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만져봐야 아는데 제 건 좀 달라요.” 한화 이글스에 불어닥친 난데없는 미염(美髥) 경합에 최연소 도전자 안승민이 방점을 찍었다. 보는 것 보다 더 특별하다는 수염 자화자찬으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수염에 대한 자신감 만큼이나 요즘 보직을 변경해 마무리투수로의 자신감도 한껏 쌓아가고 있다.
올 시즌 한화에는 멋진 수염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많다. 구렛나룻부터 수염까지 이어지는 깔끔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주장 한상훈을 필두로 많은 선수들이 수염을 기르고 있다. 불혹을 넘은 박찬호는 자연스러움과 동시에 멋스러움이 가득한 수염을 길러 선수들로부터 한화 최고의 수염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시즌 중반부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기 시작한 대니 바티스타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안승민이 ‘털보파’의 일원들이다.
그 와중에 ‘마초스타일’로 변신한 바티스타의 우연한 팀 내 수염평가로 선수들의 불꽃튀는(?) 경합이 시작됐다. 최근 바티스타가 “안승민은 안 어울린다. 당장 잘라야된다”면서도 “박찬호는 얼굴 전체에 자라는 스타일이라서 더 기르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촉매가 된 것. 이 발언에 발끈한 안승민이 자신의 수염에 대한 예찬을 하게 된 것이다.
21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만난 안승민에게 넌지시 바티스타의 수염 평가 이야기를 꺼내자 “이미 한 번 밝혔지만 내 수염은 특별하다. 바티스타 수염은 수세미 같다”라는 농담으로 혹평하더니 “만져봐야 아는데 내 건 감촉이 부드럽다. 아무튼 내 수염은 좀 다르다”며 자신감을 한껏 드러냈다.
수염을 매만지며 아쉽다는 표정을 짓던 안승민은 팀 내 최고의 수염에 대해서는 “박찬호 선배 수염이 멋지다는 건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선배를 한껏 추켜세웠다. 공교롭게도 박찬호는 최근 짧게 면도를 해 다시 스타일 변신에 나서고 있다. 사실 안승민이 수염을 기르게 된 것도 스프링캠프에서 한 방을 쓴 공주중·고 선배인 박찬호의 영향이다. 19년 후배인 안승민이 수염을 기르자 정리와 손질에 관해 자세하게 알려줘 그를 더(?) 중후하게 만든 뒷 이야기가 있다.
안승민은 사실 만 21세 ‘귀요미’다.사진=김재현 기자
안승민은 올해 만 21세에 불과한 나이에 한화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다. 프로 3년차인 올 시즌 49경기 1승 7패 9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4.4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부터 팀 사정에 따라 불펜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7월 27일부터 10경기에서 1자책점만을 기록하는 짠물투구로 7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안승민의 외모는 연륜마저 느껴진다는 평이 많다. 거기에는 수염이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안승민을 가리켜 “쟤는 10년차 같아 보인다”는 농담을 할 정도다. 위압감을 줘야하는 마무리투수를 하기에 수염 깎은 얼굴만 보면 순하고 둥근 안승민의 외모는 좀 앳되어 보이는 것도 사실. 경기 외적인 부분이지만 선수 본인이 외모에 만족하고 있는 데 더 이상의 수염 논란은 불필요한기도 한 문제다. 수염을 기르는 것이 익숙한 문화를 갖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타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어필하기 위해 일부러 수염을 기르는 투수들도 많다.
어쨌든 보직 변경 이후 경기를 매조지는 매력을 한껏 느끼고 있는 최연소 마무리투수 안승민에게는 누가 뭐래도 ‘내가 제일 잘 나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