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평균은퇴 시기는 52~54세로 추산된다. 이처럼 모든 사회인들은 은퇴를 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선택을 한다. 안식의 삶 혹은 제 2의 도전으로. 이는 야구계도 다르지 않다.
일반사회와 형태는 분명 다르다. 평균 직장인들보다 은퇴 시기는 10년 정도 이르다. 빠르면 30대 중반, 늦으면 40대 중반까지 포진된다. 최근 이승엽(삼성) 임창용(KIA) 이호준(NC) 등 40대 베테랑들이 현역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30대 후반정도가 야구선수들의 은퇴시기로 고려된다.
그렇다면 정든 유니폼을 벗은 선수들의 진로는 어떤 방향성을 띄고 있을까. 다수가 선택하는 일반적인 진로가 여전히 많은 가운데 최근에는 눈에 띄는 색다른 방향으로 인생을 설계하는 선수들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 지도자의 길 여전히 대다수는 은퇴 후 코치 및 감독. 즉 지도자 코스를 선호한다. 평생을 야구인으로서 살아왔고 훗날도 야구인으로서 살아가고 싶은 야구선수들의 열망이 담겨있다. 방망이와 글러브는 쥐지 않지만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호흡하며 팬들과도 소통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선수시절 이상으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한다. 염경엽 SK 단장, 장정석 넥센 감독은 선수시절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도자로서 업적을 만들었고 또 그러한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선수시절 스타플레이어라고 했더라도 사령탑으로 주목받는 것은 또 다르게 느껴진다. 선동열 전 KIA 감독, 이만수 전 SK 감독, 김시진 전 롯데 감독 등은 프로야구 레전드로 꼽히지만 감독으로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재도 수많은 선수들이 지도자 혹은 그와 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 최근 공식은퇴식을 치른 홍성흔은 미국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산하 루키팀 코치로 지도자 과정을 밟고 있다. 선진야구를 배워 국내 및 현지 지도자가 되겠다는 포부. 그는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메이저리그 정식 코치가 되고 싶은 목표를 세워 놨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운동하는 게 너무 좋다. 선수들과 함께 뛰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말했다. 진갑용 역시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지도자 과정을 밟거나 이를 꿈꾸는 선수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가장 보편적인 이유다. 레전드급 선수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백업포수로서 쏠쏠한 활약을 자랑했던 용덕한은 다소 갑작스러운 은퇴 후 NC 2군 배터리 코치로 활동하고 있으며 거취가 불분명했던 내야수 출신 고영민은 kt 2군에서 코치생활을 시작했다.
유니폼을 벗고 정장을 입은 적토마 이병규(왼쪽)는 해설위원으로 제 2의 길을 걷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수요 늘어나는 또 다른 현장인 해설위원 최근에는 지도자의 길 이외로 방향을 튼 은퇴 선수들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이 알려지고 지도자만큼이나 보편적인 길은 야구해설의 길이다. 지도자가 되는 길보다 빠르고 부담은 덜한 편. 은퇴했어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최근 전문화된 지식을 요구하는 팬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경험이 풍부한 선수출신 해설자들을 향한 수요는 증가하는 편이다. 팬들의 이러한 열망에 방송사들도 매 시즌을 앞두고 새로움, 변화 등을 내세우며 해설진 라인업을 보강한다. 올해만 하더라도 이병규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이 새롭게 해설계에 뛰어들었다.
기존 터줏대감들도 굳건하다. 이종범, 양준혁, 정민철, 박재홍, 최희섭, 김선우, 장성호, 안치용, 이종열, 최원호, 안경현 등 몇 년 전까지 그라운드에서 활약했던 대표적 선수들이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야구를 들려준다.
손혁 위원과 김재현 위원도 현장과 방송국을 두루 거쳤으며 WBC, 올림픽 등 특별행사 때는 박찬호, 이승엽 등도 특별해설위원으로 나서기도 한다.
양준혁(사진) 해설위원은 본업 외에도 재단법인 이사장으로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제 3의 길 보편적인 지도자, 해설위원 이외에 제 3의 길이라 불려지는 은퇴 후 진로가 있다. 대표적으로는 방송인 변신이 있다. 아직 야구계는 흔하지 않지만 축구, 농구, 배구계에서는 은퇴하거나 현역에서 종사 중인 선수들이 활발히 방송에 나오고 있다. 서장훈, 안정환, 이천수 등은 전문방송인 뒤지지 않는 입담과 재치 그리고 센스로 제 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이동국과 김연경은 현역임에도 활발히 방송에 출연 중이다.
야구계는 아직 흔하지 않다. ‘양신’ 양준혁 해설위원 정도만이 방송프로그램 출연에 적극적이지 다른 선수들은 크게 선호하지 않고 있는 코스다. 다만 최근 박재홍, 이병규 등 해설위원을 역임 중인 은퇴선수들이 일회성 방송프로그램에 나와 얼굴을 비추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재능기부 및 사회봉사 활동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물론 은퇴선수들만의 몫은 아니다. 몇몇 현역 선수들 역시 틈이 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친다. 그렇지만 시즌이 길기 때문에 주로 비시즌 때 이뤄지는데 반면 은퇴한 선수들은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유소년 야구육성 및 야구불모지에 터를 닦아주는 일을 선보이고 있다.
양준혁 위원은 본업인 해설위원 외에 재단법인 양준혁 야구재단을 만들어 다양한 야구관련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양 위원은 지난 3월 MK스포츠와 만났을 당시 이와 관련된 질문에 “다들 (은퇴 후) 너무 길이 좁다. 다양한 생각이 필요하다. 다양한 선택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정말 (은퇴 후 할 일이) 많다. 야구 (관련)사업을 해볼 수 있고 스포츠용품관련 일을 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 제도도 실시될 예정이며 재능을 살리는 자선 활동도 길이 있다”고 적극적인 활로 모색을 추천한 바 있다.
‘헐크’ 이만수 전 감독도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지만 생활을 마친 뒤 현재는 비영리법인인 헐크파운데이션을 설립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재능기부가 일상이 된 그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다양한 활동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KBO리그 무대에서는 은퇴했지만 해외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간 ‘대성불패’ 구대성도 이색적인 케이스. 구대성은 국외리그 생활을 마친 뒤 2006년 한화로 복귀했고 이후 2010년까지 선수로 활동하다 그해 9월3일 공식 은퇴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그는 KBO선수로만 은퇴했을 뿐 이후 호주로 떠나 시드니 블루삭스 팀에서 현역으로 활동했다. 올 시즌은 투수코치로 호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구대성은 KBO리그 은퇴 후 호주로 건너가 또 다른 선수로서 삶을 시작한 바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앞으로도 늘어날 변화 이웃나라이자 야구의 역사가 깊은 일본. 일본야구기구(NPB)는 지난 2016년 초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이색적인 설문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내용은 은퇴 후 진로. 결과는 예상대로 선망의 대상인 고교야구, 및 사회인 야구 지도자가 꼽혔다. 프로야구 감독 및 코치 그리고 스카우트도 거론됐다. 다만 63%의 응답으로 3위에 오른 회사원이 이색적이었는데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은퇴 후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추세 때문”라고 진단했다. 일본에서는 과거 몇 년 전에 선수들이 은퇴 후 선호직업으로 식당개업을 1위에 꼽은 적도 있다. 당시 제도변경 때문에 생긴 일시적 현상이었지만 그만큼 안정적 직장에 대한 선호는 국적이 따로 없이 벌어지는 현상이다.
국내 역시 유사한 흐름이 다가올 것으로 예측된다. 여전히 지도자 코스가 단연 압도적이지만 한정된 자리와 이에 따른 쉽지 않은 경쟁관계 등이 어려움으로 꼽힌다. 비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이를 걱정해야하는 처지고 스타플레이어라고해도 기대치 등에 있어서 부담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이색적이고 다양한 흐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향후 이와 관련한 다변화 된 움직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