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도형 기자]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는 우리말과 글을 지킨 투사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그 속에는 우리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다.
제국주의의 마지막 전성기 1940년대 초, 일본은 전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국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그런 일본의 식민지였다. 지쳐버린 많은 지식인들이 변절한 시기였다. 이들 중 일부는 일제 앞잡이가 되어 민족말살정책을 돕기도 했다. 암울한 때였다.
말모이는 그런 가운데 진행된 비밀 운동이었다. 주시경의 뜻을 계승해 조선어학회가 추진했다. 우리의 말과 글을 담은 사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민족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자 했다.
'말모이'가 9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말모이' 포스터
그리고 이는 앞서 개봉한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 2015)이나 ‘밀정’(감독 김지운, 2016)에서 소개한 독립운동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말모이’ 주인공들은 총 한 자루 없이 고향 땅을 지킨다. 배경이 경성인 점에서 ‘동주’(감독 이준익, 2016)와도 다르다. 어쩌면 더 처절하고 현실적인 면이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그 현실적인 부분이다. 변절자들을 원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심리가 곳곳에 묻어난다. 인물들 개개인이 처한 상황과 품은 생각이 모두 다르다.
특히 주인공 김판수(유해진 분)과 류정환(윤계상 분)은 너무도 다른 인생을 살았다. 까막눈과 엘리트 지식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동지라 부르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필요했다. 두 사람이 여러 차이를 극복하고 화합하는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와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말모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은 김판수다. 그는 극의 전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영화가 지나치게 신파로 흘러가지 않도록 관객에 적절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렇다고 너무 경박하지 않지도 않다. 유해진이기에 가능한 연기다.
아울러 김판수의 자녀 김덕진(조현도 분)과 김순희(박예나 분)라는 존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엄유나 감독은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을 통해 시대상을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가령 순희의 “나 이제 김순희 아니고 가네야마래요. 나는 김순희 좋은데”라는 대사에는 창씨개명 당시의 분위기가 담겼다. 한글을 배우는 판수에게 “기왕 배울 거면 일본말을 배우세요”라는 덕진의 말에는 가슴 아픈 일제강점기 현실을 반영했다.
다만 극의 재미를 위해 실제 사건과는 다른 부분이 일부 존재한다. 관람에 불편을 느낄 만큼 큰 괴리는 아니지만 모든 시대극 영화가 그렇듯 여기에 대한 지적이 있을 전망이다.
‘말모이’는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1940년대 경성,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려던 조선어학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9일 개봉.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