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도형 기자] 배우 오동민이 ‘흉부외과’를 통해 또 한 단계 도약했다. 비록 아직은 농담이지만, 거침없는 그의 비상이 세계무대까지 닿는 것이 허황된 꿈만은 아닌 듯 보인다. 연기에 임하는 그의 진지한 태도는 이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큰 날개였다.
오동민은 데뷔 11년차 중고신인이다. 그는 2008년 연극 ‘nabis 햄릿’을 통해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대부분의 연기인생을 독립영화에서 활약하며 보냈다. 물론 그사이 드라마 ‘나쁜 남자’ ‘판타스틱’ 등에 출연하기도 했다.
다만 스케일이 큰 지상파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것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고민이 많았다. 모든 것이 낯설고 걱정거리였다.
오동민이 '흉부외과' 종영 소감을 전했다.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심히 노력했지만, 후회가 안 남을 수는 없었다. 처음 준비할 때 ‘과연 내가 승재를 잘 맡아서 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 메디컬 장르기에 ‘의료계 종사하시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을까’하는 부담감, 지상파에서 이 정도 비중의 역할이 처음이라 갖는 부담감이 있었다.” “베테랑 선배님들과 같이 촬영했다. 상대적으로 내가 갖고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더군다나 (KBS2 드라마스페셜 촬영스케줄 때문에) 초반 리딩에 참여하지 못했다. 작품 시작 전 함께 친해지지 못한 점, 메디컬 드라마에 대한 부담감, 큰 역할에 대한 부담감. 잘해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독립 영화 위주로 활동해 와서 드라마 시스템에 어떻게 적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드러낼 수 있을지가 숙제였다.”
물론 오동민은 그 모든 불안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배역 문승재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에도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차분하고 냉철했다. 스스로의 연기력에 대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그는 ‘흉부외과’ 이전에도, 촬영 중에도, 모든 촬영이 끝난 이후에도 자신의 배역 문승재에 대해 분석했다. 평가는 스스로가 아닌 주변에서 해줬다.
“‘잘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불신이 조금 있었다. 잘해내야 된다는 부담감, 누가 안 돼야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내 내면의) 문승재를 찾으려고 했다. 어느 정도 문승재가 됐다 싶다가도 이내 알 수 없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에 계속 노력했다. 배우 오동민으로서 성장하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종방연 때 작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미리 세트장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누가 눈에 띄었다. 보자마자 승재라고 느꼈다’라고. 리딩 때 못 봬서 걱정하신 줄 알았는데 감사했다.”
“처음에 나와 문승재라는 인물이 되게 다르다고 느꼈다. 부담됐다. 친한 선배인 정현석과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이 캐릭터 딱 넌데’라고 말해줬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나랑 닮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굳이 문승재가 아닌 나로서 연기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선배들이 오히려 ‘문승재 같다’고 말해줬다.(웃음)”
오동민은 '흉부외과'를 찍으며 얻어가는 것이 더욱 많다고 했다.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흉부외과’는 문승재라는 인물을 파악하는 것 이외에도 배우로서 고민할 것이 많은 드라마였다. 복잡한 인물관계, 각자 인물들의 심리와 이익, 의학 연기 등이 그것이다. 다만 그 모든 고민들조차 오동민에게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는 ‘흉부외과’에 대해 ‘비현실’이라고 평했다. “‘흉부외과’는 내게 비현실이었다. 선배들도 그렇고, (촬영) 환경도, 대중의 관심도 모두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꿈같은 경험들이었다. 배우로서 ‘흉부외과’에 기여한 것보다 얻어간 것이 많다. 너무 감사하고 죄송스럽다. ‘더 완성된 배우였다면 많이 기여했을 텐데’하는 생각이다. 마지막 회 촬영 날 아침 괜히 우울했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끝난 것에 대한 공허함의 표출이라고 생각한다.”
“또 드라마를 하고 싶다. (이제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감을 얻은 것과 또 사람들을 얻은 것. 쉽게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소중한 분들과 만난 것이 너무 다행스럽다.”
오동민이 꼽은 ‘흉부외과’ 속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의 후반부 문승재가 일으킨 에크모 사고 장면이었다. 본인의 비중이 큰 탓도 있지만, 문승재라는 인물을 집대성해 보여준 장면인 까닭이다.
“22부에서 내가 에크모 사고를 내고 숨어 있는 장면이 있다. 무섭고 놀란 것이 주된 정서였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대로 하려고 했지만, 박태수(고수 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았기에 고민했다. 그런데 고수의 ‘힘들지’ 한 마디에 진짜로 울었다.”
“극 중 박태수라는 인물이 없었다면 울지는 않았을 것 같다. 혼자 레지던트를 하면서 얼마나 힘들지 생각했다. 박태수의 그 위로가 없었다면 도망가던지 돌아가던지 했을 것이다. 도망가지는 않지만, 그런 마음을 담아서 간 곳이 창고였다.”
오동민은 사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한 인재다. 안정된 미래를 포기하고 선뜻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것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부모님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다만 오동민은 ‘흉부외과’에서 그랬듯 결과로써 증명해냈다.
“막연하게 어렸을 때부터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다. 무의식중에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로에 가서 연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부모님 뜻대로 진학했다가 못 참고 배우를 하겠다고 뛰어들었을 때 최초의 루트가 연극 동아리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보니 첫 관문부터 지쳐버렸다. 현실적인 제약들이 컸다. 욕망들이 거세되고 나니 진짜 꿈이 나왔다. 그래서 휴학하고 학교 연극동아리에 들었다. 이후 내적욕망이 이끄는 갈증을 쫓아서 왔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부모님도 처음에는 반대하시다가 첫 개런티를 드렸더니 인정해주셨다. 지금은 내 꿈을 열렬히 도와주고 계신다.”
오동민이 차기작 '킹덤'을 언급하며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미스틱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다면 지금의 오동민이 꿈꾸는 배우 오동민은 어떤 인물일까. 복잡하고 생각이 많은 그이지만, 의외로 꿈은 단순했다. 오동민은 차기작 ‘킹덤’에 대해 소개하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연기를 잘하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들이 있다. ‘일만 잘하면 돼’ 보다는 (특히 연기에 있어서) 좋은 사람이 좋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증명해내고 싶다. 그것이 내 연기자로서의 목표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킹덤’에서 맡은 역할은 상대적으로 작다. 물론 열심히 찍었고 소중한 작품이다. 많이 배우기도 했다. 의미 있는 배역이다. ‘흉부외과’와 다른 점은 이 정도로 끝까지 밀고 갈 수 있는 내러티브는 없다는 점이다.”
“외국에서 살다 와서 외국어는 능통한 편이다. 자연스럽게 습득했다. 다만 꽤 오랜 시간 안 쓰다 보니 녹슬어 가고 있다.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세계시장에 대한 야망도 있다.(웃음) 물 흐르듯이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배우는 각자가 다른 꽃들이라서 내가 봄에 필지 여름에 필지 모른다. 그 씨앗을 갖고 있을 때 계절이 바뀌면 알아서 필 것이라 믿는다. 언젠가 할리우드의 씨앗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웃음)”
오동민에게는 최근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다. 그 걱정거리는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팬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혹여나 한 사람이라도 못 챙길까 염려했다.
“팬들께 너무 감사하다. 만약에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주시면 좋겠다. 인사를 안 하시고 나중에 SNS를 통해 봤었다고 연락을 주시고는 한다.(웃음) 관심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다 못 챙겨 드릴까봐 걱정이다.”
“여력이 닿는 데까지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으셔도 양해를 바라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 정말 열심히 살 것이다. 요새 조금씩 알아봐주시면서 ‘나를 알아봐주시는 건가’ 긴가민가할 때가 많다. 그 간질간질한 게 재밌다.(웃음) 기왕이면 인사를 해주시면 좋겠다. 나도 반갑게 맞이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하겠다.”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