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지가 연기의 길을 걸은 지도 어언 7년째다. 매 작품마다 혼신의 힘을 쏟지만, 서예지에게 ‘암전’은 완성작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애틋한 존재가 됐다.
‘암전’은 신인감독 미정(서예지 분)이 상영금지 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한 기이한 사건을 그린 공포영화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도살자’를 연출한 김진원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서예지는 극 중 출중한 단편영화로 인정받은 뒤 모두의 박수를 받을 만한 입봉작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신인감독 박미정 역을 맡았다. 공포, 미스터리 장르인 만큼 주인공인 서예지는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살기 위해 구르고, 실체 없는 공포에 맞서 싸워야 했다. 영화와 캐릭터를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서예지는 완성된 ‘암전’을 본 후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단다.
배우 서예지가 최근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
“평소 공포나 스릴러물을 자주 보는데, ‘암전’만의 자랑거리는 실제상황 같은 리얼리티, 생동감인 것 같다. 대역 없이 배우들이 액션을 해서 생동감이 잘 살아있다.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우리가 고생한 만큼 나온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그리고 액션 장면의 제 연기를 보는데 몸이 너무 아픈 느낌이라 울었다.(웃음) 흥행 여부를 떠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을 때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제가 30년을 살면서 그렇게 소리를 질러본 것도 굴러본 것도 처음이다. 안 해본 연기를 ‘암전’에서 도전했기 때문에 더 애틋하다.” 서예지가 연기하는 미정은 러닝타임 86분 동안 거의 대부분 씬에서 얼굴을 비춘다. 김진원 감독은 미정이 타인과 대화에서 욕망을 나타내는 장면을 정면샷으로 촬영해 서예지의 얼굴을 스크린 가득 실었다. 이처럼 캐릭터의 감정이 두드러지는 공포영화의 주연으로서 부담감을 느꼈을 법도 하지만 서예지는 함께 호흡하는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신뢰로,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부담을 환기시켰다.
“감독님을 믿었다. 모든 씬마다, 편집마다 믿음이 갔다. 다만 감정의 연결이 쉽지 않았고, 폐극장의 먼지를 마시거나 곰팡이른 보는 건 좀 버거웠다. 그래도 정신과 몸이 힘들었을 뿐 부담감은 상대적으로 없는 편이었다. 사실 제가 어두운 작품을 주로 찍었지만, 일부러 감정을 환기시키려 하지 않는다. 일부러 밝아지려고 하지 않고, 굳이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없다. 힘든 건 작품으로 푸는 스타일이다. 그냥 지금이 좋다.”
배우 서예지가 최근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킹엔터테인먼트
‘암전’ 속 서예지의 외적인 변화도 두드러진다. 서예지는 거칠게 자른 중단발머리를 회색으로 탈색하고, 화장기 하나 없이 열연했다. 공포영화 혹은 공포를 향한 열망으로 뒤틀려버린 한 인간의 내면을 고스란히 외면화하며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자유자재로 연기한다. “사실 예쁘게 나오길 바랐지만 외적인 설정은 감독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 염색을 해본 적이 없는데 ‘암전’을 찍느라 탈색을 10번이나 했다. 메이크업도 전혀 하지 않고 다크서클, 주근깨 분장을 했다. 제 얼굴이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어색하지만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피폐한 미정의 모습이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캐릭터에 몰입하니까 욕도 절로 나오더라.(웃음) 진선규 선배와 대면할 때 너무 몰입해서 욕이 나왔는데, 감독님과 진선규 선배 모두 놀라시더라. 실제로 그렇게 욕을 하고 다니지는 않는다.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고, 진선규 선배와 연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분은 정말이지 배려의 아이콘이다.”
서예지의 재발견인 영화 ‘암전’.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서예지는 이번 영화를 통해 대중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제가 해온 캐릭터들이 겹치지 않게, 색다른 캐릭터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배우는 평가받는 직업 아닌가. 아무래도 좋은 평가,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크다.” / sunset@mkculture.com