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오뉴월에 한을 품은 강민호(33·삼성 라이온즈)는 이제 롯데 자이언츠에는 저주가 되고 있다.
강민호의 무서운 활약에 롯데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롯데의 강민호에서 푸른 피의 강민호로 바뀐 상황이 더 뼈아프다.
롯데가 삼성전 5연패에 빠졌다. 롯데는 1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2-4로 역전패 당했다. 이로써 올 시즌 삼성과의 상대전적은 1승6패가 됐고, 최근 삼성과의 시리즈에서 내리 다섯 번 연속 패하고 있다.
이젠 푸른 색의 삼성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강민호. 더욱이 친정 상대로 맹타를 휘두르는 강민호 앞에서 롯데는 씁쓸할 수밖에 없다. 사진=김영구 기자
더욱이 삼성만 만나면 계속 역전패를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강민호가 있었다. 이날도 롯데는 5회까지 2-0으로 앞서고 있다가 6회 대거 3점을 내줬다. 강민호는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이었다. 역전을 만드는 3점째 적시타가 바로 강민호가 때린 것이었다. 2-2 동점이던 6회초 2사 3루에서 좌전 안타를 쳤다. 롯데 선발 노경은이 던진 초구를 공략했고, 3루수 한동희 앞에서 타구가 갑자기 튀면서 운도 따랐다. 8회에는 행운의 쐐기 적시타까지 만들었다. 무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민호는 롯데 두 번째 투수 구승민의 2구를 공략해 높이 뜨는 타구를 만들었지만, 2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로 연결되면서 팀의 4점째 득점을 만들었다.
유독 친정 롯데에 강한 강민호다. 지난 5월 22~24일 대구에서 열린 롯데와의 3연전에서는 3경기 연속 홈런을 때렸다. 그 중 두 차례가 역전을 만드는 홈런이었다. 22일에는 3-4로 팀이 뒤지던 7회말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10-4 승리를 이끌었다. 23일에도 3-4로 삼성이 뒤진 5회말 3점 홈런으로 6-4로 연승 행진에 앞장섰다. 24일에는 6-1로 앞선 7회말 쐐기 투런포를 터트렸다. 올 시즌 롯데 상대로 6경기에서 타율 0.348 3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강민호는 롯데 부동의 안방마님이었다. 강민호는 포철공고를 졸업한 2004년 2차 3라운드 전체 17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후 지난해까지 롯데에서만 뛰었고,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자리매김했다. 2013시즌이 끝난 뒤 첫 번째 FA자격을 얻었을 때 롯데는 당시 기준으로 FA최고금액인 75억원을 안기며 잡았지만, 4년이 지난 지난해 11월30일에는 결과가 달랐다. 당시 롯데는 “강민호에 총액 80억원을 제시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곧바로 삼성이 “강민호를 총액 80억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강민호는 “삼성에서 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다”며 협상과정에서의 섭섭함을 돌려 말했다. 또 강민호는 “나도 롯데를 떠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14년을 뛴 팀을 떠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지금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 롯데와 협상이 결렬되고 자리를 떠날 때 눈물이 나왔다”며 롯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강민호에게는 친정 롯데가 한이 된 느낌이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롯데전에 나서는 강민호의 플레이를 본 관계자들은 “독을 품고 뛰는 게 눈에 들어온다”고 입을 모은다. 강민호는 삼성에 이적하자마자 자신의 소셜메신저 프로필을 프라이드 오브 삼성(Pride of Samsung)으로 바꾸고,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는 “푸른 피가 흐른다”고 언급했다. 농담이 약간 섞여있지만, 뼈가 없진 않았다. 이를 보고 강민호를 잘 아는 한 해설위원은 “생각보다 여린 성격인 강민호도 롯데를 떠난 게 괴롭기 때문에 일부러 더 오버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롯데로서는 자업자득인 느낌이다. 지난해 스토브리그에서 롯데는 태풍의 핵이었다. 소속 선수들이 대거 FA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강민호와 손아섭은 롯데로서도 놓칠 수 없는 대어들이었다. 하지만 모양새가 그랬다. 롯데는 첫 FA자격을 취득한 손아섭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강민호가 서운함을 느꼈다는 해석이다. 항간에서는 롯데가 강민호하고는 제대로 협상 테이블을 꾸리지 않았고, 강민호가 롯데 사무실을 직접 찾아 ‘롯데에 남고 싶다’라는 의사를 전했음에도 외면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로 롯데 내부에서는 최근 들어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강민호의 포수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각이 강했다. 롯데는 강민호와 협상 결렬 직후 "포수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강민호가 삼성으로 떠나는 과정에서 롯데 구단 고위관계자가 삼성 구단 고위관계자와 얼굴을 붉혔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강민호를 접촉할 구단이 없던 것으로 파악한 롯데가 삼성에도 강민호 영입 의사를 직접 확인했는데, 삼성이 영입하자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두 구단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아직도 구단 고위층끼리 인사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2016시즌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열렸던 두 팀의 클래식시리즈도 올 시즌 갑자기 없어졌다. 삼성과 롯데는 1982년 프로 원년부터 구단명이 바뀌지 않은 영남 라이벌이다. 올드 유니폼을 입고 대구와 부산에서 ‘우리가 남이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벤트 시리즈를 열어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삼성과 롯데의 클래식시리즈가 올해부터 갑자기 중단된 큰 이유도 바로 강민호의 이적을 둘러싼 롯데 구단 고위층 인사의 심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떠난 강민호는 이렇게 ‘저주’로 되돌아오고 있다. 물론 이제 강민호 이적 후 삼성과 7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결과가 그렇다. 저주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도 1920년 홈런왕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트레이드시킨 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사람들은 루스를 버린 보스턴에 대해 '밤비노의 저주'라고 불렀다. 보스턴은 지긋지긋한 저주를 2004년에 가서야 끊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