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칵 뒤집어놓은 블랙핑크 제니의 이른바 ‘무대 노출 사고’ 영상은 100%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악의적인 딥페이크(가짜) 범죄물이다.
이 조작된 영상은 단 반나절 만에 무려 1,250만 회라는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온갖 자극적인 댓글들을 양산해 냈다.
씁쓸한 지점은 이 역겨운 가짜 영상이 인터넷을 집어삼킨 사이, 정작 제니가 피와 땀으로 일궈낸 2026년의 경이로운 ‘진짜 대기록’들은 가십의 그림자 속에 철저히 묻혀버렸다는 사실이다. 자극적인 껍데기를 걷어내고, 진짜 아티스트 제니가 증명해 낸 압도적인 성과들을 직시해야 할 때다.
2026년은 그야말로 ‘제니의 해’였다. 미국 뉴욕 ‘거버너스 볼’부터 롤라팔루자, 그리고 최근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서머 소닉 2026’ 피날레까지. 제니는 글로벌 7대 초대형 음악 페스티벌의 단독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전 세계 메인 스테이지를 이토록 완벽하게 싹쓸이한 것은 팝 역사상으로도 이례적인 쾌거다. 그런데 대중의 관심은 무대 위에서 뿜어낸 그의 압도적인 라이브 에너지가 아니라, 찰나의 춤사위를 교묘하게 조작한 ‘가짜 노출 영상’에 쏠렸다. 작금의 미디어 소비 형태가 얼마나 자극적인 이슈에만 매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미디어가 얄팍한 가십에 열을 올리는 동안, 제니의 음악은 세계의 높은 벽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부수고 있었다.
세계적인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와 협업한 듀엣곡 ‘Dracula(드라큘라)’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서 5위까지 치솟았고, 무려 11주 연속 톱10에 머무는 대형 사고를 쳤다. 팝의 본고장 미국 라디오 에어플레이를 꽉 잡아야만 정상이 가능하다는 어덜트 팝 차트에서도 5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한 K-팝 팬덤의 화력 결집을 넘어, 현지 대중의 귀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는 묵직한 증거다.
직접 프로듀싱한 첫 정규 앨범 ‘Ruby(루비)’ 역시 궤를 같이한다. 제니는 수록곡 ‘like JENNIE’를 통해 자신을 향한 날카로운 일침을 날렸다. “안티들은 날 좋아하지 않지 / 하지만 너희, 진짜 제니를 만나본 적은 있어?” SNS 속 단편적인 이미지나 자극적인 짤로만 자신을 소비하는 대중들을 향해, “가짜 가십 대신 내 진짜 음악이나 제대로 보라”며 쿨하게 받아친 셈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관음증과 트래픽 장사를 멈춰야 할 때
평소 무대 위에서 과감하고 힙한 스타일링을 즐긴다고 해서, 그가 딥페이크 성희롱의 타깃이 되거나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도 좋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지금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한 ‘해프닝’이나 ‘가십’이 아니다. 타인의 얼굴을 허락 없이 합성해 조작하는 명백한 디지털 성범죄다. 금전적 이익을 위해, 혹은 얄팍한 도파민 중독에 빠져 이런 가짜 영상을 퍼 나르는 행위는 아티스트의 영혼을 갉아먹는 폭력이다. 나아가 이러한 불법 조작 영상을 방치한 채 트래픽 장사에만 열을 올리는 거대 플랫폼들의 무책임한 방관 역시 엄중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제니의 독보적인 아우라와 빌보드를 휩쓴 라이브 무대는, 그 어떤 뛰어난 AI도 결코 조작해 낼 수 없다. 우리가 진정으로 열광해야 할 것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노출 영상이 아니라, 전 세계 무대 위에서 자신의 한계를 묵묵히 깨부수고 있는 ‘아티스트 제니’의 진짜 땀방울이다. 이제는 자극적인 필터를 걷어내고, 세계 정상으로 날아오른 페스티벌 퀸에게 합당한 박수를 보내주어야 한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