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인종과 언어를 초월하는 힘을 지녔다.
FC 서울 공식 서포터스 ‘수호신’이 이를 증명할 또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다.
서울은 9월 16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6-27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 1차전 페르십 반둥(인도네시아)과의 맞대결을 벌인다.
수호신은 경기 하루 전인 15일 반둥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 한국에 거주하는 반둥 팬은 물론이고 인도네시아에서 이번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팬들까지 함께한 자리였다.
‘MK스포츠’가 16일 경기를 앞두고 수호신 김주한 회장을 만났다. 김 회장은 2004년부터 서울을 응원해온 팬으로 3년째 수호신 회장직을 맡고 있다.
Q. 경기 전날(15일) 반둥 팬들과 만남을 가졌다고 들었다. 어떻게 성사된 자리였나.
처음엔 한국에 거주하는 반둥 팬에게 연락이 왔다. “인도네시아에서 팬들이 한국으로 오는데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수호신도 참석해 서로의 응원 문화를 교류하면 좋겠다”는 제안이었다. 서울을 2004년부터 응원하고 있는데 해외 팬들과 교류한 경험은 많지 않다. 내부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나눈 뒤 만남을 결정했다. 좋은 취지로 연락을 주신 것 아닌가. 거절할 이유가 하나도 없더라(웃음).
우린 반둥 원정도 가야 한다. 일본이나 중국 등과 비교했을 때 인도네시아에 관한 정보는 적은 게 사실이다. 원정을 갈 때 좋은 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실제로 반둥 팬들이 “어떤 도움이든 주겠다”고 해줬다. 정말 감사하다.
Q. 15일 만남의 자리에선 어떤 얘기가 오갔나.
서로의 문화와 경험을 공유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서포터스는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등을 얘기했다. 응원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악기 등 응원 문화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Q. 가장 기억에 남은 인도네시아 축구 문화는 무엇이었나.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달리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다. 서포터스 문화도 지역이나 민족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더라. 한국에선 접하기 어려운 문화여서 새로웠다.
Q. 인도네시아는 축구 열기가 대단한 국가 아닌가.
인도네시아는 온 국민이 축구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이 K리그(1·2) 평균 관중 1위 팀이긴 하지만, 길거리에서 서울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은 아니다. 보통 ‘같은 서울 팬이구나’ 하고 지나친다. 반둥은 아니었다. 길거리에서 반둥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만나면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반갑게 대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더라.
Q. 팀이나 경기와 관련된 얘기도 했을 것 같은데.
서로 에이스 자랑을 했다(웃음). 반둥은 9번을 달고 뛰는 선수가 에이스인데 몬테네그로 출신이더라. 반둥 팬들에게 “우리도 예전에 몬테네그로 선수가 있었다”면서 관련된 일화를 들려줬다. 반둥 팬들이 얘기를 듣더니 “우리도 라이벌 팀으로 간 선수가 있다. 정말 싫어한다”고 했다.
Q. 한국에 거주하는 인도네시아 팬 가운데 서울 홈 경기를 찾았던 이도 있지 않았나.
그분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두고 “굉장히 웅장하고 멋진 경기장”이라며 “잔디도 훌륭하다”고 얘기해줬다.
Q. 축구를 통해 다른 나라 팬들과 교류하면서 축구의 또 다른 매력을 느꼈을 것 같다.
예전에 내가 받았던 환대가 떠올랐다. 2016년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원정을 간 적이 있다. 10년 전이다. 현지에 관한 정보가 지금보다 훨씬 부족했다. 그때 현지에서 굉장히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그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래서 더 한국을 찾아온 반둥 팬들을 잘 대접하고 싶었다. 반둥 팬들이 “인도네시아에 오면 정말 잘 대접하겠다”고 이야기해줬다.
단순히 축구를 보기 위해 여행하는 것보다 이런 교류까지 더해지면 훨씬 재미있지 않나 싶다. 어제 함께했던 모든 사람이 영어를 능숙하게 한 것도 아니다. 축구를 ‘만국 공통어’라고 하지 않나. 우린 ‘축구’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문화 교류까지 했다. 정말 신기했다.
Q. 수호신 회장으로서 서울의 매력을 이야기한다면.
다른 팀 원정을 다니다 보면, ‘우리 팀이 정말 좋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경기 전·후 팬들을 위한 이벤트다. 홈 경기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광장은 하나의 축제장이다.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푸드트럭은 서울의 자랑이 됐다. 반둥 팬들이 신기하게 바라본 것도 푸드트럭이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길거리 음식 문화가 유명하지만, 경기장 주변 푸드트럭이 하나의 문화이자 자랑으로 발전한 건 처음 보는 듯했다.
나도 처음엔 축구 경기에만 집중했는데 응원 문화와 여러 이벤트에 빠져들었다. 그러면서 축구가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프로축구는 아무리 길어도 2시간 안에 결과가 난다. 경기 전·후에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그것이 K리그의 매력이다. 서울과 K리그를 통해 인도네시아 팬들과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까지 얻지 않았나. 소중한 경험이다.
Q. 이번 경기를 앞두고 수호신에서 별도의 메시지를 준비한 것 같던데.
오늘 별도의 배너를 준비했다. 경기 킥오프 전 네팔 산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간이 있다. 그것과 별개로 준비한 배너다.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가 있었다. 수호신에서 희생자를 비롯한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우리의 위로가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