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가 마침내 누적 관객 1,200만 고지를 밟으며 대한민국 박스오피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지난 5일 기준 누적 관객 수 1,204만 5,150명을 기록했다.
지난 8월 5일 개봉 이후 42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수성하며 지난 9월 일찌감치 천만 축포를 쏘아 올린 데 이어, 개봉 9주 차인 지난 5일에도 하루 4만 6,944명을 동원하며 식지 않는 뒷심을 과시한 결과다.
이번 1,200만 돌파가 갖는 수치적 의미는 상당하다. 우선 ‘오디세이’는 역대 국내 전체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부산행’(1,156만 명)과 2024년 최고 흥행작 ‘파묘’(1,191만 명)를 차례로 제치고 역대 19위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추세라면 16만여 명 차이인 역대 18위 ‘택시운전사’(1,218만 9,988명)는 물론, 17위 ‘신과함께-인과 연’(1,227만 명), 16위 ‘왕의 남자’(1,230만 명)의 기록까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한국영화와 외화로 범주를 나눠 살펴보면 기록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현재 국내 역대 박스오피스 톱20 안에 이름을 올린 작품 중 한국영화는 ‘명량’(1,761만 명), ‘왕과 사는 남자’(1,692만 명), ‘극한직업’(1,626만 명), ‘서울의 봄’(1,312만 명) 등 15편이 포진해 있다. 반면 1,200만 관객의 벽을 넘은 외화는 ‘오디세이’를 포함해 단 5편뿐이다.
실제로 역대 외화 흥행 순위에서 ‘오디세이’는 ‘아바타’(통합 1,400만 명), ‘어벤져스: 엔드게임’(1,397만 명), ‘겨울왕국 2’(1,376만 명), ‘알라딘’(1,280만 명)에 이어 당당히 역대 5위에 안착했다. 종전 외화 5위였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123만 명)를 약 80만 명 차이로 따돌렸으며, 놀란 감독 본인의 최고 흥행작이었던 ‘인터스텔라’(1,034만 명)의 기록도 훌쩍 넘어섰다. 마블이나 디즈니의 프랜차이즈 시리즈가 아닌 단일 실사 영화로 1,200만 고지를 밟은 외화는 ‘오디세이’가 유일무이하다.
영화관 위기론 속에서 ‘오디세이’ 흥행의 첫 번째 동력은 단연 ‘극장에서 반드시 체험해야 할 압도적 스케일’이다. 이 작품은 집 안 작은 화면이나 모바일 기기로는 결코 온전히 느낄 수 없는 거대한 스펙터클을 스크린 전면에 펼쳐낸다. 시각적 쾌감을 극대화한 영상미와 심장을 울리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은 관객으로 하여금 “극장 표 값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즉각적인 체감을 이끌어냈다. 단순히 ‘보는 영화’를 넘어 ‘경험하는 영화’를 원하던 관객들의 갈증을 정조준한 셈이다.
체험의 완성도 위에 얹힌 직관적이고 탄탄한 대중성 역시 흥행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다. 관객을 지치게 만드는 복잡한 미장센이나 지나치게 난해한 설정 대신, 주인공의 여정과 갈등, 위기 극복의 호흡을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밀어붙인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서사 구조를 취하면서도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완급 조절은 대중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을 여실히 증명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몰입해 즐길 수 있는 흡인력이 관객층의 외연을 빠르게 넓혔다.
이러한 대중적 흡인력은 곧장 실관람객의 폭발적인 입소문으로 직결됐다. 개봉 직후 실관람 평점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N차 관람’(다회차 관람) 열풍까지 촉발시켰다. 특히 특수 상영관(IMAX, 4DX, 돌비 시네마 등)을 중심으로 한 예매 전쟁은 일반관으로까지 낙수효과를 일으키며 장기 흥행의 발판을 굳혔다.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자발적으로 형성된 호평 릴레이가 관람을 망설이던 잠재 관객들마저 극장 매표소 앞으로 이끌어낸 결과다.
여기에 맷 데이먼, 샤를리즈 테론,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 톱배우들의 열연과 고전 서사를 현대적인 블록버스터의 호흡으로 풀어낸 놀란 감독 특유의 연출력이 전 세대 관객의 입소문을 폭발시켰다. 개봉 9주 차에도 신작들의 공세를 뚫고 전체 예매율 상위권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오디세이’가 역대 외화 4위인 ‘알라딘’(1,280만 명)의 스코어까지 위협할 수 있을지 극장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