴 베테랑 배우의 승부수가, 정체된 KBS 일일극의 흥행 불씨를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을지 방송가의 귀추가 주목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