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꾼’ 김기동 “아내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전하고 싶어”···“서울과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 [MK인터뷰]

김기동 감독이 이끈 우승이다.

FC 서울이 10월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시즌 K리그1 33라운드 강원 FC와의 맞대결에서 승점 1점을 추가하며 남은 5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1 33경기에서 20승 7무 6패(승점 67점)를 기록 중이다. K리그1 단독 선두로 2위 울산 HD에 승점 16점 앞선다.

김기동 감독이 FC 서울의 우승을 이끌었다. 서울이 우승한 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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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건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서울의 우승을 이끈 김 감독이 강원전을 마친 뒤 전한 이야기다.

Q. 서울 부임 당시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3년 만에 K리그1 우승을 이뤘다.

2024년 1월 3일이었나. 이 자리에서 여러 기자분이 계실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서울의 찬란했던 영광을 되찾겠다”,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감독으로서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우승했다는 것이 기쁘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정말 기쁘다.

Q. 코리아컵 우승 경험은 있지만 감독으로서 K리그1 우승은 처음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글쎄. 우승을 했다고 해서 기분이 들뜨거나 하진 않는다. 감독을 하면서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초반, 중반, 마지막까지 단계별 계획을 세웠다. 선수 때 해왔듯이 감독으로서도 계획을 하나씩 이뤄내려고 했다. 서울에 오면서 자신 있게 말씀드렸던 것도 그런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K리그1 우승은 내 계획 안에 있었다. 그 계획을 이뤘다는 점에서 상당히 기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목표가 있다. 계속해서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K리그1 우승이 하나의 과정이라고 했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그건 안 가르쳐주겠다(웃음). 다른 목표가 될 수도 있다. 코리아컵에서도 우승했고 K리그1에서도 우승했다. K리그1 2연패, 3연패가 될 수도 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우승이 될 수도 있다. 내 안에는 여러 목표가 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가장 고마운 사람과 미안한 사람을 꼽는다면.

모든 선수가 고맙다. 구성윤, 클리말라를 비롯해 모든 선수가 좋은 활약을 해줬다. 팀에는 주장과 부주장이 있다. 감독의 생각을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고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해준 주장 김진수부터 경기장 안에서 중심을 잡아준 선수들까지 정말 고맙다. 선수들에게 1년 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미안하다기보다는 서운하고 아쉬운 선수가 있다. 송민규다. 민규가 올해 우리와 함께하면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민규가 중간에 떠나지 않았다면 우승을 더 일찍 확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민규를 위해 보내줬지만 감독으로서, 선배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아까 민규의 유니폼을 입고 인터뷰했는데 끝나자마자 영상통화가 왔다. 아마 다음 경기에는 머리를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한 번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Q. 서울에 부임한 뒤 여러 비판과 평가를 받았다. 이제 우승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을까.

감독이라면 항상 받아들여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 와서도 잘하지 못할 때는 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게 감독의 위치이고 자리인 것 같다. 감독은 계속 발전하고 증명해야 한다. 모든 일을 이뤄냈을 때 서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감독은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Q.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꼽고 싶은 선수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할 정신이 없었다. 아직 올 시즌 리그 5경기가 남아 있다.

Q. 지난해 여름 힘든 시간을 겪었다. 김기동 감독도 힘들었겠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우승을 이룬 지금 가족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나.

선수 때부터 지도자 생활을 하는 지금까지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했다. 이제는 미안하다는 말이 식상할 정도다. 더 이상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2020년 감독상을 받았을 때 그런 이야기를 했다. ‘내 인생의 98%가 축구이고 1%가 가족, 나머지 1%가 골프’라고 했다. 그런데 서울에 오게 되니까 아내가 그러더라. 자기가 ‘1%를 포기할 테니 99%는 축구를 하고 1%는 골프를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3년 동안은 정말 100% 축구에만 매진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항상 내 편에서 좋은 이야기와 조언을 해준다. 아내에게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아내가 2024년 개막전이었던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왔었다. 그때 ‘축구가 재미없다’고 하더라. 그 이후 오늘이 두 번째 방문이다. 우승할 수 있는 자리에 함께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기성용이 팀에 계속 남아 있었다면 우승할 수 있었을까.

우선 내가 보낸 건 아니다. 그건 잘 모르겠다. 어떤 선수가 없어서 우승하지 못하고, 어떤 선수가 있어서 우승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서울은 오랜 과도기를 겪었다. 지난 3년 동안 서울을 이끌면서 빅클럽으로서 어떤 시스템과 철학이 필요하다고 느꼈나.

서울에 오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감독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에 왔지만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했다. 3년을 보내면서 서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게 서울의 철학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인기 있는 선수를 영입해서 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 모을 것인지, 아니면 정말 좋은 팀을 만들어서 성적을 내고 그 성적을 바탕으로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서울이 방향성을 잘 잡는다면 K리그를 주도하는 구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우승을 해서 관중이 많이 찾아오는 구단이 될 것인지, 제시 린가드처럼 좋은 선수를 영입해서 팬들의 관심을 끌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한 방향성을 잘 잡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Q. K리그1 우승을 확정했지만 ACL2를 비롯한 남은 일정이 있다.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ACL2 때문에 베트남에 가야 한다. 이 부분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사실상 14명 정도의 선수를 중심으로 올 시즌을 끌고 왔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참고 뛰는 선수가 많다.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눠서 베트남 원정에는 원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남은 리그 경기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해야 한다.

Q.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았다. 그 순간 어떤 기분이 들었나.

자주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기분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 그 위에 있고 싶다. 그래서 더 노력하는 것 같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아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내가 어느 날 나에게 ‘축구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다. ‘축구를 그만두면 정말 공허할 것 같다’고 하더라. 사실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나는 아직 더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내가 축구에 너무 얽매여 있는 게 안타까운 것 같다. 축구를 빼면 내 인생의 낙이 없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래서 축구 외에 더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 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부임 첫해에는 우승이라는 목표가 현실적으로 멀어 보였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지난해 동계훈련 때는 우승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서울에 올 때 나름대로 단계별 계획을 세웠다. 당시 서울은 오랫동안 파이널 A에 진출하지 못했던 팀이었다. 내가 직접 데려온 선수도 없었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팀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해에는 어려움을 딛고 ACL 진출권을 따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3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중반까지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 이슈가 생기면서 팀이 많이 흔들렸다. 올해를 준비하면서 구단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척추 라인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구성윤, 로스, 바베츠 등을 통해 팀의 중심을 잡고 싶었다. 척추 라인이 완성되면서 팀에 힘이 생겼다. 상대 팀들도 그동안 접했던 서울의 축구와 다르다 보니 시즌 초반에는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팀의 좋은 분위기로 이어졌고 결과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

Q. 우승을 이뤘다. 서울과 재계약할 마음도 있나.

내가 10년 동안 할 거라고 하지 않았나(웃음). 좋은 틀을 마련해놨고 좋은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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